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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가라앉는 섬, 쓰레기 섬, 산호초의 백화 현상…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 이슈들은 굉장히 익숙하지만,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열대바다의 아름다운 풍경과 다채로운 생물을 직접 만나 경이로움을 느낀 이에게 지구온난화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돌아온다. 지난 8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2012열대해양체험단에 선발돼 8박 9일간 태평양해양연구센터에 다녀온 8명의 학생들은 어땠을까? 열대바다를 위해 세 가지 미션을 수행했다는데…. 열대해양체험단 생생 후기, 지금부터 시작한다!
축, 입국하는 것부터가 미션!
축에 입국하는 날, 비행기는 ‘쾅!’ 하는 굉음과 사람들의 비명, 그리고 엄청난 충격과 함께 급정거를 하며 착륙했다. 축 국제공항은 활주로가 짧아서 위험하기로 유명하다. 활주로 길이가 1831m인데, 인천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인 3800m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축에 처음 입국하는 체험단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지만, 센터에 몇번 다녀온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님들은 늘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 여유만만했다.
축에서 내리는 승객은 체험단을 비롯해 10여 명이었다. 괌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축에 들렀다가 태평양의 여러 섬들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하와이에 도착한다. 마치 시내버스처럼 비행기가 여러 섬들을 들렀다 가는 것이 재미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작은 간이 기차역 같은 공항이 보였다. 짐 검사는 완전 수동! 금속탐지기가 없어 공항직원이 직접 일일이 가방 검사를 하는데, 늦은 밤에 도착한 덕분에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축에서 출국하던 날, 가방 검사를 받고야 말았다.
공항에서 연구센터까지는 불과 8km. 그런데 차로 10분이면 갈 거리를 40분이나 걸려 센터에 도착했다. 비포장도로에 전날 비가 온 탓인지 도로가 군데군데 움푹 파이고 물웅덩이가 생겨 요동치는 차 안에서 그저 앉아 있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첫 날 가장 먼저 들은 주의 사항은 물을 아껴 쓸 것! 비상용 발전기 덕분에 이전에 비해 전기는 넉넉한 편이지만, 물만큼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실제로 축 일대는 열대성 기후에 연중 비가 많이 내리지만, 엘니뇨가 형성되는 기간에는 가뭄이 많이 발생해 식수 부족에 시달린다. 박흥식 센터장님에게 “샤워는 간단히! 린스 금지!” 등의 연구센터 생활 수칙에 대해 단단히 다짐을 받고 야자수로 환영의 인사를 나눈 뒤 방에 들어가 쓰러지듯 잠들었다.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열대해양체험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오전에는 각 분야 박사님들께 산호, 흑진주, 저서생물, 바닷속 바이오에너지와 천연물에 대한 세미나를 듣고, 오후에는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 열대해양생물들을 만지고 관찰했다. 저녁에는 센터로 돌아와 물고기 해부, 흑진주 핵 삽입 실습 등 각종 실험 활동을 했다. 여러 가지 체험 중, 열대 해양을 이해하기 위해 특별히 수행한 세 가지 미션을 소개한다.
[▼ 야자나무 씨앗하나가 섬을 만든다고? 야자나무는 눈에 보이는 줄기만큼 뿌리도 거대하다. 태평양 한가운데 우연히 만들어진 작은 땅덩이에 야자나무의 씨가 뿌리를 내리면, 주변에 죽은 산호초가 부서지며 만들어진 모래가 엉겨 붙으며 작은 섬이 하나 생길 정도다.]
미션1 해부할 물고기를 잡아라!
[축 둘째 날, 물고기잡이에서 많은 물고기를 잡지는 못했지만 귀한 복어를 잡은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축은 세계적인 환초 섬이다. 인공위성으로 사진을 찍으면 축을 둘러싼 환초가 선명히 보일 정도로 그 규모가 상당하다. 축에서 산호초가 잘 자라는 이유는 맹그로브 숲과 잘피밭, 그리고 산호초로 이어진 열대 해양 생태계가 잘 형성됐기 때문이다.
산호는 식물처럼 보이지만 동물이고, 동물이지만 몸속에 공생하는 ‘갈충조류’란 플랑크톤 덕분에 광합성을 하는 반전 있는 동물이다. 그런데 열대 지역은 잦은 소나기 때문에 육지에서 바다로 엄청난 양의 흙탕물이나 오염물질이 흘러 들어가기 쉽다. 그럼 갈충조류가 산호에서 모두 빠져나가며 광합성을 하지 못해 산호가 죽고 만다. 그런데 축에서는 육지에서 내려오는 오염물질을 맹그로브 숲에서 1차로 거르고, 바닷속에서 자라는 조류의 일종인 잘피가 2차로 걸러주기 때문에 산호초가 잘 자랄 수 있다.
