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길태, 조두순 사건 등 강력 범죄는 여성과 어린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범죄를 미리 예방해 좀 더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해답을 안전한 도시를 디자인하는 ‘셉테드(CPTED)’가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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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를 소탕한 검사 출신인 루돌프 줄리아니는 미국 뉴욕 시장으로 취임하며 뉴욕을 범죄에서 안전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시민들은 당연히 경찰력을 동원해 범죄를 소탕할 줄 알았다. 정작 줄리아니 시장이 시작한 일은 악명 높은 뉴욕의 낙서를 지우는 일이었다. 물리적 무질서를 제거해 공동체의 자긍심을 높이고 사회적 통제 기능을 회복하는 일을 먼저 시작해 안전한 도시의 이미를 만들었다. 이런 사소한 일을 계속해 줄리아니 시장 재임 기간 동안 강력범죄가 44%나 줄었다.
뉴욕을 범죄없는 도시로 만든 것은 바로 셉테드다. 셉테드는 ‘범죄예방환경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약자다. 셉테드는 도시를 적절히 설계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해 범죄를 막는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런 설계를 통해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를
수 없거나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범죄로 인한 불안감이 줄어들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소 훔쳐가지 못하는 외양간
범죄는 ‘범죄자’, ‘피해자’, ‘범죄의 기회를 제공하는 환경’의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있을 때 일어난다. 전통적 범죄 예방은 주로 범죄자와 피해자만을 연구했다. 하지만 셉테드는 범죄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에서 범죄 환경을 제거해 범죄를 예방한다. 셉테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외양간을 잘 만들어 소를 훔쳐가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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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 그는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혼재된 활력이 있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셉테드의 역사는 캐나다의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에서 시작했다. 제이콥스는 자연스럽게 활력있는 도시를 만들어 범죄를 예방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구분하지 않는 토지이용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도시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구분돼 있었다. 따라서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간 상업지역은 텅비었고, 상점이 없는 주거지역의 거리는 사람이 오가지 않아 활력이 사라졌다. 이런 거리는 범죄에 쉽게 노출돼 있었다. 그는 가게, 술집, 빵집 등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을 주거지역에 놓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관심 있게 지켜봐 자연스럽게 범죄를 감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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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고전적인 자연적 접근통제의 예. 문주를 만들어 문주의 안이 사적영역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했다.
➋ 중국의 공동주택 토루. 12세기경부터 발전한 토루는 자연적 접근 통제의 좋은 예다.]
오스카 뉴먼 미국 뉴욕대 건축학과 교수는 1972년 ‘도시 거주지역방범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셉테드 설계의 지침이 된 ‘방어공간이론’을 제시했다. 뉴먼 교수는 범죄 예방을 위해 4가지 필수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주거하는 사람이 친숙하게 느끼는 영역성 확보, 주민들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시, 자연적 접근 통제, 안전한 이미지 조성 이다.
영역성 확보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명확하게 인식하게끔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사적 영역을 철저히 관리하면서도 잠재적 범죄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심리적으로 막는 설계다. 과거 마을 앞에 서 있는 장승이 이런 역할을 했다. 장승은 이곳을 넘으면 마을 사람들의 공간으로 진입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현재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는 입구에 문주를 설치한다. 문주에는 문이 없지만 아파트 단지 안과 밖을 구분해 섣불리 침입할 수 없게 만든다. 단독 주택의 경우 현관에 ‘포치’를 만들어 상징적으로 사적인 영역이라는 것을 알린다. 문주와 포치 는 주거민들에게 심리적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감시는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시설과 공간을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잠재적 범죄자가 숨을 수 없도록 만든다. 따라서 유리와 같이 안팎에서 훤히 볼 수 있는 구조와 재료를 사용하고, 적절한 밝기를 유지한다. 또 여름에 나무가 무성히 자라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작은 나무를 심어 자연스럽게 범죄를 감시한다. 엘리베이터 뒷면에 거울을 붙여 내부에 누가 몸을 숨기고 있는지 보여준다. 길에서 움푹 들어가 숨기 쉬운 상점 출입구를 둔각으로 설계해 범죄자가 숨을 수 없게 만든다. 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범죄 불안감이 큰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안에 헬스장과 같은 주민공동시설을 개방형으로 설치해 주차장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만든 것도 범죄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자연적 접근 통제는 도로나 교통 패턴의 변화, 상징적 물리적 장애물을 사용해 잠재적 범죄자의 접근을 차단하거나 어렵게 만드는 설계전략을 말한다. 이런 설계는 오래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용했던 전략이다. 중국에서 12세기경부터 발전한 공동주택인 ‘토루’에서도 이런 설계를 볼 수 있다. 토루 주변에 해자를 파고, 창과 출입문을 가능한 작게 만들어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셉테드에서도 해자를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해 보행로와 저층부 사이에 물로 찬 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범죄자의 접근을 막을 뿐만 아니라 낮은 층에 사는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아파트 저층에 상점이 들어선 이유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셉테드를 연구했다. 연구결과를 실제 도시건축설계에 적용한지도 오래다. 이들 국가에서는 도시공간이나 건축물을 설계할 때 셉테드 지침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제도적으로 셉테드 적용을 유도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셉테드를 적용한 뒤 범죄발생률이 감소하고 주민의 불안감이 줄어든 사례가 많다.
