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잉!”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데, 치과용 핸드피스가 위협적인 소리와 함께 입속으로 들어온다. 한쪽 잇몸에 부분 마취를 해 느낌은 없지만 충치가 있는 부분을 갈아내는 순간엔 누구라도 치아 관리를 좀 잘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이나 간식을 먹을 때마다 양치를 한다고 했지만 충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왜 충치가 생기는 걸까. 또 치아는 한 번 썩으면 왜 재생이 안 되는 걸까. 최근 치아의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는데, 치아를 재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걸까.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 법랑질
치아는 가장 바깥쪽의 법랑질, 이를 지지하는 상아질과 치수로 이뤄져 있다. 법랑질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다. 주성분이 인산칼슘인 수산화인회석(무기질) 함량이 전체의 96%를 차지하기 때문. 법랑질을 형성하는 세포(법랑모세포)는 구강 상피에서 생겨난다. 법랑질은 상피가 변형됐다는 점이 털, 손톱과의 공통점이다.
상아질은 치아의 중앙을 차지하며 단단하고 탄력성이 있어 충격에 약한 법랑질을 보호한다. 서울대 치과병원 이우철 교수는 “치아가 법랑질로만 돼 있으면 너무 꼿꼿해 부러지거나 깨지기 쉬울 것”이라며 “부드러운 상아질이 있어 치아에 가해진 충격을 분산시키고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아질은 수산화인회석이 70%(나머지 20%는 유기질, 10%는 수분)를 차지해 무기질 비율이 뼈(66~67%)보다 높다. 상아질을 형성하고 유지시키는 세포(상아모세포)의 돌기가 상아질 전층에 뻗어 있고 세포돌기 주위에는 상아세관이 둘러싸고 있다.
치수는 상아질 안쪽의 성긴 결합조직으로 신경과 혈관이 풍부하게 퍼져 있다. 혈관이 없는 상아질에 영양을 공급하며 신경을 통해 상아질에 감각을 부여한다. 흥미롭게도 상아모세포나 치수 구성세포는 둘 다 중간엽세포 에서 기원한다. 서울대 치대 박주철 교수는 “충치가 법랑질에서 시작해 상아질로 파고들면 안쪽에서 넓게 퍼진다”며 “그 이유는 충치가 상아세관을 타고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치아 아래쪽에는 치아를 지지하는 치주조직이 있다. 치근(이뿌리) 표면을 얇게 덮고 있는 백악질, 턱뼈에 부착돼 있는 치조골(치골, 이틀), 백악질과 치조골을 이어주는 섬유성 결합조직인 치주인대, 그리고 잇몸이 치주조직이다.
양치해도 플라크 전조물질 생겨
그렇다면 충치는 왜 생길까. 충치는 세균이 원인인데, 입안에는 200여 종의 세균이 상주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 세균이 작용하는 건 아니다. 이 교수는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 락토바실러스처럼 음식찌꺼기 속에서 젖산을 생성하는 종류가 문제”라며 “이 산으로 치아의 인산칼슘을 부식시켜 새까맣게 보이는 게 바로 충치”라고 설명했다.
충치는 치태인 플라크 때문에 쉽게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플라크는 어떻게 생길까. 이 교수는 “아무리 깨끗이 양치를 하더라도 몇 분 안에 침 속의 당단백질이 치아 표면에 쌓여 ‘펠리클’이라는 얇은 막이 형성된다”며 “펠리클에 각종 세균이 작용하면 플라크가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펠리클은 두께 1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 이하의 얇은 막으로 플라크 형성의 첫 단계로 알려져 있다. 양치 후 몇 시간 안에 먼저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가 펠리클에 작용한다. 즉 분비물을 내놓아 그 표면을 덮고 치아와 치아 사이에 콜라겐의 일종인 글루칸을 만든다. 2~3일 지나면 플라크가 형성되고 그 내부에는 공기가 차단돼 혐기성 세균이 번식한다.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와 혐기성 세균의 상호작용으로 플라크는 더 성장한다. 플라크는 세균과 그 부산물, 그리고 침 속 화합물의 덩어리다.
이 교수는 “양치를 한 뒤에 자연스레 플라크 생성의 첫 단추인 펠리클이 생기니 양치를 자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음식물을 먹은 뒤 바로 양치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잠잘 때는 침의 항균작용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기 전에 양치질은 필수”라며 “한 번을 닦아도 제대로 닦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3분 이상 이를 닦기 위해서는 TV 시청처럼 다른 일을 하면서 양치하기를 권했다.
임플란트 대신 ‘치아 싹’ 심을까
치아는 자연 재생이 안 되는 게 문제다. 박 교수는 “이가 나면 법랑모세포가 사라져 법랑질은 재생되지 않는다”며 “상아질이나 백악질도 자연 재생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치아를 재생하려면 치아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잘 알아야 한다. 현재까지 치아 발생과정에는 300여 종의 유전자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유전자의 정확한 작용시기와 상호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크리사 키우시 박사팀은 쥐 실험을 통해 ‘Ctrip2’라는 전사인자 유전자가 치아의 법랑질을 만드는 세포(법랑모세포)의 형성과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월 26일자에 발표했다. 새끼 쥐에서 이 유전자를 없앤 결과 미발달 치아인 흔적치가 나오면서 법랑질이 씌워지지 않아 치아는 제구실을 못했다.
