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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에 항상 등장하는 토의·토론 과제는 학생들의 지식 측면뿐 아니라 문항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윤리적 가치관, 사회문화에 대한 학생의 생각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사용된다. 물론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식견을 파악하고 팀을 이뤄 리더십이나 팔로우십을 발휘해 팀워크를 이루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과제로 볼 수 있다. 수학자와 과학자의 연구나 생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구자의 개인적인 윤리 판단에 따라서 인류에 해가 될 수 있는 연구를 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장차 사회를 이끌어갈 과학자를 기르는 것이 주된 목표인 영재학교나 과학고에서는 이 부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특히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과학이론이 기존의 종교나 윤리 영역과 겹치거나 상충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생물학이 유전자 기술에 기반을 둔 바이오 테크놀러지(BT, biology technology)로 영역이 확장되면서 생물 복제, 특히 인간 복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환경오염에 대한 판단이나 지구 온난화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접근, 원자력 발전에 대한 가치 판단 등이 있다. 수학과 과학을 전공하고 새로운 과학기술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의견과 판단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토의·토론은 매우 중요하다.


토의·토론 문제 어떻게 나오고 있나

그렇다면 토의·토론 문제는 어떻게 출제되고 있을까. 초기 영재학교 캠프에서는 주로 개인적인 윤리 판단에 대한 문제가 나오곤 했다. “가족 중 한 명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맞을까? 숨겨주는 것이 맞을까?”와 같은 문제였다. 이렇게 개인의 생각을 묻고 그러한 판단에 대한 근거를 찾아 서로 토론하는 과제를 진행하면 윤리적으로 허용되는 한계에 대한 학생 개인의 성향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성향만으로는 적절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인품을 갖고 있다고 해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나 사회적인 흐름 속에서 가치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다. 또한 조직의 잘못된 방침에 대해서 전혀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다. 최근 영재학교에서 토의·토론 과제로 등장하는 주제들은 크게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사회적 현상에 대한 질문이다. 예를 들면 학교 폭력, 이공계 정책, 장기 이식 등에 대한 것을 묻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유형은 수학·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거나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우주센터를 유지해야 하는가?”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가?” 등의 문제가 나온다. 이 외에도 개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열린 형태의 토의·토론도 이뤄진다. 여기서는 앞서 이야기한 주제 중에서 두 가지를 들어서 어떤 사고가 필요한지 정리하고자 한다.

이번 호의 내용은 기출문제를 보고 바로 설명을 읽지 않도록 한다. 자신의 생각이 생기기 전에 선생님의 답안을 보게 되면 대부분의 학생이 답안에 휩쓸려 스스로 생각을 할 기회를 잃고 만다. 문제를 보고 먼저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자료도 찾아보는 시간을 갖자. 그런 다음 설명을 봐야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형준쌤의 분석 당시 상황으로 보아 매우 시의적절한 문제였다. 특히 사회적인 정책 결정을 다루는 경우에는 그해에 일어났던 여러 굵직한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 2010년 6월 10일 나로호의 2차 발사가 폭발로 이어지면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이러한 사업이 과연 과학기술이나 사회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실제로 과학기술이 관련된 여러 이슈들의 경우에는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단순히 사고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의 설명이 이뤄진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각종 논평이나 주장이 나온다. 먼저 이들을 꼼꼼히 읽고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지, 혹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주장을 갖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당 사건을 바라볼 줄 아는 학생이라면 복합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예시답안 본격적으로 문제에 대해 생각하자. 우선 우주기술의 발전을 살펴보자. 구소련이 처음으로 우주비행사를 배출하고,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린 이후 소련과 경쟁관계에 있던 미국은 우주개발에 열을 올려 1960년대에 드디어 달에 인류의 발자국을 남겼다(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은 지난 8월 사망했다). 이어 태양계의 여러 행성에 대한 근접 조사는 물론이고 우주 망원경과 지상의 대형 망원경들을 이용해 깊은 우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주축이 된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등이 자국의 기술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협력해 만든 국제 우주정거장이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 우주 개발에는 당연히 많은 비용이 들고 유인 우주선의 발사와 귀환에는 인명 사고의 위험마저 존재한다. 그런데도 왜 우주개발사업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일까? 우주개발은 돈 먹는 하마에 불과한 것일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 용품 중 상당수는 우주 개발을 통해 얻은 기술이 민간으로 전파된 것이다. 프라이팬이나 옷의 표면을 코팅하는 테플론이나 고어-텍스와 같은 물질은 우주 개발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개발된 것이다.

휴대전화로 외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외국에서 벌어지는 올림픽 경기를 실시간으로 텔레비전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도 통신위성의 발전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이처럼 우주개발을 통해서 얻어진 기술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가 이어지더라도 계속 다시 시도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올해 민간 기업에 의한 인공위성 발사가 이뤄졌다. 게다가 지구 저궤도까지 비행체를 타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우주관광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물론 우주개발 자체에만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주개발 말고도 기본적인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야 하겠지만 필요에 따라, 또는 국가적인 전략에 따라서 재원을 적절히 공급하고 그에 관련되는 수학/과학자들을 키워야 한다.


2013학년도 경기과학고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가?”

예시답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발전소의 원자로 냉각장치가 멈추면서 내부의 열이 높아져 원자로 노심이 녹아버리는 멜트다운(meltdown)현상이 발생했다. 전세계가 핵분열 방식의 구형 원자력 발전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원자력 발전소를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늘리고 있던 독일은 바로 원전을 줄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사고 이후 거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점검에 들어간 이후 가동이 중지됐고 실질적으로 원전 없이 2012년 여름을 맞이했다. 화석연료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원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국제유가의 움직임에 의한 영향을 덜 받기 위해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현재의 약 30% 수준에서 더욱 높이려고 계획 중이었다. 후쿠시마 발전소 사고 이후현 정부는 가동 중인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점검했다. 그리고 모두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과연 더 좋은 것일까?



개인당 전기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원활하게 전기가 공급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가능한 비용이 적게 들고 환경오염이 적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다. 현재의 원자력 발전은 어떨까. 원자력 발전소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다른 발전소에 비해서 월등히 많다.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린다.

원자력 발전과정 자체에서는 온실 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원료인 저준위 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온실 가스 뿐 아니라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는 적정 수명이 지나면 폐기하고 방사능의 영향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관리해야 한다. 사용 후 연료를 포함한 고·저준위 폐기물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모두 따진다면 원자력 발전이 좋은 대안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원활한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을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대안처럼 볼 수도 있다.

현재 인류의 에너지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와 함께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연구는 생물다양성의 감소와 모두 연결된다. 당장의 대안이 원자력 발전소를 늘리는 것이라면 수십 년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에 대한 대안도 반드시 생각해봐야한다.

형준쌤의 분석
앞서 살펴본 우주개발과 관련된 주제와 마찬가지로 이 주제도 신문과 잡지에서 관련된 기사를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또는 관련된 정부기관이나 NGO(비정부기구)단체 등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주제를 받았을 때는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토의·토론 과제는 개인이 갖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판단과 우선순위도 살펴볼 수 있는 과제다. 더불어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지 등 시험만으로 알 수 없는 역량도 확인할 수 있다.

평소에 이런 과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들을 찾아보고 스크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각 언론 매체에서 ‘올해의 10대 뉴스’ 등을 선정한다. 과학계나 수학계에서도 10대 뉴스와 같은 이슈들을 선정한다. 이런 내용들을 평소에 눈여겨 보자. 단순히 토의·토론 과제를 잘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관심 영역을 찾고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교과서를 통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입하는 것은 공부에서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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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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