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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에 펼쳐지는 달의 몰락 부분월식

7월 5일 지구 그림자에 가려진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 월식. 옛날 사람들은 월식이 일어나는 과정을 사나운 불개가 달을 물었다가 너무 차가워 다시 내뱉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여러분은 월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번 여름밤에 펼쳐지는 부분월식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만나보자.

일식은 지구의 좁은 지역에서만, 월식은 그 현상이 일어날 때 밤인 곳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월식이 생기려면 우주공간에 드리워진 지구 그림자 속으로 달이 지나가야 하는데, 이는 태양, 지구 다음에 달이 위치하는 경우다. 따라서 보름이 돼야만 월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매달 보름마다 월식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구와 달의 공전궤도면이 5°가량 어긋나 지구 그림자 속으로 달이 들어오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두 궤도면이 일치할 때만 월식이 일어난다. 보통 1년에 두번 가량 보름날에 월식을 볼 수 있다.

올해도 지난 1월 10일에 펼쳐진 개기월식에 이어서 오는 7월 5일에 부분월식이 나타난다. 지난 겨울에 일어났던 월식을 추위 때문에 못봤다면 이번 여름에 펼쳐지는 또다른 기회를 놓치지 말자.

5시간에 걸친 장관
 

7월 5-6일 부분월식 진행도. 5일 22시 35분에서 6일 1시 15분까지 보름달이 지구 본그림자에 가려지 는 본영식이 일어난다.


7월 5일 서쪽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나면 하늘의 붉은 기운이 채 가시기 전에 동쪽하늘도 살짝 밝아온다. 둥근 보름달이 고개를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를 중심에 두고 달과 해가 시소를 타듯 뜨고 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름달의 빛은 점점 강해지고 밝은 별 몇몇만 드러날 뿐 희미한 별은 숨어버린다.

밤 9시 15분쯤 동남쪽하늘에 낮게 떠있는 달의 왼쪽부분이 조금씩 어두워진다.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에 가려지는 본영식이 일어나기 전, 반그림자에 가려지는 반영식이 시작된 것이다. 반영식은 가려지는 달부분이 크게 어두워지지 않으므로 유심히 살펴야 한다.

10시 반쯤에 이르면 보름달은 반그림자에 모두 가려진다. 평소 때의 보름달보다 어두워 보일 것이다. 잠시 후 달의 왼쪽 윗부분부터 지구의 본그림자에 가려지기 시작한다. 사과를 베먹는 양 지구 본그림자는 달을 조금씩 갉아먹어 달의 모양이 바뀌게 된다.

11시 55분경에 이르면 달이 가장 많이 가려지며 부분월식은 절정에 이른다. 다시 말해 보름달의 윗부분이 절반 가량 지구 그림자에 가려진다. 이때 달은 남쪽하늘 높이 떠있고 궁수자리에 걸쳐 있다.

잠시 달의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붉게 빛나는 두별이 보인다. 하나는 13년만에 지구에 가까워져 한껏 빛을 발하는 -2등급의 화성이고, 또하나는 붉은빛이 화성에 대적한다는 전갈자리의 1등성 안타레스다.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편 채 오른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을 달로 향하면,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보이는 것이 화성이고 화성 오른쪽이 안타레스다.

자정을 넘기면서 달은 조금씩 제모습을 찾아간다. 새벽 1시 15분께 이르면 본영식이 끝난다. 2시 40분쯤 반영식도 끝나면서 5시간여에 걸친 부분월식은 마무리된다. 지구그림자에서 빠져 나온 보름달은 어느새 남서쪽하늘로 움직였고 다시 밤하늘을 환하게 비춘다.

붉은 달과 어울린 붉은 화성

눈여겨 살펴보면 지구 본그림자에 가려진 달의 윗부분이 약간 붉게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월식이 일어나면 달이 완전히 검게 사라지는 것으로 쉽게 생각되지만 눈여겨 살펴보면 희미하게나마 붉은빛이 보인다.

