수학에 마음이 빼앗기다
“제가 수학을 좋아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지금은 수학이 좋아서 응용수학과에 다니고 있고,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보다는 대학원에 진학해 수학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재원 양이지만 처음부터 수학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 문과, 이과 학생이 공통적으로 하는 학업 고민이 바로 수학이다. 수학을 좋아한다는 ‘고백’이 신선하다. 혹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직업을 희망하는 것은 아닐까 물었다.
“아뇨. 직업은 별로 생각을 안했어요. 그저 수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전공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일단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정확히 수학의 어떤 점에 이끌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공부하는 게 가장 재미있었어요. 학교 수학 선생님들도 좋았고요. 재미있는 수학책도 많이 읽었죠. 이런 것들에 조금씩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교내 심화반을 신청해서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졸음을 참아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1학년 때는 내신 성적 4등급을 받은 과목도 한두 과목 있었다. 모의고사도 3등급 정도였다. 하지만 꾸준히 공부를 했더니 2, 3학년 때는 거의 모든 과목에서 1~2등급을 받았다. 내신 성적 평균은 1.5등급이 됐다. 재원 양은 쉽게 조바심을 내는 성격이 아니다. 차분하게 멀리 내다보고 공부를 했기 때문에 이런 성적 향상이 가능했다. 수학을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교과 내용은 훑어만 보고 바로 문제풀이 훈련을 하는 친구들과 달리 항상 내용 공부를 우선시했다.
“개념 정의나 정리를 이끌어내고 증명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많이 봤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기억에 더 오래 남아요. 문제도 스스로 끝까지 풀죠.”
과학동아리에서 수학을?!
네오르네상스 전형은 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경험을 쌓은 학생에게 유리한 전형이다. 재원 양은 주로 동아리를 통해서 활동과 경험을 쌓았다. 수학 관련 동아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다. 3년 동안 과학동아리 회장을 맡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과학 관련 기사나 문헌을 보고 함께 공부하고, 직접 실험 주체를 찾아서 실험도 하는 과학동아리 ‘히포크라테스’를 만들었다. 뜻이 맞는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동아리라 설레기도 했지만 회장으로서 동아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수학이 점점 좋아지면서 재원 양은 동아리에서 과학관련 활동을 하면서도 수학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회장인데 동아리를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지를 발휘했다.
“은근슬쩍 함께 공부하는 기사나 문헌에 수학을 끼워 넣었죠. 흥미진진한 주제의 글을 가져갔더니 아무도 눈치를 못 채더라고요. 아무렴 어때요. 수학을 알아야 과학도 하는 거잖아요.”
동아리 활동은 자기소개서에도 쓰고 활동물을 증빙서류로도 제출했다. 면접을 볼 때도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시험을 볼 때도 쉽게 긴장하는 일이 없고, 조바심도 잘 내지 않는 재원 양이지만 고3 수험 생활은 역시 힘들었다. 입시에 대한 불안함 때문인지 “내 편이 없는 것 같은 불안함”도 느꼈단다. 불안하고 우울하니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재원 양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털어 놓고 이야기 하면서 함께 울기도 많이 울었다. 서로를 위로하고 힘내라는 편지도 많이 썼다고 한다.
“친구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힘내라며 예전 수험생 때 경험을 들려주신 선생님도 많이 계셨고요. 그래서 입시가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교 3년이 노트에 고스란히
재원 양에게는 보물이 하나 있다. 바로 여러 권의 노트다. 그 안에는 그가 고교 3년 동안 한 봉사활동, 진로탐색활동, 독서활동, 잡지·신문 스크랩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빼곡히 들어있다.
“노트를 여러 권 샀어요. 활동을 하고 나면 곧바로 활동 내용을 노트에 기록 했죠. 새롭게 알게 된 것과 소감도 함께 쓰고요. 솔직히 말하면,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데도 좀 귀찮긴 했어요. 시간도 꽤 걸려서 밤을 샌 적도 있어요. 그래도 바로 써야 빠뜨리는 것 없이 쓸 수 있어요. 지금은 제 보물이에요.”
기록한 활동 내용은 학교 선생님과도 공유하자. 선생님이 생활기록부를 작성할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자기소개서를 내는 전형은 대부분 면접을 봐요. 그러니 솔직하게 쓰라는 조언을 무시하면 안 돼요. 면접 고사장에서 거짓말이 탄로나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요.”
면접관들이 하는 질문은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는 질문이 많다. 솔직히 작성했을 때 답할 수 있는 허를 찌르는 질문이 쏟아진다. 단답형으로 답을 할 수도 없다. 깊이 있고 흥미로운 답을 하기 위해서는 솔직함이 필수다.
수학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수학이 우리 생활에 활용되는 예를 물어보셨어요. 지수함수를 이용한 악기를 예로 들었죠.”
재원 양은 “후배들이 면접을 볼 때나 시험을 볼 때 되도록 긴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웃음이 많아서 평소에도 항상 웃고 다니는 편이다. 면접시험장에서도 면접관과 이야기하서면 많이 웃었다고 한다. 사뭇 진지한 표정의 지원자 가운데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시험 때 유난히 많이 긴장하고 떠는 사람이 있어요. 물론 입시가 중요한 큰 시험이지만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해요. 면접 때도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편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시험을 보는 것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