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6월 12일까지 낙동강에 있는 18개 정수장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과불화화합물이 구미하수처리장에서 방류된 것으로 확인했으며 원인을 차단했다고 해명했다. 구미하수처리장은 반도체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구미공단 근처다. 환경부는 구미하수처리장의 PFHxS 농도가 5월 리터당 5.8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 분의 1g)에서 6월 20일 0.092μg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7월 중순인 현재까지도 대구에서는 여전히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다.
먹이사슬 타고 체내에 쌓인다
과불화화합물은 탄소 사슬에 불소가 붙어 있는 화합물이다. 천연 화합물이 아니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과불화화합물 중에서는 PFOA와 PFOS(과불화옥탄술폰산·Perfluoroocta nesulfonic acid)가 주로 알려져 있다. PFOA의 화학식은 Cn-1F2n-1COOH이다. PFOS는 CnF2n+1SO3H이다. 여기서 n의 값이 달라지면 새로운 과불화화합물이 만들어진다. 이론적으로는 무한히 많은 과불화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고영림 을지대 보건환경과학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과불화화합물을 미식축구에 비유했다. 과불화화합물의 개별 분자는 물과 기름에 모두 녹는 계면활성제다. 하지만 개별 분자들이 한데 모이면 마치 미식축구 선수들이 스크럼을 짜고 있는 것처럼 매우 튼튼한 방어막을 형성한다.
고 교수는 “과불화화합물은 불소와 탄소 간 결합력이 엄청 강해 강산이나 강염기, 유기용제에도 잘 녹지 않는다”며 “열에 강하고 물과 기름에 모두 섞이지 않는 만큼 방수와 방유 기능이 있는 각종 제품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과불화화합물로 침대 시트나 카펫 표면을 코팅하면 물에 젖지 않고 때도 타지 않는다. 프라이팬 바닥을 코팅하면 음식이 잘 들러붙지 않는다. PFOA와 PFOS는 1947년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쓰리엠(3M)에서 처음 생산된 이래 수십 년 동안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사용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0년 한 해 동안 약 5300t(톤)을 생산했다.
하지만 이후 과불화화합물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발표됐다. 가장 많이 사용됐고 그만큼 위험성이 잘 알려진 종류는 PFOS다. 2001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환경독성학을 연구했던 존 기지교수와 쿠룬타칼람 카난 교수는 북미, 유럽, 아시아의 도시와 강가, 바닷가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을 검사한 결과 어류와 조류, 해양포유류의 체내에서 PFOS를 발견해 그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했다. 당시 한국 괭이갈매기의 간에서도 PFOS가 검출됐다. doi:10.1021/es001834k
특히 물고기 등 1차 소비자보다는 밍크고래나 흰머리독수리처럼 먹이사슬에서 최상위를 차지하는 최종소비자인 경우 PFOS의 농도가 높았다. 이 연구는 인공 화합물인 PFOS가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으며, 생태계 먹이사슬을 타고 체내에 쌓일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내면서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 PFOS와,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PFOA는 갑상선호르몬을 교란시켜 어릴 때는 세포분화와 발달,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그 중에서도 신경세포 발달에 영향을 미칠 경우 지능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불화화합물은 화학적으로 안정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는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 결국 국제사회는 2009년부터 잔류성유기오염물질에 대한 스톡홀름협약을 통해 PFOS의 생산과 사용을 특별히 규정한 목적 이외에는 전면 금지시켰고, PFOA의 생산과 소비도 규제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말 일부 과불화화합물을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로 지정해 법적으로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학계에서는 과불화화합물이 암이나 치매, 당뇨 등의 발병은 물론, 갑상선호르몬 등 호르몬 교란에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일부 과불화화합물이 매우 높게 검출된 낙동강 유역과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혈중 과불화화합물의 농도를 비교하고, 만약 차이가 있다면 건강 상태에 관한 역학적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FHxS에 대한 연구 전무
이번 대구 수돗물 사태에서 눈 여겨봐야 할 점은 권고기준이다. 6월 24일 환경부는 5월 매곡정수장과 문산정수장에서 검출된 PFOA의 양이 양쪽 모두 리터당 약 0.004μg으로 환경 기준이 엄격한 해외에 비해서 훨씬 낮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경우 리터당 0.2μg, 독일은 0.3μg, 호주는 0.56μg으로 제한한다.
환경부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나 각 나라가 먹는 물의 수질기준(먹는 물에서 나올 수 있는 물질에 대한 권고기준)을 정할 때 사람이 하루 2리터씩 평생 마셔도 문제없는 수준의 농도로 한다”면서 “특정 물질의 검출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농도가 중요하다”고 밝했다.