박주철 교수팀은 ‘NFΙ-C’라는 유전자가 치아의 상아질 생성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내 미국 ‘생물화학 저널’ 4월 22일자에 발표했다. 쥐에서 이 유전자를 없애자 치아의 뿌리가 없어졌는데, 이는 상아모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바뀌고 상아질이 안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 교수는 “이 결과는 상아질을 재생할 단서”라며 “NFⅠ-C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찾고 이 유전자와 상호 작용하는 단백질을 찾는 것이 다음 단계의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박 교수팀은 생쥐세포에서 법랑모세포를 빼낸 뒤 그 세포의 분비물로 상아모세포를 자극해 상아질과 뼈가 섞인 물질을 만든 상태다.
박 교수팀은 상아질뿐 아니라 백악질, 치수, 치주 인대 등을 재생하려고 연구 중이다. 왜 치아를 부분적으로 재생하려고 할까. 박 교수는 “백악질이 사라지면 이가 시린 풍치가 발생하고 치주 인대가 버티지 못해 이가 내려앉는다”며 “백악질이 있어야 치주 인대가 치아와 뼈 사이에 직각으로 박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임플란트의 경우에도 금속이 뼈에 바로 연결돼 음식을 씹는 강도를 잘 느끼지 못한다”며 “자연 치아처럼 느끼게 해주려면 백악질을 씌워 치주인대를 연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아를 통째로 만들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를 ‘바이오치아’라고 한다. 치아는 상피와 중간엽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상피로부터 치아 형성을 시작하는 인자가 분비되면 이를 중간엽세포가 받아 상아질, 치주조직 등 치아 구성요소를 만드는 식이다. 박 교수는 “생쥐에서 구강 상피세포를 떼어 중간엽을 대신하는 골수 줄기세포와 조합해 3일쯤 배양하면 ‘치아 싹’(모자상기)이 만들어지고 이를 신장(콩팥)에 넣어 2주 정도 더 키운 다음 생쥐의 치아가 없는 부위에 이식하면 치아가 생긴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치아 형태, 크기, 숫자를 조절 못하고 치아가 발생하는 생체 상피를 직접 써야 하며, 실험실에서 치아의 인산칼슘을 생체 내와 똑같이 만들 배지가 없어 ‘치아 싹’을 신장 같은 체내에서 더 키워야 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임플란트처럼 바이오치아를 심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데, 치과용 핸드피스가 위협적인 소리와 함께 입속으로 들어온다. 한쪽 잇몸에 부분 마취를 해 느낌은 없지만 충치가 있는 부분을 갈아내는 순간엔 누구라도 치아 관리를 좀 잘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이나 간식을 먹을 때마다 양치를 한다고 했지만 충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왜 충치가 생기는 걸까. 또 치아는 한 번 썩으면 왜 재생이 안 되는 걸까. 최근 치아의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는데, 치아를 재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걸까.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 법랑질
치아는 가장 바깥쪽의 법랑질, 이를 지지하는 상아질과 치수로 이뤄져 있다. 법랑질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다. 주성분이 인산칼슘인 수산화인회석(무기질) 함량이 전체의 96%를 차지하기 때문. 법랑질을 형성하는 세포(법랑모세포)는 구강 상피에서 생겨난다. 법랑질은 상피가 변형됐다는 점이 털, 손톱과의 공통점이다.
상아질은 치아의 중앙을 차지하며 단단하고 탄력성이 있어 충격에 약한 법랑질을 보호한다. 서울대 치과병원 이우철 교수는 “치아가 법랑질로만 돼 있으면 너무 꼿꼿해 부러지거나 깨지기 쉬울 것”이라며 “부드러운 상아질이 있어 치아에 가해진 충격을 분산시키고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아질은 수산화인회석이 70%(나머지 20%는 유기질, 10%는 수분)를 차지해 무기질 비율이 뼈(66~67%)보다 높다. 상아질을 형성하고 유지시키는 세포(상아모세포)의 돌기가 상아질 전층에 뻗어 있고 세포돌기 주위에는 상아세관이 둘러싸고 있다.
치수는 상아질 안쪽의 성긴 결합조직으로 신경과 혈관이 풍부하게 퍼져 있다. 혈관이 없는 상아질에 영양을 공급하며 신경을 통해 상아질에 감각을 부여한다. 흥미롭게도 상아모세포나 치수 구성세포는 둘 다 중간엽세포 에서 기원한다. 서울대 치대 박주철 교수는 “충치가 법랑질에서 시작해 상아질로 파고들면 안쪽에서 넓게 퍼진다”며 “그 이유는 충치가 상아세관을 타고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치아 아래쪽에는 치아를 지지하는 치주조직이 있다. 치근(이뿌리) 표면을 얇게 덮고 있는 백악질, 턱뼈에 부착돼 있는 치조골(치골, 이틀), 백악질과 치조골을 이어주는 섬유성 결합조직인 치주인대, 그리고 잇몸이 치주조직이다.
