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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다



96학번인 필자는 초등학교 때 장래 희망 직업을 적는 칸에 아이들이 ‘과학자’라고 적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던 시절의 마지막 즈음에 초등학교를 다녔다. 컴퓨터가 마냥 좋아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필자가 학부 3학년이었을 때 실제로 내가 현실 세계의 컴퓨터 동작 원리를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인지, 내가 과연 어떤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학부 수업이나 두꺼운 이론 서적들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현실적으로 제시해주지 못했다. 이 때 필자의 대학원 지도교수이신 장래혁 교수님을 만났다.

당시 장래혁 교수님은 내장형 저전력연구실을 개방하고 실제로 컴퓨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직접 강의를 했다. 지원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였다. 강의가 시작되자 교수님은 “이 강의는 실습이 매우 많을 것”이라며 “각오하고 수강하라”는 말을 했다. 그 이후 1년 동안은 방학도 없이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나만의 컴퓨터’를 만들어보겠다는 집념 하나로 컴퓨터공학과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때 만든 컴퓨터는 모토롤라 68000 프로세서(필자가 어렸을 때 오락실 기계들이 애용하던 프로세서)가 16MHz(메가헤르츠, 1MHz=106Hz)로 동작했다. 여기에 512KB(킬로바이트) SRAM, 128KB ROM을 탑재하고 3인치 8컬러 LCD와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컴퓨터였다. 여기에 필요한 컨트롤러 및 OS(컴퓨터 운영체제), 드라이버, 응용프로그램까지 모든 것을 나와 친구들이 직접 개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실제로 정말 값진 경험과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이 후 필자는 대학원에 진학해 내장형 시스템(Embedded System), 저전력 시스템(Low-Power System)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DAC, ISLPED, DATE, ASP-DAC 학회 등 컴퓨터 공학계에서 영향력있는 학회에서 논문도 발표했다. 특히 저명한 ISLPED 학회 저전력 디자인 콘테스트(Low-Power Design Contest)에서 저전력 영상장치 시스템(Low-Power Display System)을 주제로 3년 연속으로 상을 받은 것은 어쩌면 장 교수님의 지도 없이는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대학원에서의 이러한 개발 및 실연 경험은 필자가 2006년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한 뒤, 제품 개발 엔지니어로서 활동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의 기술 개발동향은 엔지니어에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펌웨어 등 모든 분야에 대한 복합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학부 3학년 때 교수님을 만나 처음으로 나만의 컴퓨터를 만든 경험이 복합 기술을 요구하는 현장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대학원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는 향후 어느 위치에서라도 든든한 토양이 된다는 것을 연구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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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심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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