문제는 PFHxS다. 매곡정수장에서는 PFHxS가 5월 21일 리터당 약 0.165μg 검출됐다. 이는 호주(0.07μg/L)보다 높지만 캐나다(0.6μg/L)와 스웨덴(0.9μg/L)보다는 낮은 수준이다(이후 6월 24일 0.343μg/L까지 증가했다). 환경부는 호주의 권고기준이 사람의 하루 섭취 허용량의 10%에 해당하는 만큼 매곡정수장에서 검출 된 PFHxS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위험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PFHxS의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사실상 없어 안전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호주 정부도 마시는 물의 경우 PFHxS의 양을 리터당 0.07μg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하루 섭취량은 0.02μg으로 더욱 엄격하게 제한한다.
최 교수는 “일부 국가는 과불화화합물 중에서도 PFOS와 PFOA 두 물질만 규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PFHxS 등 그 외의 과불화화합물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들 기준을 PFHxS에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호주도 PFOS의 권고기준을 PFHxS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PFOS와 PFOA 등 과불화화합물 중에서 명칭에 ‘O’가 들어간 화합물은 탄소 고리 8개(옥타·octa)로 이뤄져 있다. PFHxS는 이보다 탄소 고리가 적다. 최 교수는 “각종 산업에서 방수나 계면활성제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구조가 달라 PFOS나 PFOA보다 인체에 덜 위험할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사용하게 됐고, PFHxS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PFHxS가 예상처럼 PFOS와 PFOA의 장점만 닮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 교수팀의 연구 결과, PFOS와 PFOA 등 이미 유해성이 알려진 물질들은 임신 중 수치가 점점 낮아진다.
최 교수는 “이 물질들이 모유를 통해 조금씩 체외로 배출되며, 엄마가 모유 수유하는 동안 일회용 컵이나 코팅 프라이팬 등 유해한 요인을 멀리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doi:10.1016/j.envres.2016.04.017
최 교수는 “PFHxS의 유해성에 대해 일부 실험적인 증거만 있고 상대적으로 많이 밝혀지지 않아 산업계에서 PFOS와 PFOA의 대체제로 PFHxS를 사용했다”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PFHxS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된 나라가 많지 않아, 이번 사태에서도 일부 국가에서 정한 관련 권고기준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임산부의 경우 체내에 쌓였을지 모를 과불화화합물의 위험 때문에 일부러 모유 수유를 피할 필요는 없다. 최 교수는 “모유를 통해 과불화화합물이 아기에게 전달될 수 있지만, 먹는 물을 거쳐 아이에게 전달되는 양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면서도 “상대적으로 미량인 과불화화합물이 끼치는 영향보다는 모유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훨씬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태아나 신생아보다는 오히려 어린이가 어른처럼 음식을 먹고 마시는데다 카펫이나 바닥에 누워 뒹구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과불화화합물 노출 위험이 더 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입을 통해 체내로 유입된다
CDC는 2017년 미국 유해물질 질병등록보고서에서 과불화화합물의 인체 유입 경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불화화합물에 오염된 물이나 생선 등 음식을 먹거나, 과불화화합물로 코팅된 식품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특히 유아의 경우 과불화화합물을 만진 손을 입에 대는 등 과불화합물은 주로 입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다.
카펫이나 옷에 방수나 정전기 방지 목적으로 과불화화합물을 액체 상태로 분사하는 경우 코를 통해서 체내에 유입될 수 있다. 반면 접촉만으로 피부를 통해 과불화화합물이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표적인 금지물질인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이나 다이옥신은 물에 잘 녹지 않는 만큼 물속 유기물에 달라붙어 바닥에 침전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과불화화합물을 구성하는 개별 분자는 꼬리부분이 친수성을 띠고 있어 물에 녹아들 수 있다.
최 교수는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과불화화합물이 대부분 체외로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람의 경우 체내에서 수년 간 머문다”며 “이는 사람의 경우 간에서 해독을 거친 물질이 장을 거쳐 다시 간으로 가는, 이른바 장간순환 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DC에 따르면 생체반감기(체내 잔류양이 반으로 감소하는 시간)가 PFOS는 5~6년, PFOA는 2~4년, PFHxS는 8~9년이다.
과불화화합물로 코팅된 프라이팬을 가열했을 때 과불화화합물이 녹아나와 음식물에 섞일 가능성은 없을까. 이 역시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보고 된 연구 결과는 없다. 최 교수는 “코팅 프라이팬으로 조리한 음식을 많이 먹은 사람들의 혈중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높은 편”이라며 “특히 과불화화합물로 코팅된 프라이팬을 오래 사용하면 표면에 스크래치가 생겨 과불화화합물이 용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구 상수도사업본부는 홈페이지(www.dgwater.go.kr)를 통해 5월 21일부터 7월 18일 현재까지 수돗물 속 PFHxS의 농도 변화를 공개하고 있다. 7월 2일부터는 문산정수장과 매곡정수장 모두 과불화화합물의 농도가 0에 가깝다. 7월 18일 현재 농도는 각각 리터당 0.002μg, 0.003μg이다.
최 교수는 “한동안 장마로 비가 많이 내린 만큼 강수량이 늘어 과불화화합물의 농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향후 일정 기간 과불화합물의 농도를 추적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