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의 핵분리로 만들어지는 인공원소인 플루토늄은 핵무기와 고속증식로의 원료가 된다. 플루토늄을 일본이 대량 확보하고 있어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플루토늄(Pu)은 일반적으로 인공원소라고 알려져 있으며 사용하고 난 핵연료 중에 소량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천연에 전혀 없지는 않다. 피치브렌드와 같이 우라늄 함유율이 비교적 높은 광석중에서 미량의 플루토늄이 발견되고 있다. 이것은 천연우라늄에 함유되어 있는 ${ }^{235}$U의 자발적 핵분열에 의해 생긴 중성자나, 알파(α)분리에 의해 생성된 α입자와 경원소와의 반응으로 방출되는 중성자 등이 ${ }^{238}$U에 포획되어 생성된 것이다.
한편 인공원소로서의 플루토늄은 1940년 미국의 시보그 박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사이크로트론에서 중양자(重陽子, 중수소의 원자핵으로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하나로 이루어짐)를 우라늄에 조사(照射)하는 실험에서 플루토늄의 생성을 발견해냈다.
플루토늄이란 명칭은 태양의 주위를 돌고있는 9번째의 행성인 명왕성(Pluto)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인데 그것은 아마도 명왕성이 발견된 얼마후에 플루토늄이 발견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플루토늄이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이 기간중 미국에서는 맨하탄계획에 의해 원폭의 원료로써 플루토늄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때 사용하던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는 운전 도중에 핵연료를 쉽게 뽑아낼 수 있는 구조로서 체르노빌 원자로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것이었다. 이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단기간 연소시킨 후 뽑아내었는데 그 이유는 장기간 연소시킬 경우 ${ }^{240}$Pu, ${ }^{238}$Pu 등의 불순물이 많이 생겨나 핵무기로서는 적합치 않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이 바로 이 플루토늄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약 13㎏의 플루토늄이 사용됐다.
핵무기에는 ${ }^{239}$Pu 가 90% 이상 돼야
플루토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원소라고 하는데 그러면 이 플루토늄을 탄생시키는 원료, 즉 플루토늄의 모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천연우라늄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 }^{238}$U이다. ${ }^{238}$U은 원자로 내에서 여러가지 경로를 거쳐 ${ }^{239}$Pu가 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핵연료 중에는 238U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핵연료의 연소 도중 플루토늄이 생성된다. 이와 같이 핵연료 내에 생성된 ${ }^{239}$Pu는 그 일부가 기존 핵연료와 함께 연소되어 에너지를 생산하는 역할도 한다.
시보그에 의하면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30~40%는 원자로 내에서 생성한 플루토늄의 연소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연소되지 않은 플루토늄은 방출 핵연료 중에 잔존하게 되는데 생성된 플루토늄의 총량과 플루토늄 동위체의 조성은 원자로의 종류, 핵연료의 종류와 형태, 또 원자로 내에서의 연소기간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가동하고 있는 경수로(PWR)의 경우를 보면 3년간 사용하고 난 핵연료 중에는 약 1%의 플루토늄이 함유되어 있고 그 중 ${ }^{239}$Pu 동위체의 함량은 70% 정도다.
플루토늄은 원자번호가 94번이며 질량수 232~246의 범위에 걸쳐 다수의 동위체(원자번호는 같으나 질량수가 다른 동위원소)있다. 대표적인 동위체의 종류 및 성질은(표)와 같다.
이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동위체는 반감기(방사성 분리에 의하여 원자수가 처음의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가 길고 α 방사선을 내는 α 방사체다. 실제 플루토늄은 몇가지 동위체의 혼합물로 존재하는데 이들 동위체 가운데 핵연료 물질로 지칭되는 대표적인 것은 핵분열성을 가진 ${ }^{239}$Pu이다. 원자로 내에서 생성된 플루토늄은 통상 순수한 ${ }^{239}$Pu가 아니고 ${ }^{240}$Pu, ${ }^{241}$Pu등이 혼합된 것이므로 ${ }^{239}$Pu의 함량에 따라서 핵연료급 플루토늄과 핵무기급 플루토늄이 구별된다. 핵무기급 플루토늄은 ${ }^{239}$Pu의 함량이 90% 이상이어야 하므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수한 원자로를 이용하여 계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이저 1호의 연료전지로 쓰인 ${ }^{238}$Pu
플루토늄은 비중이 19.8이나 되는 무거운 금속 물질이며 일반적인 존재 형태는 산화물이나 질산염이다. 핵연료의 경우 가장 흔한 형태는 산화물인 흑갈색 분말이다. 또 재처리 과정에서 얻는 질산염은 황갈색의 분말이다. 질산 용액에 녹아 있는 경우는 PH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데 황갈색에서부터 녹색까지의 범위에 속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원자력의 가공할 위력은 온 지구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위력을 잘 이용하여 인류의 복지를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이 싹트고 있었다. 1953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선언함으로써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된 원자력 산업의 태동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플루토늄 또한 핵무기로의 용도보다는 평화적인 목적의 이용, 즉 핵연료와 특수 에너지원(우주산업 및 의료용)으로 기술이 개발되어 왔다.
