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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볼라는 유행성 출혈열의 일종-사망률90%

5-10년 장기 잠복하는 에이즈에 비해 급속진전

바이러스 감염후 즉각 발병하는 에볼라와 달리 에이즈는 긴 잠복기를 가진다. 이 같은 두 바이러스의 상이한 특성은 한정된 지역 내에서만 바이러스가 창궐할지, 아니면 전세계적으로 유포될지를 결정한다.

인류는 역사의 장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질병과 끊임없는 전쟁을 치러왔다. 13, 14세기에는 유럽에 흑사병이 만연해 유럽 인구의 4분의 1이 사망했고, 1차 세계대전에서는 파상풍으로 3백만명이 사라져갔다. 그리고 1918-1919년에는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2천만명이 사망했다.

물론 그동안 인간은 과학발전을 통해 많은 질환을 퇴치하기도 했다. 특히 천연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백신개발을 통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후천성면역결핍증인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라는 바이러스가 1980년대 접어들어 급속히 퍼지면서 인류사회에는 또다른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여기에 올 초에는 아프리카에서 에볼라라는 이름의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나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1967년 독일과 유고슬라비아에서는 우간다에서 수입한 윈숭이를 해부설험하다 정체불명의 질병에 걸려 7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 그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분리한 뒤 발견된 지명을 따서 붙인 이름이 마버그(Marburg) 바이러스다.

그 후 1976년 아프리카 자이레와 수단에서 5백50명이 마버그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중 4백30명이 사망했고, 병이 발생한 지역 근처의 강 이름을 따 에볼라 바이러스라 명명했다. 이어서 1979년 수단에서 또다시 발호한 이 바이러스는 34명을 감염시켜 이중 22명의 사망자를 냈다. 1989년에는 미국 버지니아주 레스톤이란 마을에서 필리핀으로부터 수입한 원숭이들이 원인 모를 병으로 죽었는데,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90% 이상의 치사율을 지닌 에볼라바이러스는 공기중으로는 전염되지 않고 환자의 피나 체액에 접촉했을 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의료 시설이 미비해 병원을 통해 급속히 전염됐는데, 희생자의 3분의 2 가량이 환자를 치료했던 의사와 간호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보균 중간 매체 찾는 것이 우선 과제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지닌 핵산과 단백질의 복합체로 스스로는 분열할 수 없고 반드시 숙주세포 안에 들어가야 증식할 수 있다. 이 점이 박테리아와의 차이점이다. 바이러스는 안에 있는 핵산의 종류에 따라 DNA 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 허피스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구분된다. 그리고 RNA 바이러스는 RNA가 숙주 세포 안에 들이가서 직접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가닥 바이러스(소아마비 바이러스) (-)가닥 바이러스(홍역바이러스 감기 바이러스)로 나뉘어진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한가닥의 (-)RNA를 가지고 있으며 긴 필라멘트의 형태를 갖고 있다. 감염 과정을 살펴보면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 숙주세포에 붙은 뒤 핵산과 바이러스단백질이 세포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세포의 원형질에서 (-)가닥 RNA가 바이러스에 있는 효소단백질에 의해 (+)가닥 RNA로 바뀌고, 이어서 세포 내의 단백질 합성장치를 이용해 7가지의 바이러스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같이 생성된 바이러스 단백질이 (+)가닥에서 만들어진 (-)가닥 RNA와 뭉쳐서 세포막으로 둘러 싸이면서 세포밖으로 나오게 된다.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 중간 매체를 먼저 찾아내는 것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퇴치를 위한 시급한 과제다. 원숭이와 사람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만 보균 매체로서는 부적합하다. 그 이유는 2-3주 내에 질병을 급속히 일으켜서 바이러스가 오랜 시간 체내에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과학자들은 어떤 생명체가 이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아프리카 밀림지대를 조사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더불어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도 인류에 큰 위협을 주고 있다. 1981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면역결핍증 환자가 처음 보고된 후 80년 이 질병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이라 명명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1983년 프랑스파스퇴르연구소에서 처음 발견됐고, 이듬해에는 미국 국립암염구소에서도 보고됐다. 이 같이 분리한 바이러스를 HIV-1이라고 정했고, 1986년에는 HIV-1과 유사한 HIV-2가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발견됐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는 성접촉이나 수혈을 통해 주로 전염된다. 초기에는 동성연애자나 주사기를 같이 쓰는 마약중독자, 그리고 수혈을 받은 사람이 주로 감염됐지만, 지금은 이성간에도 전염이 많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HIV에 감염된 임산부에서 출생한 신생아에게로 전염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HIV에 일단 감염되면 처음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이어서 5-10년간의 잠복기에 들어간다. 이 기간 동안 바이러스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증식한다 이를 몸안의 백혈구가 지속적으로 없애기는 하지만 말기에 가서는 면역 기능이 크게 저하돼 결국 결핵균과 같은 병원균의 침입을 막아내지 못하면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체내에 있는 백혈구중 CD4 T 임파구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다.
 

