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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공부와 꼼꼼한 준비 부탁한 출제의도

수능 출제위원장인 안희수 서울대 교수가 국회 교육위에 출석, 수능 난 이도와 관련한 의원들의 추궁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올해 수능의 공통과학 평균점은 몇점이나 될까. 수능 문제를 출제하고 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예상한 바에 따르면 상위 50%의 평균이 1백점 만점에 80-82점이 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일선 교사와 수능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과학탐구 영역의 경우 적어도 10-15점은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번 수능이 최근 3년 간 치러진 수능 중 가장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 치러진 수능의 상위 50% 전과목 평균점은 80점 정도로 시험이 다소 쉬운 편이었다. 특히 ‘물수능’으로 불린 지난해엔 상위 50%의 평균이 84.2점이나 됐으며,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와 만점을 받고도 대학 입시에서 낙방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따라서 교육 당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올해 수능이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2002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인 안희수 서울대 교수는 올해의 수능 난이도를 재작년 수준(상위 50% 성적이 77.5점)으로 출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4백점 만점 기준으로 16-37점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60점 이상 떨어진 수험생이 대거 속출한 것이다. 수능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소질과 특기 한가지만 있으면 대학 간다’는 무시험 전형 구호를 믿고 학습을 소홀히 한 ‘이해찬 1세대’의 학습 능력 저하가 원인으로 제시되는가 하면, ‘다소’ 어려우리라는 문제가 목표했던 것보다 2배 이상으로 너무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 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주장은 ‘올해의 수능 문제에 적절하지 않은 문제도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경향이 공통과학 문제에도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보기의 용어 선택 신중해야

문제가 된 공통과학 문제는 인문계 9번, 11번, 26번(자연계는 순서대로 63번, 54번, 38번)이다. 9번 문제는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법 중 저준위 폐기물의 적절한 처리법을 묻는 문제다. 그동안 방사선에 관한 문제는 공통과학의 단골메뉴로 항상 나왔던 문제다. 하지만 올해의 문제는 방사선의 원리가 아니라 방사성 폐기물을 환경과 관련시켰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제시된 ‘보기’였다. 보기로 제시된 방법이 너무 구체적이고 수험생들에게는 생소한 전문적 방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문제 자체가 특별히 과학적 원리를 묻고 있지도 않아 수능의 기본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교육과정평가원 이영락 연구위원은 “이 문제의 출제 의도는 ‘교과서를 폭넓게 공부하라’는 주문이다. 저준위 폐기물의 처리방법은 교과서 구석에 잠깐 나올 정도로 비중이 그리 높지 않지만, 평소에 꼼꼼히 봐둔 수험생이었다면 아마 쉬운 문제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대허용 전력량을 묻는 26번 문제에 대해서도 “물론 질문의 핵심은 보기 (ㄹ)만 알면 된다. 하지만 정답인 ⑤번의 보기가 세개인 이유는 (ㄹ)을 알기 위해 (ㄴ)과 (ㄷ)도 순차적으로 알고 있느냐는 점을 물어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11번 문제의 경우, 보기 (ㄹ)의 원래 표현은 ‘최근 10년 간 분출된 화산재’ 대신 ‘대규모의 화산재’였다고 한다. ‘대규모’라는 표현이 너무 애매하다는 내부 지적이 있자, 이를 ‘최근 10년 간’으로 고친 것이다. ‘10년 간’의 표현 대신 1991년 필리핀에서 대규모로 폭발한 ‘피나투보 화산’도 후보로 올랐지만, 수험생에게 생소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10년 간’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연구위원은, 보기 (ㄴ)의 ‘대기가 없는 경우’와 (ㄹ)의 ‘최근 10년 간 분출된 양 만큼의 화산재’는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출제의도는 온실효과를 제대로 알려주자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수험생은 온실효과라고하면 이산화탄소를 생각한다. 하지만 온실효과에 미치는 이산화탄소의 영향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대부분의 온실효과는 지구 대기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지구 대기가 없는 경우와 지구 대기가 있는 상태에서의 화산재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연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대기학과 이동규 교수는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물론 대기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지표온도는 확실히 차이가 한다. 하지만‘최근 10년 간 쌓인 화산재’라는 표현은 너무 주관적이다”라고 이번 문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수험생이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주어졌더라면 좋은 문제가 될 뻔했다”고 말하며“12년 간 쌓아온 실력을 겨루는 수능인만큼 문제의 출제와 보기의 선택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논쟁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200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대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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