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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기름, 친해지고 싶어요.”

아무리 흔들어도 절대로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사이를 ‘물과 기름 같은 사이’라고 한다. 이러한 표현이 흔히 쓰일 만큼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데 절대로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물과 기름을 섞는 물질이 있다. 바로 계면활성제다.





비누에도, 로션에도 계면 활성제가?!

계면이란 성질이 다른 두 상(물질의 상태)이 맞닿는 경계면을 말한다. 상은 기체와 액체, 고체 모두 가능하다. 계면활성제란 이러한 계면의 경계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비밀은 분자 구조에 있다. 계면 활성제 분자는 하나의 분자 안에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부분과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부분을 함께 갖고 있다. 소수성 부분은 기름을 좋아하기 때문에 친유성 부분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양쪽성을 가진 계면활성제는 계면에 잘 흡착한다. 그러면 각 상에 해당하는 물질의 표면장력이 약해져 두 물질이 섞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계면활성제의 친수성 부분이 소수성 부분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친수성 부분을 계면활성제의 머리, 소수성 부분을 꼬리라고 부른다. 꼬리 부분은 기다란 직선형 탄화수소 사슬이며 비극성이다. 치환된 벤젠이나 다른 방향족 꼬리가 달린 다른 소수성기도 가능하다. 머리 부분은 극성을 띤다.

계면활성제는 머리 부분의 극성에 따라 성질과 쓰임이 다르다. 계면활성제 분자는 용액 속에서 이온으로 해리되는가에 따라 이온성과 비이온성으로 나뉜다. 이온성은 다시 음이온성, 양이온성, 양쪽성으로 구별된다.

음이온성 계면활성제는 물에 녹을 때 친수기 부분이 음이온으로 해리된다. 세정력이 좋고 세균을 흡착하는 기능이 있으며 거품이 잘 난다. 물에 잘 헹궈지고 저렴한 편이며 쉽게 합성이 가능해 다양한 생활용품에 활용된다. 비누, 샴푸 등에 많이 쓰인다. 양이온성 계면활성제는 물에 녹을 때 친수기 부분이 양이온으로 해리된다. 세정, 유화, 가용화(용해도 증가) 등 일반적인 계면활성제의 기능을 모두 가진다. 특히 모발 정전기 방지 작용이 있어서 컨디셔너나 린스에 쓰인다. 양쪽성 계면활성제는 분자 내에 양이온성과 음이온성 작용기를 1개 혹은 그 이상 동시에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염기성 환경에서는 음이온으로, 산성 환경에서는 양이온으로 해리된다. 거품이 적게 일고 세정력은 약하지만 피부에 대한 안전성이 뛰어나고 자극이 거의 없어서 아기 샴푸나 저자극성 샴푸 등에 쓰인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샴푸’는 양쪽성 계면활성제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는 이온으로 해리되지 않는 수산기(-OH), 에테르 결합(-O-), 아마이
드 결합(-CONH-), 에스테르결합(-COOR) 등을 갖는다.

비이온 계면활성제는 친수성기와 친유성기의 강도 차이에 따라 용해도, 유화력, 가용화력 등의 성질이 달라진다. 계면활성제의 일반적인 특징이 거품발생이지만 어떤 종류의 비이온 계면활성제는 거품을 없애는 소포제로 사용된다. 비이온 계면활성제는 특히 유화력이 우수해 크림, 로션 등의 유화제나 화장수, 스킨 같은 가용화제로 쓰인다.




계면활성제는 이름이 여러 개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계면활성제는 비누다. 비누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3000년 경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에 산양의 기름과 재를 1:5로 섞어서 만들었다는 기록이다. 그 후 15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난 근대적인 비누 공업을 시작으로 오늘날에 이르렀다. 계면 활성제가 처음으로 공업화된 것은 1817년 독일의 바스프(BASF)에서 알킬나프탈린설폰산을 생산하면서부터다.

