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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수시 미래인재 전형 합격생 인터뷰 “진로고민은 중학교 때 시작하라”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무한긍정 균도교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균도 군의 표정에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별명도 하회탈처럼 웃음에 관련됐다고 한다. 기분이 우울한 친구들도 김 군과 10분, 20분만 있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건축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마냥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김 군에게 꿈에 대해 물었더니 진지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군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건축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어했다.

“시공을 하거나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주와 설계자 사이에 소송이 많아요. 그런데 건축을 잘 아는 전문 변호사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건축을 전공한 건축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이런 분쟁을 잘 해결하는 게 꿈이에요.”

김 군은 자신의 꿈과 희망 직업, 해당 분야에 필요한 지 식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희망 진로에 대한 고민은 중학교 2, 3학년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고등학교 입학한 뒤 문과나 이과를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으며, 대입 원서를 쓸 때도 좀 더 수월하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균도 군의 경우가 그렇다. 이미 중학교 때부터 진로를 고민한 덕분에 고등학교 1, 2학년 때 구체적인 꿈을 정할 수 있었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림대회에 나가서 입상하기도 했고요. 게다가 인문학 책 읽기도 좋아했어요. 특히 역사는 정말 좋아했죠. 공간적인 걸 다루고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생각을 전개하는 수학도 좋았어요. 뭘 할지 정할 수가 없었어요. 인적성 검사를 해도 인문·자연 성향이 딱 반반으로 나왔어요. 성적도 그렇고요.”

이런 경우 학생들은 문과, 이과 선택을 하면서 고민에 빠진다. 문·이과 선택을 고민하다가 정작 꿈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김 군은 일단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과 관심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 공학이나 수학 지식과 함께 예술과 인문적 소양이 필요한 건축분야가 제격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일하시는 건설현장에 종종 가서 다양한 건축물을 본 것이 계기라면 계기였다. 김 군은 종가집 종손답게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편히 지내실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면서 “사람이 편안한 집을 짓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관심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건축 분야의 다큐멘터리나 EBS 지식채널의 영상을 찾아봤다. 고등학교 때는 건축 분야 책도 찾아서 읽었다. 그 중 ‘일하는 예술가들(강석경, 열화당)’에서 소개한 건축가 김중업을 존경하게 됐다. 건축박람회도 찾아다니고 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는지 궁금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배우는 과목을 미리 찾아봤다. 선택과목도 대학의 교육과정을 참고해서 선택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순전히 본인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부족한 부분은 정면 돌파로 격파!

김균도 군은 한양대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춤을 잘 추냐고 물었더니 “몸치라서 일부러 댄스 동아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피하거나 꼼수를 부리기보다 정면으로 부딪쳐서 이겨내는 것이 ‘균도 스타일’이다.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학이나 화학, 생물, 지구과학은 좋아했지만 물리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성적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과학Ⅰ을 다 배우고 과학Ⅱ를 선택할 때 유일하게 물리Ⅱ를 선택했다. 보통 내신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하는데, 특이했다.

“건축공학과 교육과정을 찾아보니 물리가 많이 쓰이더라고요. 그런 이유도 있지만 안 좋아해서 더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선택했어요. 정말 어려웠어요. 물론 과학과목 내신 중에서 물리Ⅱ 성적이 가장 낮긴 해요. 그래도 물리Ⅱ를 선택한 50명이 넘는 친구들 중 6등을 할 정도 수준이 됐어요.”

물론 정면 돌파만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1학년 때 성적이 잘 나오던 수학이 2학년 때 속을 썩인 것이다. 원래 내신 1등급을 받다가 2학년 때 2, 3등급으로 떨어졌다.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았고 선행학습도 따로 하지 않았는데, 2학년 때 수학Ⅰ,Ⅱ와 기하와 벡터, 미적분과 통계기본, 4과목을 배우니 힘들었다. 자신 있던 수학에서 미끄러지자 다른 과목도 함께 슬럼프에 빠졌다.

“처음에는 정말 수학만 공부했어요. 수학 성적을 빨리 올려서 자신감을 되찾으려고 했는데 쉽게 오르지 않더라고요. 다른 과목 공부도 해야 했고요.”