양치해도 플라크 전조물질 생겨
그렇다면 충치는 왜 생길까. 충치는 세균이 원인인데, 입안에는 200여 종의 세균이 상주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 세균이 작용하는 건 아니다. 이 교수는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 락토바실러스처럼 음식찌꺼기 속에서 젖산을 생성하는 종류가 문제”라며 “이 산으로 치아의 인산칼슘을 부식시켜 새까맣게 보이는 게 바로 충치”라고 설명했다.
충치는 치태인 플라크 때문에 쉽게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플라크는 어떻게 생길까. 이 교수는 “아무리 깨끗이 양치를 하더라도 몇 분 안에 침 속의 당단백질이 치아 표면에 쌓여 ‘펠리클’이라는 얇은 막이 형성된다”며 “펠리클에 각종 세균이 작용하면 플라크가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펠리클은 두께 1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 이하의 얇은 막으로 플라크 형성의 첫 단계로 알려져 있다. 양치 후 몇 시간 안에 먼저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가 펠리클에 작용한다. 즉 분비물을 내놓아 그 표면을 덮고 치아와 치아 사이에 콜라겐의 일종인 글루칸을 만든다. 2~3일 지나면 플라크가 형성되고 그 내부에는 공기가 차단돼 혐기성 세균이 번식한다.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와 혐기성 세균의 상호작용으로 플라크는 더 성장한다. 플라크는 세균과 그 부산물, 그리고 침 속 화합물의 덩어리다.
이 교수는 “양치를 한 뒤에 자연스레 플라크 생성의 첫 단추인 펠리클이 생기니 양치를 자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음식물을 먹은 뒤 바로 양치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잠잘 때는 침의 항균작용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기 전에 양치질은 필수”라며 “한 번을 닦아도 제대로 닦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3분 이상 이를 닦기 위해서는 TV 시청처럼 다른 일을 하면서 양치하기를 권했다.
임플란트 대신 ‘치아 싹’ 심을까
치아는 자연 재생이 안 되는 게 문제다. 박 교수는 “이가 나면 법랑모세포가 사라져 법랑질은 재생되지 않는다”며 “상아질이나 백악질도 자연 재생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치아를 재생하려면 치아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잘 알아야 한다. 현재까지 치아 발생과정에는 300여 종의 유전자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유전자의 정확한 작용시기와 상호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크리사 키우시 박사팀은 쥐 실험을 통해 ‘Ctrip2’라는 전사인자 유전자가 치아의 법랑질을 만드는 세포(법랑모세포)의 형성과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월 26일자에 발표했다. 새끼 쥐에서 이 유전자를 없앤 결과 미발달 치아인 흔적치가 나오면서 법랑질이 씌워지지 않아 치아는 제구실을 못했다.
박주철 교수팀은 ‘NFΙ-C’라는 유전자가 치아의 상아질 생성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내 미국 ‘생물화학 저널’ 4월 22일자에 발표했다. 쥐에서 이 유전자를 없애자 치아의 뿌리가 없어졌는데, 이는 상아모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바뀌고 상아질이 안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 교수는 “이 결과는 상아질을 재생할 단서”라며 “NFⅠ-C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찾고 이 유전자와 상호 작용하는 단백질을 찾는 것이 다음 단계의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박 교수팀은 생쥐세포에서 법랑모세포를 빼낸 뒤 그 세포의 분비물로 상아모세포를 자극해 상아질과 뼈가 섞인 물질을 만든 상태다.
박 교수팀은 상아질뿐 아니라 백악질, 치수, 치주 인대 등을 재생하려고 연구 중이다. 왜 치아를 부분적으로 재생하려고 할까. 박 교수는 “백악질이 사라지면 이가 시린 풍치가 발생하고 치주 인대가 버티지 못해 이가 내려앉는다”며 “백악질이 있어야 치주 인대가 치아와 뼈 사이에 직각으로 박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임플란트의 경우에도 금속이 뼈에 바로 연결돼 음식을 씹는 강도를 잘 느끼지 못한다”며 “자연 치아처럼 느끼게 해주려면 백악질을 씌워 치주인대를 연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아를 통째로 만들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를 ‘바이오치아’라고 한다. 치아는 상피와 중간엽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상피로부터 치아 형성을 시작하는 인자가 분비되면 이를 중간엽세포가 받아 상아질, 치주조직 등 치아 구성요소를 만드는 식이다. 박 교수는 “생쥐에서 구강 상피세포를 떼어 중간엽을 대신하는 골수 줄기세포와 조합해 3일쯤 배양하면 ‘치아 싹’(모자상기)이 만들어지고 이를 신장(콩팥)에 넣어 2주 정도 더 키운 다음 생쥐의 치아가 없는 부위에 이식하면 치아가 생긴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치아 형태, 크기, 숫자를 조절 못하고 치아가 발생하는 생체 상피를 직접 써야 하며, 실험실에서 치아의 인산칼슘을 생체 내와 똑같이 만들 배지가 없어 ‘치아 싹’을 신장 같은 체내에서 더 키워야 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임플란트처럼 바이오치아를 심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