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1백년 간 배출된 7백44명을 관통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창조성이다.호암재단과 노벨재단이 국내에 마련한 특별기획전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의 창조성을 만나보자.
1백년에 한번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뢴트겐의 X선 장치, 플레밍의 페니실린 약병, 윌슨의 안개상자, 마리 퀴리의 방사능 측정장치, 휴이시의 전파망원경 등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001년 노벨상 제정 1백주년을 기념해 노벨재단이 마련한 세계 순회전이 지난 8월 23일부터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국내에서는 호암재단이 노벨재단과 공동으로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 노벨상 1백년 간 배출된 7백44명 수상자들의 삶과 업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창조성의 문화: 개인과 환경’이라는 주제로 오는 11월 3일까지 계속된다.
체취를 느끼는 생생한 다큐멘터리
노벨상은 지난 1901년 이래 1백년 간 인류문명 발전에 기여한 위대한 지성인 7백44명을 수상자로 배출해 왔다. 물리, 화학, 생리의학 분야의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문학과 평화 분야의 수상자에게도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특징은 바로 ‘창조성’이다.
그렇다면 과연 창조성이란 무엇이며 어떤 상황에서 발휘될까. 또 창조적 결과를 얻는데 개인의 능력이 중요할까, 아니면 개인이 처한 환경이 중요할까. 노벨상 1백년의 역사는 그 자체가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작가들과 평화에 헌신한 사람들의 창조성을 비교할 수 있는 훌륭한 장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주요 수상자들의 유품과 영상을 통해 그들의 창조적 역량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개인의 창조성’과 ‘창조적 환경’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2편은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다큐멘터리 ‘개인의 창조성’에서는 종이로 접은 모형을 만들어 알파-나선형 분자구조를 발견했다는 라이너스 폴링(1954년 노벨화학상 수상), 미국 코넬대의 식당에서 누군가 공중으로 던진 접시가 흔들리며 회전하는 모습을 보고 물리이론의 중요한 발견을 얻었다는 리처드 파인만(196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반점이 있는 다양한 색의 옥수수를 보고 영감을 얻어 ‘이동성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바버라 맥클린톡(198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을 비롯한 32명 수상자들의 창조성을 맛볼 수 있다. 또 다큐멘터리 ‘창조적 환경’에서는 20세기에 유달리 많은 노벨상을 배출한 장소인 케임브리지대, 코펜하겐 닐스 보어 연구소, 바젤 면역학 연구소 등 10여곳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노벨상을 설립한 알프레드 노벨의 생애와 업적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초상화, 사진첩, 실험기구, 여행가방, 유언장 등을 실물로 볼 수 있다. 또 노벨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 카롤린스카 연구소, 스웨덴 아카데미,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건축모형과 함께 각 분야 노벨상 메달과 상장의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다.
아울러 한국전시를 기념해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수의, 안경,성경, 옥중서신이 전시되며, 아시아 노벨평화상 수상자 8명의 업적이 한자리를 차지한다.
과학과문학, 그리고 평화 분야에서 인류문명 발달사를 수놓은 세계적인 지성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문의전화 02-2259-7781~2, 홈페이지 www.nobel100.com, 입장료 어른 3천원, 초중고생 2천원, 단체는 1천원씩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