잘피잎은 많은 유기물을 머금고 있어, 잘피밭은 작은 물고기들의 좋은 서식처도 된다. 열대해양체험단은 박흥식 센터장에게 “밤에 있을 물고기 해부 실험을 위해 물고기를 잡아 오라”는 미션을 받았다. 체험단은 바다에 일렬로 서있다가 배에서 신호를 내리면 물을 첨벙거리고 큰 소리를 내며 배를 향해 물고기를 모는 전법을 사용했다. 야심차게 거대한 그물을 끌어 올렸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꽤 무거운 그물에 만선을 꿈꿨건만 그물에는 엄청난 양의 조류와 작은 실고기만이 걸려 있었다. 더 크게 첨벙거리며 두 번, 세번 물고기를 몰았지만 물고기는 조금밖에 잡지 못했다. 아마추어 어부들다운 성과였다. 하지만 복어나 다금바리 같은 크고 진귀한 물고기가 잡힌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결국 실고기는 해부를 하기엔 너무 작고, 복어나 다금바리는 해부하기엔 적합하지 않아 박사님들이 잡아 오신 물고기로 해부를 해야 했다.
[체험단은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통해 열대바닷속 형형색색 산호와 물고기, 상어와 새끼 멸치 떼도 만났다. 입을 벌려 탄성을 지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미션2 체험 다이빙에 모두 성공하라!
매해 진행되는 열대해양체험 프로그램이지만, 올해 열대 해양체험단에게는 특별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역대 최강의 전문가 군단을 꼽을 수 있다. 그 동안엔 보통 해양학자들이 많아야 두세 명, 다이빙 전문가도 한 두 명 참여해 왔다. 그런데 올해에는 박사급 연구자가 5명이나 함께했다. 그 중에서도 다이버 강사 자격증을 갖춘 박사님이 4분이나 계셔서 8명의 체험단원이 박사님들과 일대일로 붙어 안전하면서도 풍성한 다이빙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다이빙 전, 장비와 귀에 압력을 해결하는 법, 그리고 다이빙 수신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바닷속으로 향했다. 다이빙은 5~13m 사이의 수심에서 진행됐다. 스노클링과 달리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무서웠다. 기자는 잠시 공포에 사로잡혀 못들어가겠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전문 다이버이신 정무용 선생님이 잠시 마음을 다잡을 시간을 주자, 공포보다 바닷속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호기심이 앞서기 시작했다. 체험단원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해양학자라고 다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실 다이빙을 못하는 해양학자가 훨씬 많다. 하지만 다이빙을 하면 연구실에서는 알 수 없는 해양 생물의 생태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안재우 학생은 “전 8~10m까지 잠수했는데 귀가 너무 아팠어요. 하지만 내가 살면서 본 광경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지요. 다이빙을 통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얻고,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아마 제 평생의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미션3 사라지는 열대 - 바다를 위한 일을 찾아라!
열대해양체험단은 아름다운 열대바다를 경험하며 사라지는 태평양의 작은 섬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세 번째 미션은 사라지는 열대 바다를 위해 ‘뭔가’ 노력하는 것이었다. 체험단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앞장서기로 했다.
그래서 맹그로브 숲에 갔을 때에는 직접 씨를 찾아 땅에 심어 보았다. 맹그로브 씨는 지팡이처럼 생겼는데, 씨가 여물면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지며 땅에 박혀 뿌리를 내린다. 열대해양체험단은 맹그로브 혼자서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씨앗을 뿌려 열대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로 했다. 또한 마지막 날에는 무인도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며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더 이상 커지지 않기를 기원했다.
마지막 날 밤, 연구센터의 전기를 차단하자 주변이 새카맣게 어두워졌다. 잠시 후 밤하늘 가득 박힌 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은하수와 유성도 보였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그 속에 사는 해양 생물들은 정말 아름다웠고, 수많은 궁금증과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열대바다가 남긴 강렬한 추억은 언젠가 바다와 생물들이 잃어버린 것을 돌려 주는 힘이 돼 줄 것이다.
“다시 만나자. 열대 바다야! 안녕, 산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