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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주로 가는 문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장래 희망은 얼마나 자주 바뀔까. 어린 아이들은 자고 일어나면 꿈이 바뀐다고 이야기한다. 기자는 조금 달랐다. 어릴 적 처음 접했던 책은 ‘과학앨범’이라는 시리즈물이었는데, 읽자마자 과학자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초등학교 특별 활동반에는 언제나 과학반을 신청했고, 중학교 때는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은 꼭 쓴다는 외국어고등학교 원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비록 떨어지더라도 과학고등학교에 원서를 쓰고 싶었으니까.

그랬던 굳은 결심은 고등학교에서 무너졌다. 이전까지는 현상을 이해하고 간단한 수식만 적용하면 충분했는데, 현대물리학과 천체물리학이 등장하면서부터 순식간에 어려워졌다. 수식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으로 모자라 뭔가 철학적인 느낌이 났다. 별을 관측하는 낭만을 실현시켜 줄 것 같았던 천문학은, 우주 탄생에 대해 설명하면서 순식간에 물리학 수식으로 도배됐다. 도무지 그 수식이 의미하는 바를 해석 할 수 없었던 기자는 과학자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그토록 어려워했던 과학을 쉽게 알리는 일을 한다. 덕분에 고민이 많다. 글을 보는 독자에게 같은 좌절감을 줄 순 없으니까. 그러던중에 기자를 좌절시켰던 우주론에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별똥별 아줌마’라는 별명을 가진 어린이 과학책 저술가 이지유 작가의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시작한 우주론은 프리드만, 르메르트, 허블, 가모브, 앨퍼와 허먼, 파울러 등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기조차 어려운 수많은 과학자의 손을 거친 뒤, 최근 존재할 확률이 99.999999998%라고 발표된 힉스 입자의 주인공, 피터 힉스까지 연결된다. 이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누가 어떤 연구를 했고 누구에게 영향을 줬는지 혼란에 빠진다. 그만큼 20세기 물리학과 천문학은 빠르게 변했다. 거기에 연구마다 방정식을 추가한다면 대부분의 학생이 책을 내던지게 될 것이다.

저자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현대 천체물리학을 설명할 때도 수식을 단 한 줄도 쓰지 않는다.

또 새로운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때문에 ‘헤매고 있을’ 고등학생을 위해 썼다는 말대로, 본격적인 내용을 공부하기 전에 20세기 초반 과학
자들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아인슈타인과 드 지터의 ‘물질로 가득찬 우주’와 ‘텅 빈우주’ 논쟁, 가모브의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우주’와 호일의 ‘정상우주론’ 등 어려운 내용이 과학자들의 삶과 함께 마치 옛날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일반 대중, 혹은 학생에게 우주론은 솔직히 재미가 없는 분야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주론을 연구한 과학자들이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고, 때로는 유치하게 싸우는 모습은 충분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도 흥미롭다.

‘이 책을 읽은 뒤에 다른 과학 책을 보게 된다면 더욱 좋겠다.’

책을 읽은 뒤 저자의 말을 꼭 실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어릴 적 읽다가 포기한 뒤 트라우마로 남은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다. 책장 한 구석에서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을 텐데 차분히 한 장씩 넘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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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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