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뇌과학 분야에서 한창 ‘뜨고 있는’ 젊은 과학자가 이창준(46) KIST 신경과학연구단장이다. 최고의 과학학술지로 꼽히는 ‘사이언스’에 2010년 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9월말 생명과학 분야 최고 학술지로 꼽히는 ‘셀’에 논문을 발표했다. 비가 살짝 오는 11월 초순 연구실에서 만난 이창준 단장은 “굵직한 연구들이 뒤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며 순박하게 웃었다(이 단장은 지난달에 과학동아 정기구독까지 미리 신청하는 센스도 있었다).
“요즘 좋은 연구를 많이 내놓는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이 단장은 대뜸 “KIST에서 나를 기다려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4년에 KIST에 왔는데 2010년 사이언스에 논문을 낼 때까지 연구 업적을 재촉하지 않았어요.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큰 업적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면 처음에는 성과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풍토는 대개 기다려주지 않는데 KIST는 달랐어요. 저를 데려오신 신희섭 박사님(지금은 기초과학연구원으로 옮김)도 제가 묵묵히 갈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신 박사님이 안계셨다면 이렇게 못했을 겁니다.”
뇌의 시녀, 100년만에 입을 열다
이 단장은 뇌에서 ‘글리아’라고 하는 비신경세포(신경교세포)를 연구한다. 비신경세포는 뇌에서 80~90%를 차지하는 세포다. 지금까지 과학자의 관심은 주로 신경세포, 즉 뉴런이었다. 뇌에서 직접 신호를 전달하는 세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장은 “비신경세포가 하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비신경세포에 대한 소개는 과학동아 2011년 3월호 ‘뇌의 시녀, 100년만에 입을 열다’기사 참고).
“신경세포가 1000분의 1초 단위로 아주 빠르게 신호를 전달한다면 비신경세포는 1초 단위로 느리게 신호를 전달해요. 신경세포가 뇌에서 정보를 전달한다면 비신경세포는 뇌의 톤(tone), 즉 성향이나 분위기를 조절한다고 할까요, 직접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을 조절하는 거죠.”
예를 들어 치매 환자는 지금까지 뇌에서 신경세포가 죽는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연구 결과 아주 초기에는 신경세포는 살아 있는데 신호는 잘 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단장은 “비신경세포가 신경세포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치매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가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 단장에게 짖궂게 “너무 여유를 주면 게으름을 피우는 과학자도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말을 던졌다. “그건 그래요”라며 곤혹스러워하는 이 단장은 “그래도 다른 과학자들이 더 열심히 하니까”라며 웃었다.
“제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 팀원과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창의성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제 일에서 가장 우선순위는 실험실 미팅입니다. 물론 제 연구실에 있는 후배들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너무 재촉하거나 압박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 단장이 이번에 셀지에 발표한 논문은 비신경세포가 글루타메이트라고 하는 신호전달물질을 내보내는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다. 비신경세포는 신경세포를 억제하는 물질(GABA)과 흥분시키는 물질(글루타메이트)을 내보내는데 이 과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뇌에 문제가 생긴다. 이 단장은 2010년에는 억제성 물질을 내보내는 메커니즘을, 이번에는 흥분성 물질을 내보내는 메커니즘을 밝혀내 각각 발표했다. 이 단장은 “그 전에는 비신경세포가 작은 주머니에 물질을 담아 내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세포막에 난 작은 통로를 통해 내보낸다는 사실을 밝혀내 기존 학설을 뒤집었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받는 꿈 가끔 꿔요”
“아직 발표한 것은 아닌데 치매 같은 뇌질환에 비신경세포가 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파킨슨병, 우울증 등도 비신경세포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저는 사실 미스터리가 많은 뇌질환에는 다 비신경세포가 관련이 있는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단장은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웃으며 “중학교 졸업장이 없다”고 말했다. 바로 고등학교로 갔기 때문이다. 시카고대를 졸업한 뒤 콜롬비아대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말은 한국어와 영어가 다 유창하지만 글 쓰는 것은 오히려 영어가 더 편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과학동아를 구독한 이유를 물었더니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너무 좋아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것 같았다”며 싱긋 웃었다.
