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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에너지 산업은 촉매가 이끈다



2004년
무더운 여름, 서울대 응용화학부 대학원 석사 졸업 한 학기가 채 남지 않았을 때, 필자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연구실 선배가 새로 부임한 송인규 교수님이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할 학생을 모집한다고 하니 한번 지원해 보라고 권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송 교수님은 권위적이기 보다는 학생의 눈높이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순박하고 솔직한 분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교수님과 함께 연구하기로 결심하고 박사 과정을 지원했다. 필자를 선택하고 믿어준 지도교수에 대한 인간적인 큰 믿음이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촉매 연구에는 촉매 제조 장비부터 촉매 특성 파악에 필요한 분석장비, 촉매의 활성을 평가할 평가장비가 필요하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교수님과 함께 실험실 세팅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1년 정도 지나 실험실다운 환경이 갖춰질 무렵, 넓은 공간으로 이사를 했다. 실험실 세팅을 다시 반복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실험을 할 때 사용하는 실험장비, 분석장비에 대해 정말 잘 알게 됐다. 지금은 이 경험이 실제 회사 생활에 소중한 자산이 됐다.

촉매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산업분야에서 촉매의 역할은 잘 모른다. 촉매는 정유회사의 원유 정제에서 휘발유, 경유 및 등유의 품질과 제품 생산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석유화학 회사의 경우 값싼 원료로부터 고효율 방식으로 고부가 가치의 제품을 얻고자 한다. 이때, 촉매가 활용된다. 화학산업에 활용되는 촉매는 값이 싸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기물과 금속 물질들을 주로 쓴다. 필자는 분자촉매 반응공학연구실에서 금속 촉매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게 분산하고, 반응 시에 원하는 생성물이 생성되도록 촉매반응을 유도하는 촉매를 설계하는 연구를 했다.

정유, 석유화학 산업과 맥을 같이하는 촉매 연구도 최근 나노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급속히 발전해 다양한 분야로 응용된다. 필자는 촉매연구 경험을 살려 2009년 정유회사인 SK 에너지 연구소에 입사했다. 원유를 정제하거나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정유회사를 넘어서, 최근에는 차세대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글로벌 에너지 회사(Global Energy Company)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촉매 기술을 활용해 폐기성 유기물과 바이오매스를 연료 또는 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년 동안의 연구실 생활을 돌이켜보면 분자촉매 반응공학연구실에는 교수님과 학생들의 열정이 살아 숨쉬었고, 끈끈한 정이 있었다. 지금의 후배들도 선배들 못지 않은 열정과 패기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촉매 연구실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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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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