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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밤하늘, 경남 단성보다 7배오염

대기오염측정 전국 별자리 관측결과

같은 조건에서 촬영한 거문고자리 슬라이드를 분광광도계로 분석한 결과 충북진천, 을왕리, 진주 단성 등은 서울 신촌의 밤하늘보다 5-7배이상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에서는 밤하늘이 사라진지 오래다. 시커먼 밤하늘 대신에 낮인지 밤인지 조차 구분하기 힘든 청색의 희뿌연 하늘이 숨을 콱콱 막히게 할 뿐이다. 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들이 도시 하늘을 뒤덮고 있고, 자정이 넘어도 꺼질줄 모르는 불빛(인공조명)들이 먼지층에 되반사돼 우리의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를 광공해(光公害) 현상이라 부른다.

서울의 밤하늘은 얼마나 오염됐을까.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충북 진천이나 인천의 을왕리와 비교한다면 얼마만큼 별이 안보일까. 부산과 진주의 밤하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도시의 광공해를 비교 측정하는 제2회 전국별자리관측회가 8월 16일부터 23일까지 전국 24곳에서 실시됐다. (주)쌍용이 후원하고 과학동아가 주최한 이 행사는 작년 1회 때와는 달리 관측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관측방법을 다양화한 것이 특징.

우선 1회 때와의 연계성을 갖기위해 거문고자리 삼각형 안에서 보이는 별의 개수를 세고(7×50쌍안경 이용) 50mm 표준렌즈를 이용해 사진 촬영하는 방법을 채택했으며, 좀더 다각적인 분석을 하기 위해서 올해부터는 북극성을 중심으로한 작은 곰자리 일주운동과 북아메리카성운을 중심으로 한 백조자리를 사진촬영하는 방법, 전갈자리를 맨눈으로 관측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태풍 등 이상기온으로 고전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행사날짜로 잡은 8월 중순까지 장마가 깨끗이 마무리되지 많고 태풍이 계속 북상하는 바람에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1차 시기(8월16, 17, 18일) 관측에 실패했다. 결국 전국 동시관측은 포기하고 21, 22, 23일 하루를 지역별로 선정해 관측하는 차선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야심적으로 계획했던 소백산 천문대와 1.8m 망원경으로 새단장을 하게될 보현산 천문대는 2차 촬영에 빠지고 말았다. 또한 경기도 가평과 23일까지 태풍피해에 시달렸던 부산 근교(금정산성)도 최소한의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거문고자리 삼각형 안의 별 개수를 쌍안경관측으로 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광주 근교인 담양과 진주 근교인 단성이 서울 도심지역인 신촌보다 무려 15배까지 별이 밝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보다(서울 가평이 서울 신촌보다 4.4배별이 밝게 보이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음) 현저하게 차이가 늘어난 것은 담양과 단성이 가평보다 오지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도시별 비교는 부산 서울 대구 인천 대전이 광주나 춘천보다는 상대적으로 광공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확인했다(표1). 대전이 작년과 다르게 대구나 서울, 또는 인천과 마찬가지로 관측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엑스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전국 동시관측이 불가능했고(대개 22일 데이터를 사용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17일과 23일 데이터를 사용한 곳도 있음) 운량(雲量)이라든가 하늘의 투명도, 시상 등이 전국적으로 동일하지 않아 지역별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3개 그룹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방법을 채택했다.

