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CD나 반도체 메모리가 아니라 박테리아 게놈에 데이터를 저장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미 국립 북서태평양 연구소의 왕백충 박사는 지난 1월 3일 ‘뉴사이언티스트’에 발표된 보고서에서 특정 메시지를 인공DNA 형태로 만들어 박테리아 게놈에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왕 박사는 “박테리아는 핵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기파 충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 따라서 훨씬 오랜 기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작은 세상’(It's Small World)라는 팝송의 가사를 DNA의 특정 염기서열에 1대1 대응시켰고, 이 염기서열로 이뤄진 1백50개 염기 길이의 DNA 메시지를 만들었다. 그런 뒤 이 인공DNA를 다이노코커스(Deinococcus radiodurans) 박테리아의 게놈에 삽입시켰다. 이 박테리아는 고온과 건조, 자외선은 물론 방사선 환경에서 인간보다 1천배의 내성을 보이므로 데이터는 그만큼 안전하다고 왕 박사는 말했다.
또한 연구팀은 박테리아 내에서 데이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삽입되는 DNA에 특별한 꼬리표를 달았다. 이 꼬리표는 일종의 ‘파수꾼’으로, 삽입되는 인공DNA를 외부물질로 인식한 박테리아가 이를 공격해 파괴하는 것을 막아준다.
왕 박사는“인공DNA의 앞뒤에 붙이는 파수꾼은 정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박테리아가 1백세대를 지나도 삽입된 정보는 다음 세대로 전달돼 박테리아의 게놈 속에 안전하게 저장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