사용후 핵연료 중에는 플루토늄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을 뽑아내는 일련의 처리과정을 '재처리'라 부른다. 재처리하여 회수한 플루토늄을 핵연료로 다시 재순환 사용하는 것을 통상 닫힌 핵연료주기(closed nuclear fuel cycle)라 하며 그 반대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고 땅 속 깊이 영구 처분해버리는 것을 열린 핵연료주기(open nuclear fuel cycle)라 부른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원자력 선진국에서는 액체금속 원자로(고속증식로)의 연료로써 플루토늄을 사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 핵연료 기술이 이미 확립되어 있으나 액체금속 원자로 자체의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대량의 플루토늄은 아직 핵연료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누적된 플루토늄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혼합한 혼합 산화물(MOX) 핵연료를 기존의 경수로에 부분적으로 장전, 사용하고 있다.
네겹으로 포장해 수송
플루토늄 동위체 가운데 ${ }^{238}$Pu 역시 공업적으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α선에 의한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초소형의 전지와 소형 발전기를 만들 수 있으며 ${ }^{238}$Pu로 부터 γ선이나 X선의 발생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방사선 차폐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0.1~1㎽의 최소형 전지는 인공심장을 박동시키는 전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1~5백W의 소형 발전기는 우주선 내부의 전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의 행성탐사 위성인 보이저 1호에 장착된 연료전지도 바로 이 ${ }^{239}$Pu으로 만든 것이다. 발사 후 지금까지 10년 이상 비행을 계속하면서 태양전지의 효과가 없는 어두운 곳에서도 지구로 송신을 계속해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연료전지의 덕택이다.
플루토늄은 철도 도로 해상 또는 항공 수단에 의한 수송이 가능하다. 도로 수송에서는 1대의 트럭에 적재할 수 있는 플루토늄 격납용기의 수가 일반 차량의 법정 중량 제한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규칙에 의하여 제한되고 있다.
플루토늄은 수송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포장 절차를 거친다. 즉 플루토늄 산화물 분말을 금속용기에 넣고 밀봉한 후 플라스틱 재료로 일차 포장을 한다. 이것을 다시 금속용기에 넣고 밀봉한 후 나무 상자로 2차 포장을 하여 운반 장비에 적재하게 된다. 2차 포장재로 쓰이는 나무 상자는 안쪽을 카드뮴(Cd)으로 내장하여 핵임계사고를 방지한다. 또 나무 상자의 바깥은 철판을 입혀 취급시 외부 손상을 방지하게 된다.
대부분의 플루토늄 동위체는 α방사체이기 때문에 두꺼운 차폐벽을 갖춘 공간 내에서 취급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림)과 같은 장갑상자(glove box)라고 하는 밀폐공간 내에서 취급하면 된다. 상자벽에 고무장갑이 매달려 있어 작업자가 이 장갑을 끼고 상자 내부의 플루토늄을 취급하게 되어 있다. α방사선은 투과력은 약하지만 그 물질이 호흡이나 음식물을 통하여 체내에 침투되면 생체조직에 침착되어 체외로 쉽게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장갑상자는 내부의 압력을 항상 대기압보다 약간 낮은 압력으로 유지하여 상자 바깥으로 오염된 공기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함으로써 플루토늄을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다. 한편 상자 내부의 오염된 공기는 HEPA 필터를 거쳐서 배기되므로 플루토늄 에어로졸의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아카쓰키호 플루토늄 해상수송의 의미
엄청난 핵잠재력에 첨단 마이크로전자기술을 결합한다면 일본은 단시일 내에 핵강대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프랑스에서 재처리한 플루토늄 1t을 싣고 지구를 반바퀴나 항해한 일본의 플루토늄 수송선 아카쓰키호가 지난 1월 5일 이 바라키현 도카이무라 일본원자력발전소 전용항에 도착했다. 이날 현지에서는 세계적인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와 일본 민간단체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해상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아카쓰키호의 입항을 막지는 못했다.