(표1)세포내에서의 HIV증식과정
 

에이즈 치료제, 현재는 '백약이 무효'

HIV가 어떻게 세포안에 들어가 증식하는지 살펴보자. HIV 바이러스는 유전 정보를 지니고 있는 RNA와 여러 바이러스 단백질로 구성돼 있고, 이를 다시 지방질막이 둘러싸고 있다. 이 바이러스의 표면에 노출된 gp120이라는 단백질이 CD4 T 임파구에 있는 CD4라는 표면 단백질과 붙으면서 RNA와 단백질 복합체가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다른 RNA바이러스와는 달리 HIV안에는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가 있는데, 이 효소는 세포안에서 한 가닥의 RNA를 두가닥의 DNA로 변환시킨다. 이같은 현상 때문에 HIV와 같이 RNA가 DNA로 바뀌는 바이러스를 레트로바이러스(retro, 역행한다는 뜻)라고 한다. 형성된 두 가닥의 DNA는 핵 안으로 들어가서 세포 DNA에 끼어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바이러스의 삽입효소(integrase)가 작용한다. 그 결과 HIV DNA는 세포 유전물질과 구별할 수가 없어진다.

이와같이 세포 DNA에 끼어들어간 HIV DNA를 주형으로 RNA가 만들어지고 이어 바이러스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세포가 지니고 있는 효소단백질에 의해 대부분 이루어진다. 이어서 바이러스 RNA와 단백질이 세포막으로 모이면서 이것에 둘러싸여 세포 밖으로 나온 뒤 다른 T 임파구를 다시 감염시킨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에이즈는 CD4 T 임파구가 급격히 감소해서 생기는 병인데, 그렇다면 HIV는 어떻게 CD4 T 임파구를 감소시킬까.

이에 대해서 바이러스가 직접 세포를 죽인다고 하는 견해와 세포 밖으로 배출된 특정 바이러스 단백질(gp120 또는 tat)이 감염 안 된 세포를 죽인다는 견해가 있다.
 

(표2)세포내에서의 에볼라 바이러스 증식과정
 

유일한 에이즈 억제제 AZT도 문제

아직까지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HIV의 역전사효소의 기능을 억제하는 AZT라는 화학물질이 현재 쓰이고 있는 유일한 약이다.

하지만 약물 치료 후 6개월에서 1년 뒤 AZT에 저항성을 갖는 돌연변이가 생겨나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AZT는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에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약물 치료시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와 더불어 HIV가 갖고 있는 단백질절단효소(protease)의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이 개발돼 현재 임상 실험중에 있다. 이 경우에도 저항성을 지닌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나는데, 이 때문에 다른 약물과 병행해서 치료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자꾸 바뀌는 이유는 역전사효소가 RNA에서 DNA를 만들 때 실수로 유전자 부호를 잘못 집어넣기 때문에 일어난다. 따라서 돌연변이 HIV의 출현으로 인해 에이즈 치료제 개발이 힘들기 때문에 다각도의 생명공학적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즉 에이즈 퇴치를 위한 백신도 개발중에 있고, HIV가 증식 못하게 하는 유전자를 T 임파구에 넣는 유전자 요법을 연구중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HIV에 감염됐지만 10년이 넘도록 에이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림들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학자들은 에볼라와 에이즈의 발생원인에 일부 원숭이가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전세계로의 확산 막아야

지금까지 에볼라 바이러스와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를 살펴보았는데, HIV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연구가 이루어진 반면 에볼라 바이러스 연구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미래에 이 두가지 질병이 치료된다고 해도 인류를 위협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발견될 것이고, 인류는 이의 퇴치를 위해 또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인간문명이 발달하면서 각국간에 교류가 활발해져 에이즈처럼 한지역에 국한된 질병이 예전보다 빠르게 전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그렇고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한탄바이러스, 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라사(Lassa) 뎅(Dengue) 리프트밸리(Rift Valley Fever) 바이러스,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쥬닌(Junin) 사비아(Sabia) 바이러스 등이 그 예다. 따라서 이같은 질병이 퍼져나가지 않게 감시체제를 전 세계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199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규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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