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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와 함께 연구해요”

서울 대진고 싸이드림반



인터뷰를 위해 학교에 들어서자 푸른 잔디에서 땀흘리며 열심히 축구를 하는 여드름 송송한 학생들이 눈에 띈다. 싸이드림반을 총괄하고 있는 장명호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학교 안으로 들어섰더니 말끔하게 현대화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실험실이 보였다. 다시 한 층 더 올라 갔을 때 기자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한 층 위 ‘사이언스존’에는 전자칠판 같은 첨단기기가 설치된 허준실, 세종대왕 실험실, 장영실 실험실이 있었다. 게다가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돕는 리소스실까지. ‘이것은 데자뷰인가’ 착각도 잠시, 그렇다. 이곳은 과학중점학교이자 수학·과학 교과교실제학교인 대진고다. 대진고는 뛰어난 교육환경을 바탕으로 과학중점과정과 수학·과학 영재반을 운영하고 있다.

영재반은 1학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데, 싸이드림반(과학), 싸이휴먼반(수학)으로 나뉘며 각각 20명씩 총 40명이 있다. 관련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비롯해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한다. 이 학생들은 평소에는 방과후 학교 형태로 과학 및 수학 분야 교육을 받고, 캠프 활동 등을 해서 연간 100시간 이상 공부와 체험을 한다.

싸이드림반은 높은 수준의 과제연구로 유명하다. 단순히 경험 차원에서 하는 실험은 과학지식을 깊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고, 산출물을 내는 활동이 훨씬 의미 있는 지식 탐구 방법이다. 대진고에서는 이러한 프로젝트 활동을 적극 장려한다. 학생들이 한양대, 고려대, 서울대, 광운대, 서울과학기술대 등 다양한 학교의 교수와 함께 과제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태열 교장과 교사들이 직접 발로 뛰어서 얻은 성과다.

지난해 싸이드림반에서 활동한 2학년 이명호 학생은 고려대 이상호 교수와 함께 지난해부터 ‘닭 초기배 발생 중 조혈세포의 시공간적 발생 및 생쥐 배아줄기세포의 조혈줄기세포로의 분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단순히 교수님이 준 주제를 경험하는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라 이 교수의 발생학 연구실 연구 프로젝트 중 한 부분을 맡아서 했다. 연구 파트너인 셈이다. 이명호 학생은 ‘똑’소리나게 자신의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혈구세포를 만드는 혈구줄기세포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예요. 혈구세포가 발달 중인 배아나 난황낭에서 유래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혈액의 발생이 닭 배 발생 시기 중 언제,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아요. 저희 팀은 달걀을 껍질을 약간 깨어서 시기별 배아를 관찰했어요. 조혈세포 마커 항체를 이용해 조혈세포 마커를 시기별로 다른 위치에서 찾아냈어요. 오랜 기간 관찰하면서 조혈세포가 언제, 어디서 발현돼나타나는지 알 수 있었죠.” 닭 배아에서 조혈세포나 혈구세포를 탐지하기 위해 동결절편 방법과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 방법, 면역화학 염색법 등을 이용했다. 지금은 연구결과를 술술 설명하는 명호 학생이지만, 연구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우선 하나 같이 일반고에서 하기 어려운 실험이다. 이명호 학생은 “쓰는 기구들이 모두 고가인데다가 처음 접하는 기구들이라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고가의 원심분리기에 뚜껑을 닫지 않은 시료 용기를 넣은 적도 있다. 다행히 원심분리기가 고장나는 불상사는 면했지만 아까운 시료가 절반이나 사라졌다. “지금은 꼼꼼하게 좀 더 차분하게 실험을 할 수 있게 됐어요”라며 명호 학생이 의젓하게 웃었다. 배체외성(extra-embryonic), 조혈세포 마커 CD31, CD117, CD140a 등 어려운 의학용어들도 문제였다. 연구를 하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하나하나 사전을 찾아야 했다.

이외에도 많은 연구팀이 서울대와 한양대 등에서 음극선 실험 연구,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유전학 연구 등 다양한 연구를 했다. 학생들은 1학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실험에 빠져 살았다. 그 결과 한국 독성학회, 한국전기화학회 등 학회지에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가깝게는 20분에서 멀게는 1시간 남짓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의 대학 실험실을 오고가며 실험하느라 힘들었지만, 덕분에 멋진 포트폴리오가 생겼다. 그리고 교내 창의적 산출물대회에서 과제 연구 결과를 다른 학생앞에서 발표했다. 지난 11월에는 과학창의재단에서 주최한 과학중점학교 학생 발표대회에도 참가했다. 장명호 선생님은 “이렇게 과제연구를 하고 발표한 경험이 대학에서 공부하거나 발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를 장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안에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산출물은 입학사정관이 가장 눈여겨보는 포트폴리오다. 과학중점학교인 대진고에서는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클리어파일을 활용해 관리한다. 우수한 포트폴리오는 책자로도 만든다. 특히 과학인재 전형이나 특기자 전형에 유리한 자료다.



대진고 2학년 이명호 학생은 1학년 때 싸이드림반(영재반) 활동으로 얻은 것이 많다. 하계 과학캠프를 비롯해 천문탐구, 과학체험으로 간 제주 리더십 캠프 등 프로그램이 다양했다. 아쉽게도 영재반은 1학년을 대상으로만 운영된다. 하지만 명호 학생은 함께 영재반을 했던 친구들과 ‘과학우수실험반’ 동아리를 결성해 올해도 알차게 활동하고 있다. 과학중점학교인 만큼 과학명사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수요일 동아리 활동 시간과 토요일을 이용해서 한양대, 서울시립대, 고려대 등의 교수나 다양한 분야의 수학·과학 명사의 초청강연도 들을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앤드류 파이어 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뿐만 아니다. 전(前) 현대중공업 사장을 비롯해 과학 관련 대기업 CEO의 강연도 들을 수 있었다. 대진고 학생들의 더 높은 도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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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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