계면활성제는 친수성기와 친유성기의 강도에 따라 용도가 달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름은 세정제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세제나 비누다. 세제나 비누의 친유성기는 때와 강하게 결합해 때 주위를 둘러싼다. 세제나 비누로 둘러싸인 기름때는 잘게 쪼개져서 물속에 분산된 마이셀을 형성해 물에 떠 있다가 씻긴다.






다른 이름은 유화제 또는 에멀젼화제다. 에멀젼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일 수 없는 액체들이 분산된 형태다.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넣는 것이 유화제다. 유화제에는 천연 유화제도 있고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 유화제도 있다.

대표적인 천연 유화제로는 레시틴이 있다. 1844년 프랑스의 고블리(M. Gobbley)는 질소와 인을 함유한 지방을 달걀의 노른자에서 분리해 그리스어로 달걀노른자를 의미하는 레이토스라 명명했다. 이것이 레시틴이다. 학술용어로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lcholine)이다. 인산·콜린과 2분자의 지방산이 글리세롤에 결합된 구조이며 인지질의 일종이다. 계란 노른자에 식용유를 넣고 계속 저어주면 마요네즈가 만들어진다. 계란 노른자에 포함된 레시틴이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계란 노른자 한 개에는 약 2g 정도의 레시틴이 들어 있다. 불균일 혼합물인 우유가 균일 혼합물처럼 보이는 이유도 레시틴 때문이다. 우유는 물, 지방, 지질 단백질이 잘 분산된 에멀젼 상태인데 그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레시틴이다. 유화제는 아이스크림이나 커피프림, 화장품에도 첨가돼 있다.

그러나 계면활성제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 1월, 순천향대의 연구팀은 3년 동안 계면활성제의 세포 독성 여부를 조사하고 107명의 임상환자를 분석한 결과, 계면활성제가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논란이 된 계면활성제는 생활용품에 전반적으로 사용되는 종류로 식기세척제, 주방세제, 세탁세제, 샴푸, 화장품 등에 들어있는 물질이다.

관련 업체들은 일단 식약청의 권고 기준에 맞췄으며 제품 등에 포함된 계면활성제는 미량이므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계면활성제는 워낙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에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불안감이 확산되자 많은 화장품과 세제 업체에서는 저렴한 합성 계면활성제 대신 천연 계면활성제로 성분을 바꾼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세정제, 유화제에 이은 계면활성제의 또 다른 이름은 가용화제다. 가용화제는 용매에 대한 용해도가 낮은 물질을 용해시켜 주는 물질이다. 화장수나 향료 등을 만들 때 쓰인다.



첨단 과학속의 계면활성제

계면활성제는 의외의 곳에서도 쓰인다. 바로 현대 첨단 과학 분야인 나노 기술이다. 나노 기술(Nano Technology; NT)이란 원자나 분자 정도의 작은 크기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조립, 제어하며 그 성질을 측정, 규명하는 기술을 말한다. 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로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에 해당한다. 계면활성제는 이렇게 작은 나노 입자의 모양을 결정하는데 쓰인다. 계면활성제는 그 농도나 종류에 따라 막대모양이나 평면 모양 등 다양한 모양이 가능하다. 다양한 모양의 마이셀에 나노 입자를 넣어주면 계면활성제 표면에 붙어 나노 입자들은 마이셀의 표면과 같은 형태를 이룬다. 예를 들어 효과가 좋은 촉매를 만들려고 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나노 입자의 모양을 벌집모양처럼 만든다면 표면적이 넓어져 더 효율적인 촉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나노 입자의 모양을 결정할 수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분자 나노입자를 합성할 때도 계면활성제를 첨가해 에멀전 중합법으로 합성하는데, 계면활성제로 인해 균일한 고분자 물질 합성이 가능하다. 또한 염료 감응형 태양 전지를 만들기 위한 혼합액을 제작할 때도 계면활성제가 이산화티타늄 나노 파우더를 고르게 퍼트려서 전지의 효율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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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손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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