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면 기분이 우울하고 처지는 ‘중년의 위기’를 겪곤 하는데, 사람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앤드류 오스왈드 영국 워릭대 경제학과 교수와 알렉스 위스 영국 에딘버러대 심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침팬지나 오랑우탄도 중년의 위기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1월 19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유인원을 대상으로 행복도를 조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동물원이나 동물보호소에 있는 508마리의 유인원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행복도는 가까이에서 유인원을 돌보고 있는 사육사나 연구자들이 직접 평가했다. 그 결과 유인원도 사람처럼 행복도가 젊은 시절에 높았다가, 중년에 하락하며, 말년에 다시 올라간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렇게 일생에 걸쳐 행복도가 U자를 그리는 현상은 사람과 비슷하다.
오스왈드 교수는 “유인원에게는 현대 문명 때문에 생기는 걱정거리가 없다”며 “사람이 겪는 중년의 위기 또한 현대 문명 탓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밝혔다. 행복도의 변화에는 생물학적인 요인이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는 앞으로 중년의 위기를 진화생물학으로 설명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