광공해가 심하지 않은 별관측지의 A급으로는 담양과 단성을 비롯해 충북 진천과 춘천 근교(춘성군 신동면)를 들 수 있으며, B급으로는 경기도 장흥, 인천 을왕리(행정 구역상으로는 옹진군 용유도), 강원도 강릉, 부산의 중근교인 초읍동, 광주 도심, 춘천 도심 등을 꼽을 수 있다. 공해가 심하고 여기에 인공조명이 반사돼 이미 밤하늘의 본래 모습을 상실한 C급지역으로는 부산 도심, 서울 산촌, 대전 도심(한남대), 대구 도심(경북대), 인천 도심(가정동) 등을 꼽을 수 있었다.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류한 결과 C급 지역으로 꼽은 대구 근교(계명대 성서캠퍼스), 진주 도심(경상대), 청주 도심(복대동)은 B급 정도로 분류될 수 있는 지역이나, 관측 당시 시상이나 투명도가 좋지 않았거나, 관측지역이 주변보다 광해가 심한 곳이었다는데 분석팀의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작년과는 다르게 현저히 관측결과가 나빠진 대구 근교인 계명대 성서 캠퍼스는 작년에 일어났던 화재로 가로등이 많이 증설됐으며 주변에 새로 조성된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비롯, 성서공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관측팀이 의견을 제시했다.
 

(표1) 거문고자리 삼각형이 별 개수
 

분광광도계를 통한 새로운 분석
 

(그림) 3개지역 광공해 그래프
 

한편 분석팀은 쌍안경으로 거문고자리 삼각형 안의 별 숫자를 세, 밤하늘이 어두운 정도를 판명하는 방법이 대중성은 있으나 과학성은 떨어진다는 판단을 하고 좀더 과학적인 분석 방법을 찾았다. 기존의 방법은 삼각형 안에(삼각형을 구성하는 별 4개 포함) 별이 9개 보인다면 극한등급이 8등급이 되고(성도와 비교해보면 8등성까지 관찰이 가능하다는 의미), 이 결과를 토대로 별의 등급에 따른 밤하늘의 어둡기를 측정하는 것(별은 1등급 차이에 따라 100$\frac{1}{5}$배, 약 2.5배 밝기 차이가 있음). 그러나 이 방법은 별의 숫자가 관측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며 극한등급을 선정하는 데도 약간의 임의성이 개입되므로(심각형 안의 별이 밝기 순서대로 포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 분석결과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별이 똑같이 8개가 보이더라도 밤하늘의 어두운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방법으로는 차이를 알아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동일한 조건에서 찍은 사진을 자외선-가시광선 분광광도계로 직접 분석하는 것이 조금 더 과학적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분광광도계 분석법의 이론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공통 필름으로 사용한 에타크롬400 슬라이드는 청 녹 적(빛의 삼원색)의 빛을 받으면 슬라이드 표면의 세가지 입자 A B C가 다른 유기화합물 a b c로 변한다. 즉 빛의 양이 많으면 변하는 입자수가 많고 빛의 양이 적으면 감광된 입자수(변하는 입자수)가 적다. 분광광도계는 감광되지 않은 입자수를 측정하는 기기.

분광광도계 분석법을 사용하려면 촬영 슬라이드의 객관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24곳에서 찍어보낸 슬라이드를 살펴본 결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12곳. f2.8에 5분 가이드 촬영한 사진을 분광광도계에 넣어 분석한 결과를 감광입자수가 적은 곳 순으로 순위를 매겨보면 단성(진주 근교), 을왕리, 진천, 경상대(진주 도심), 강릉, 강원대(춘천 도심), 초읍동(부산 중근교), 산촌(서울 도심), 가정동(인천 도심), 과기대(대전 근교), 경북대(대구 도심), 총무국교(부산 도심) 순으로 나타났다(표2). 이 중에서 진천과 강릉, 신촌만을 뽑아서 그래프로 그리면 (그림)과 같다. 분광광도계로 분석한 결과를 기존 방법인 쌍안경 관측 결과와 비교해보면 을왕리와 진주 도심 지역인 경상대, 서울 신촌 등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얻은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을왕리는 광공해의 영향을 덜받는 A급으로 분류되어야 하며 진주 도심도 B급으로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분석팀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분광광도계 분석결과를 수치화 시킨다면 가장 최고치를 기록한 진주 단성, 인천 을왕리, 충북 진천은 서울 신촌보다 5-7배 밤하늘이 어두우며 가장 조건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부산 도심보다는 10배 이상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쌍안경관측을 통한 분석결과보다는 이 수치를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 분석팀의 결론이다.

