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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ech]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


필자가 공부하고 있는 미국 대학에서도 남녀 교수 비율이 꽤 차이가 난다. 특히 이공계는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 한 한국과 미국의 반응은 대조적이다. 미국은 인구의 절반이나 되는 여성 을 아직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 있다. 반면 한국에 서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은 여전히 실망스럽다. 유명 개그맨은 여성을 인 간 이하의 존재로 비하하고, 기를 죽이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협박이 좋다 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우리 사회의 이런 여성 혐오는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변화를 막는 누르기와 회유

인간은 변화를 싫어한다. 변화는 적응을 요구하고 적응에는 많은 에너 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그 변화가 권력의 이동과 같이 자신의 정체성과 지 위를 위협하는 문제라면 더욱 거세게 저항한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가 자 신의 소리를 내 권력이 이동할 때, 사회적 약자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자 연스럽게 기존 체계를 옹호하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

사회가 새로운 물결을 막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가장 손쉬 운 방법은 '피해자 비난하기'다. 너희가 약자인 것은 사회적 차별 때문 이 아니라 순전히 너희가 못난 탓이라고 주장한다. 특정 인종과 성별 은 열등하며 고로 차별은 정당하다는 메시지가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상대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논리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이 전략의 희생양이 된 것은 '여성'이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여성을 경계한 다. 예컨대 부인이 남편보다 더 소득이 높은 가 정은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부인과 남편 모두 더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지어 남성에 게서 발기부전이 나타날 확률도 더 높다. 부 인의 소득이 높을수록 가정폭력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여자는 개 인적이다' 같은 이야기로 여성의 능력과 자질을 깎아 내리는 경우도 많고, '여자는 여자답게 살아 야 한다' 같은 회유성 메시지가 만연하다.



경멸과 찬양 사이

차별이 심한 국가일수록 여성에 대한 '경멸'과 '찬양'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성의 인권 수준이 낮을수록 '개념녀(주로 순응, 희생적인)'가 존재하며 이 조건에 맞는 여성을 칭송한다. 반면에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경우에는 가혹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이 전략은 사람을 훈육하는 '행동 수정'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내가 원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칭찬을, 멈추길 바라는 행동에 대해서는 벌을 주면 칭찬 받는 행동을 계속하고 벌을 받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이 원칙은 상당히 강력하다. 실제로 성차별적인 사회에 살아가는 여성들은 그 사회의 남성들보다도 더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며, 스스로 개념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개념녀에서 벗어나는 순간 삶이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나도 여자지만 여자가 이래선 안 돼'와 같이 앞장서 여성을 비하하며 자신과 같은 여성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나는 남자니까 지금 이대로 사는 것에 만족하며 가만히 있는 것은 어떨까. 불평등한 세상은 여자도 불행하지만 남자도 불행하다. 성차별의 핵심 기제는 성별로 사람의 특징을 나누고 삶을 옭아매는 것이다. '여자는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사회는 남성도 비슷한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남녀 모두 삶의 자유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성이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한 사회일수록 가정생활에 충실한 남성은 조롱과 왕따의 대상이 된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에 제약이 클수록 남성들이 경제적인 짐을 많이 지게 되는 것 또한 남성을 괴롭히는 고정관념이다. 변화는 모두에게 두렵고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화가 두려워 눈을 가리면,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상황만 더 악화될 뿐이다. 마법 같은 해결책을 만들진 못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사회는 항상 이렇게 바뀌어왔다. 성차별 문제에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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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박진영 작가
  • 일러스트

    더미
  • 에디터

    송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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