“비신경세포 연구가 지금처럼 발전하면 저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상을 바라며 연구해서도 안 되고, 그러지도 않지만 제가 이 분야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미래에 노벨상 받는 기대도 조금 해봐요. 하하.”
“요즘 좋은 연구를 많이 내놓는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이 단장은 대뜸 “KIST에서 나를 기다려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4년에 KIST에 왔는데 2010년 사이언스에 논문을 낼 때까지 연구 업적을 재촉하지 않았어요.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큰 업적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면 처음에는 성과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풍토는 대개 기다려주지 않는데 KIST는 달랐어요. 저를 데려오신 신희섭 박사님(지금은 기초과학연구원으로 옮김)도 제가 묵묵히 갈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신 박사님이 안계셨다면 이렇게 못했을 겁니다.”
뇌의 시녀, 100년만에 입을 열다
이 단장은 뇌에서 ‘글리아’라고 하는 비신경세포(신경교세포)를 연구한다. 비신경세포는 뇌에서 80~90%를 차지하는 세포다. 지금까지 과학자의 관심은 주로 신경세포, 즉 뉴런이었다. 뇌에서 직접 신호를 전달하는 세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장은 “비신경세포가 하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비신경세포에 대한 소개는 과학동아 2011년 3월호 ‘뇌의 시녀, 100년만에 입을 열다’기사 참고).
“신경세포가 1000분의 1초 단위로 아주 빠르게 신호를 전달한다면 비신경세포는 1초 단위로 느리게 신호를 전달해요. 신경세포가 뇌에서 정보를 전달한다면 비신경세포는 뇌의 톤(tone), 즉 성향이나 분위기를 조절한다고 할까요, 직접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을 조절하는 거죠.”
예를 들어 치매 환자는 지금까지 뇌에서 신경세포가 죽는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연구 결과 아주 초기에는 신경세포는 살아 있는데 신호는 잘 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단장은 “비신경세포가 신경세포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치매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가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 단장에게 짖궂게 “너무 여유를 주면 게으름을 피우는 과학자도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말을 던졌다. “그건 그래요”라며 곤혹스러워하는 이 단장은 “그래도 다른 과학자들이 더 열심히 하니까”라며 웃었다.
“제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 팀원과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창의성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제 일에서 가장 우선순위는 실험실 미팅입니다. 물론 제 연구실에 있는 후배들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너무 재촉하거나 압박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 단장이 이번에 셀지에 발표한 논문은 비신경세포가 글루타메이트라고 하는 신호전달물질을 내보내는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다. 비신경세포는 신경세포를 억제하는 물질(GABA)과 흥분시키는 물질(글루타메이트)을 내보내는데 이 과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뇌에 문제가 생긴다. 이 단장은 2010년에는 억제성 물질을 내보내는 메커니즘을, 이번에는 흥분성 물질을 내보내는 메커니즘을 밝혀내 각각 발표했다. 이 단장은 “그 전에는 비신경세포가 작은 주머니에 물질을 담아 내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세포막에 난 작은 통로를 통해 내보낸다는 사실을 밝혀내 기존 학설을 뒤집었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받는 꿈 가끔 꿔요”
“아직 발표한 것은 아닌데 치매 같은 뇌질환에 비신경세포가 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파킨슨병, 우울증 등도 비신경세포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저는 사실 미스터리가 많은 뇌질환에는 다 비신경세포가 관련이 있는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단장은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웃으며 “중학교 졸업장이 없다”고 말했다. 바로 고등학교로 갔기 때문이다. 시카고대를 졸업한 뒤 콜롬비아대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말은 한국어와 영어가 다 유창하지만 글 쓰는 것은 오히려 영어가 더 편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과학동아를 구독한 이유를 물었더니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너무 좋아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것 같았다”며 싱긋 웃었다.
“비신경세포 연구가 지금처럼 발전하면 저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상을 바라며 연구해서도 안 되고, 그러지도 않지만 제가 이 분야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미래에 노벨상 받는 기대도 조금 해봐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