그래서 길게 보고 꾸준히 공부했다. 좋아하는 수학 선생님의 보충수업을 신청해서 듣고 선생님을 따라다니면서 질문도 많이 했다. 몇 년 치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다 풀었다. 틀린 문제를 공책 한 페이지에 쓰고 다른 한 페이지는 반으로 접어 반쪽에 그날 풀이를 썼다. 나머지 반은 다시 풀 때 쓰려고 비워뒀다. “제 방에는 큰 화이트보드가 있어요. 선생님처럼 화이트보드에 수학문제를 쓰면서 풀었어요. 저 자신에게 가르치듯이 말하면서 풀면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잘 들어와요. 게다가 졸리지도 않아요. 쓰는 자체도 재밌고요.”

이렇게 2학년 내내 노력한 것이 3학년 1학기에 빛을 봤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기하와 벡터, 적분과 통계 두 과목 모두 1등을 한 것이다. 게다가 1, 2학년 때는 장려상도 받지 못했던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3학년 때 당당히 최우수상을 받았다. 균도 군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입학사정관제에서는 특히 성적 변화추이가 중요하다.



“지역사회에 도움 주는 학교”

종손이라서인지 균도 군은 철이 일찍 들었다. 친구들 중에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하고 싶었고 학교가 속한 지역사회에 도움
을 주고 싶었다.

고교 1학년 때 반장을 할 때 부산광역시학생교육원에서 주관하는 지도자과정에 참여했다. 부산시내 고등학교 반장이 거의 모두 모인 자리였다. 그는 여기 모인 수백 명의 친구들이 다 같이 잘 어울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총학생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아이들을 웃기기도 하고 레크레이션 진행도 맡아서 했다. 2박 3일 과정 후, 서먹하던 아이들은 누구보다 친한 친구가 됐다.

이렇게 단체를 이끌다 보니 고등학교도 이끌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회장에 출마했다. 단순히 자리욕심이 나서가 아니었다.

“우리학교가 속한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학교 주변이 6·25 때 판자촌이었던 지역이라 저소득층이 많아요. 뭔가 하고 싶었어요.”

그는 교육멘토링봉사를 생각했다. 학생회장이 된 후 학생회 안건으로 제출했다.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6개 지역아동센터와 결연을 맺었어요. 저희 학교 학생 100명 정도가 센터에 방문해서 그 곳에 모인 아이들에게 수학, 과학을 가르쳤어요. 친구처럼 때론 부모처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했죠.”

일주일에 한번 센터에 가서 봉사를 했다. 물론 친구들과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전공을 이용해 할 수 있는 봉사를 한 것이다. 단순히 봉사시간만 채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양대로 가는 길

스펙을 위한 스펙이 아니라 희망하는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했고 순수한 호기심으로 활동을 이어나갔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원서 접수 두달 전부터 미리 작성해 놓고 계속 수정했다.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조언을 받았다.

“여러 선생님께 보여드렸어요. 국어 선생님은 글의 흐름과 맞춤법을 잘 보시고, 과학 선생님은 과학 부분을, 제 활동을 잘 아시는 분은 활동 부분을 지적해 주셨죠. 선생님들이 조금 피곤해 하셨지만 그때마다 항상 웃으면서 부탁드렸어요.”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정리에 신경 썼다. 김 군은 “입학사정관도 사람이니까 보기 편하게 깔끔하게 정리했다”며 이를 위해 “선배들의 정리법을 참고했다”고 한다. 어떤 활동이건 활동이 끝난 후 아무리 피곤해도 일기 쓰듯이 느낀점과 활동내용을 기록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나중에 활동한 걸 쓰려고 하면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쓰기 시작했죠. 포트폴리오 정리할 때 다른 친구들은 그제야 느낀 점을 쓰는데, 저는 미리 써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단축됐습니다.”

미래인재 전형에서 면접은 해당전공 교수 면접 10분과 입학사정관 면접 10분, 총 20분이 걸린다. 면접을 시작할 때 노크를 하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에 직접 노크를 하고 인사했다. 나올 때도 인사를 했다. 의외로 긴장한 상태에서 인사를 생략하는 수험생이 많다. 기본적인 예절을 잊지 않도록 연습을 충분히 하고 가는 것이 좋다.

김균도 군은 현재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 모임인 ‘학스(HACS)’의 대표다. 학스는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모의전형캠프’의 스텝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고등학생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한사랑 봉사활동’도 한다. 김 군은 얼마전에도 학생들과 태안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고등학생들에게 멘토로서 전공이나 입시에 대한 조언도 한다. 그는 “몸은 힘들지만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이나 보람이 중독성이 있다”며 웃는다. 그의 주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긍정의 에너지가 더 넓은 곳까지 미치는 날이 올 것 같다.


201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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