이런 현상은 지구의 대기 때문에 생긴다. 즉 지구 대기입자가 태양빛을 만날 때 파장이 긴 빛(붉은빛)보다 파장이 짧은 빛(푸른빛)을 더 많이 산란시키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월식이 일어나는 경우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져 있어도 지구 대기를 지나는 태양빛 중 푸른빛은 대기에서 산란되는 반면, 붉은빛은 그대로 통과해 달 표면에 닿는다. 결국 달이 붉게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달이 지구 본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의 순간에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부분월식 때에도 유심히 관찰하면 이 사실을 살펴볼 수 있다. 11시 55분경 부분월식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을 주목해보라.

재미있게도 이번 부분월식에는 월식이 절정에 이를 때 붉은 달 옆으로 붉은 행성과 붉은 별이 보인다. 절반 가량 가려진 달 오른쪽으로 붉은 행성인 화성과 전갈자리의 붉은 별 안타레스가 빛난다. 이들을 함께 관측하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반달 때와 경계부분 달라

상현달이나 하현달을 보면 해가 비치는 곳과 비치지 않는 곳의 경계가 뚜렷하다. 이 경계선 부근은 크레이터(운석충돌구덩이)의 명암이 가장 뚜렷한 곳이므로 관측하기에 좋다. 그러나 월식이 일어날 때 지구 그림자가 만드는 달 표면의 경계선은 또다른 느낌이다. 쌍안경이나 소형 망원경으로 지구 그림자에 가려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경계선을 살펴보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보름달일 때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으로 잘 보이는 지형은 크레이터 주위를 방사형으로 감싸는 빛줄기인 광조다. 이는 운석이 충돌해 크레이터를 만들 때 사방으로 튕겨져 나간 물질이 분화구를 중심으로 쌓인 지형이다.

보름달에 가까워지면 달표면이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대부분의 크레이터가 잘 보이지 않지만, 광조는 오히려 더 잘 보인다. 즉 크레이터를 중심으로 해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듯한 밝은 빛살 무늬가 드러난다. 케플러·코페르니쿠스·티코 크레이터를 둘러싸고 있는 광조가 가장 유명하다.

달의 남반구 고지대에 있는 티코 크레이터는 주위에 널려있는 많은 크레이터로 인해 특별히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달이 보름달에 가까워질수록 밝은 빛살무늬를 내뿜으면서 생기롭게 살아난다. 밝은 줄무늬를 드리운 모양이 흡사 수박의 꼭지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는 여러 갈래의 거대한 문어발처럼 보이기도 한다.

케플러 크레이터는 폭풍의 바다에 있으며, 그 옆에는 좀더 밝은 빛줄기를 내뿜는 코페르니쿠스 크레이터가 있다. 코페르니쿠스 크레이터에서 나온 빛줄기의 일부분은 거의 8백km까지 이르고 있다.

쌍안경이나 소형 망원경으로 월식이 시작되기 전 이들 세 크레이터가 뿜어내는 빛줄기를 관찰한 다음, 월식이 진행되면서 빛줄기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반영식과 본영식 때는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살펴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월식 사진을 찍어보자


1월 10일 개기월식을 연속 촬영한 모습.


달은 망원경이 없더라도 카메라, 삼각대, 릴리즈 등의 장비만 있으면 찍어볼 수 있다. 지구 그림자에 가려진 달의 모습을 한장씩 담을 수도 있고, 월식의 전과정을 한장의 필름에 연속적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이번 월식은 식이 최대가 될 때 달의 고도가 27°가량 되므로 지상의 풍경을 같이 넣으려면, 35mm 필름용 카메라에 28mm나 24mm 렌즈를 쓰는 것이 좋다. 본영식이 시작되는 밤 10시 30분 경부터 끝날 때까지 달은 남쪽하늘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35° 가량 움직이는 것을 참고해 구도를 정한다. 필름은 ISO 100 컬러필름이 적당하다. 연속 사진을 찍으려면 촬영간격은 5-10분 정도가 적당하다.

이번 월식 때 카메라의 f수는 8이 좋다. 노출시간(ISO 100기준)은 반영식 때 1/125초, 달이 지구 본그림자에 20%, 40%, 50%(최대) 가려졌을 때는 각각 1/60초, 1/30초, 1/15초가 적당하다. 단 하늘상태나 촬영장소의 밝고 어두움에 따라 바뀔 수 있다.
 

200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지현 아마추어 천문가
  • 사진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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