2010년까지 약 1백t의 플루토늄을 확보하려는 일본의 제1단계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일본은 앞으로 30t 가량의 플루토늄을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수입하고 나머지는 도카이무라 재처리공장과 오는 99년부터 가동되는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에서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은 이미 80년대초부터 강력한 원전드라이브정책을 펴오고 있다. 미국 옛소련 프랑스 영국에 이어 원자력 생산 5위인 일본은 현재 41개의 원전을 2010년까지 78개로 늘려 전력생산에 있어서 원자력비중을 현재의 26.6%에서 43%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더구나 기술부족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다른 선진국들이 개발을 보류하고 있는 고속증식로의 실용화에 도전, 일본 최초의 고속증식로 몬주원전(후쿠이현 소재)을 94년부터 본격 가동하려고 힘쓰고 있다. 일본이 2010년까지 확보하려는 대량의 플루토늄은 이 고속증식로를 돌리는 핵연료가 된다.
일본은 플루토늄 확보 뿐 아니라 거대한 핵처리시설을 잇따라 건설하고 있다. 혼슈(本州) 북단의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는 수년전부터 일본 최대의 원자력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핵연료주기 3대시설인 핵연료농축공장 핵폐기물처리장 핵재처리시설 등이 이곳에 집중적으로 건설 중이다.
연간 1백50t 규모의 농축공장은 이미 지난해초 본격 가동에 들어갔으며, 폐기물처리장은 지난해 1백만드럼 규모가 완성됐고 현재 이를 3백만드럼 수준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또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해내는 핵재처리시설도 97년경 완성돼 99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 시설이 완성되면 일본은 핵연료 농축에서 가공 연소 재처리 저장에 이르는 완결된 핵주기를 갖게 된다. 참고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이 세가지 시설 가운데 어느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일본은 우라늄 자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우라늄을 플루토늄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플루토늄을 고속증식로의 연료로 사용할 경우 우라늄 보다 적은 양으로 훨씬 지속적으로 원전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시일내에 핵강대국으로 부상할 것"
일본이 완결된 핵주기를 갖춘다고 해서 우리가 배아파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핵재처리시설과 대량의 플루토늄 보유는 그것이 유사시에 곧바로 핵무기제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본의 핵무장과 직결돼 있다. 즉 플루토늄은 고속증식로의 연료도 되지만 그것보다는 이제까지 핵무기의 원료로 더 많이 쓰여왔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원자탄은 플루토늄이 10㎏ 정도 들어갔는데 이 계산대로라면 1백t의 플루토늄으로 1만개 가량의 원자탄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에 버금가는 숫자다. 우리가 그토록 우려했던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이 95년까지 50㎏ 정도였으니 일본과도 벌써 단위부터 다르다.
더구나 일본은 세계가 인정하는 전자왕국이다. 엄청난 핵잠재력에 첨단 마이크로전자기술을 결합한다면 단시일내에 핵강대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현존하는 어떠한 핵무기라도 3개월 안에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이 소련의 붕괴 이후 일본을 최대의 가상적으로 삼을 만도 하다.
일본은 "플루토늄이 우라늄보다 싸고 효율적인 연료"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플루토늄 수송과정에서 13억엔 어치의 플루토늄을 수송하는데 2백78억엔의 수송비가 들었다는 점을 보면 단순한 '경제성'이 아닌 다른 꿍꿍이속이 있다는 의혹을 품게 하고 있다.
일본의 플루토늄 해상수송은 이제 시작이다. 30t의 플루토늄을 나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십번 아카쓰키호가 나서야 한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이 플루토늄이 모험적인 정권이나 테러단체에 강탈되거나 해상사고로 유출되는 최악의 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플루토늄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원소이기 때문에 강한 방사능을 내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이 방사선은 폐암 백혈병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10㎏의 플루토늄을 도쿄만에 떨어뜨리더라도 1천만 이상의 도쿄 시민이 소개돼야 할 것이라도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초현대식 무기를 갖춘 구축함이 호위를 하고 네겹으로 된 각종 용기로 포장을 한다 하더라도 플루토늄 해상수송은 역시 위험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임진왜란과 일제 36년을 겪은 우리이기에 일본이 경제대국에 이어 군사대국으로 치닫는 현상에 경계의 눈빛를 거두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