한편 A급 관측지로 분류된 충북 진천과 진주 단성의 사진을 비교할 때 단성이 더 어두운데 진천보다 별의 개수는 적었다. 이는 단성은 진천보다 잡광은 적은데 대기 중의 부유분진(먼지 등)은 많으며, 거꾸로 진천은 부유분진은 적은데 잡광이 많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진천 관측지는 고속도로 부근으로 인공조명의 영향을 받았다고 관측팀은 보고했다. 이 두 사진은 광해와 공해의 의미를 부각시켜주는 중요한 자료다.
 

(표2) 전국 광공해 측정 데이터
 

지역별 최적의 노출시간

이번에 새로 시도한 북극성을 중심으로 한 작은곰자리의 일주운동 사진자료(고정촬영 30분)는 분광광도계로 분석한 거문고자리 사진 분석을 확인하는 자료로 쓰였다. A급관측지인 진천이나 단성 또는 단양에서 찍은 일주운동 사진은 많은 별들의 궤적이 확실하게 드러났으나 인천 가정동에서 찍은 사진은 북극성 하나만이 나타났다.

또 백조자리 데네브별을 중심으로 한사진은 관측조건에 따라 어느 정도 노출시간을 주어야 천체 사진이 잘 나오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자료로 활용됐다. 즉 A급 관측지의 적정노출시간(별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노출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B급과 C급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북 진천(A급) 부산 초읍동(B급) 서울 신촌(C급)으로 나누어 노출시간별(10초부터 90초, 45초부터는 가이드촬영)로 게재했다.

전갈자리 육안관측은 1차시기에 실패하고 2차시기로 넘어가면서 관측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원래 목적은 도시별로 북쪽(북극성) 천정(거문고) 남쪽(전갈) 등을 동시에 관측해 도시내에서도 어느쪽이 더 광공해가 심한지를 알아보려고 했으나 대부분 관측지가 사방이 다 트인 곳이 드물어 이 기획이 '의욕과잉'임이 드러났다.

20여개 대학 아마추어천문서클 소속 1백여명이 참가한 이 행사는 참여인원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관측에 임했으나 날씨가 계속 말썽을 부리면서 헛걸음질을 치는 사례가 너무 많았다. 특히 관측지가 멀어 3박4일씩 출장을 가야했던 소백산 보현산 가평 강릉 등은 별 성과도 없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오지 많을 수 없었다. 부산은 2차 시한까지 태풍이 몰아닥쳐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수산대와 동아대에서는 날짜를 스스로 연장하면서까지 관측을 시도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 두팀의 관측결과가 없었다면 이번 행사는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팀은 입을 모았다.

분석작업 또한 강행군의 연속. 현상된 슬라이드만 1천장이 넘고 관측보고서만도 1천페이지를 넘어 이를 분류하는데만 12명이 동원됐다. 분석팀(김지현 이한주 심재철)은 분류된 자료를 검토하는데 3일 밤을 꼬박 새웠다. 특히 실무간사를 맡은 김지현씨(서강대 천문대원)는 7월 15일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조직하는 일에서부터 9월 10일 분석작업이 끝날 때까지 55일을 이 일에 매달려 있어야만 했다.

분석팀과 일부 관측팀이 참가한 평가회에서는 앞으로 행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우선 행사 시기를 기상조건이 비교적 안정된 겨울로 옮겨야 하며, 전국 차원보다는 몇개의 대도시를 세분하여 운영해야 한다는 것. 별자리 관축을 통한 광공해 측정은 날씨조건이 중요한데 전국을 동일조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 강조됐다. 올해 서울과 부산 주변을 선정했다면 다음해는 대구와 광주 주변을 한다든가 해서 밀도있는 관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관측지 선정도 답사를 엄밀히 시행해 최적지를 확보해야 하고, 관측요원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더불어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관측지의 일부는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게끔 공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관측에 참여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아마추어천문 발전을 위해서 이런 행사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맥락에서 주최측과 후원사인(주)쌍용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199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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