반면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연구가 시작됐고, 최근에야 제도화가 이뤄지고 설계가 활성화됐다. 2005년 ‘셉테드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경기 용인시 판교 신도시에 부분적으로 적용했으며, 2009년 서울은 뉴타운을 포함한 재개발지역에 셉테드를 반영하도록 제도화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한국형 안전도시 시범사업’으로 9개 지자체를 시범 선정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전국 초등학교 주변 통학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초등학교 주변 안전지도 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민간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요즘엔 범죄로부터 안전한 정도가 주택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여러 건설회사에서 자체적인 셉테드 디자인을 개발했으며, 한국셉테드학회에서는 국내에서 최초로 ‘ 공동주택 셉테드 인증제 ’를 실시해 2010년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최초로 인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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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여건상 도시화가 불가피하고, 도시에서도 고층 아파트와 같은 고밀도 개발이 필수다. 현재 국내 주거의 70%를 공동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주택에 대한 범죄예방설계는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말한 셉테드 기법 외에도 저층에 상점이나 주민공동시설을 배치해 길가를 항상 감시하도록 만든다. 셉테드는 CCTV에 비해 프라이버시 침해논란도 줄이면서 더 효과적인 감시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 셉테드 환경은 미국, 영국 등과 비교해 볼 때 아직 미흡하다. 장애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셉테드에 대한 사회적 기반과 인식이 부족하다. 일반인은 물론 도시건축공간을 창조하는 도시설계자, 건축설계자조차도 셉테드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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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담장을 없애면 범죄와 학교 폭력을 줄일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학교 안과 밖을 볼 수 있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셉테드는 이런 간단한 디자인 만으로도 범죄를 줄인다.]
여기에는 셉테드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편견도 큰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셉테드는 CCTV 등의 보안시설 설치 등으로 도시공간을 요새화하는 것이며, 많은 돈이 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셉테드는 디자인만으로 별다른 추가비용 없이 범죄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건축환경을 만들어 범죄를 줄이고, 도시의 가치도 높인다.
앞서 말한 뉴욕의 사례만 봐도 셉테드가 단순히 범죄발생을 줄일 뿐 아니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붕괴된 공동체를 복원하는 효과까지 갖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장애요인은 제도의 미비다.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은 다양한 제도를 통해 건축물 및 도시 공간 설계에서 셉테드를 활발히 적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서울시에서 재개발 사업 인가를 할 때 셉테드 반영을 의무화한 것 외에는 셉테드를 유도할 만한 제도적 기반이 구축돼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 ‘방범우량맨션 인증제도’가 시작됐다. 인증제도가 가장 활성화돼 있는 오사카의 경우 총 700여 공동주택 단지 중 400여 개 단지가 인증받았다. 인증을 받은 공동주택이 가치가 높아 분양에서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셉테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적용을 유도할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범죄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생존과 관련된 문제로서 다른 어떤 경제적 가치나 정치적 이익보다 먼저다. 단순히 범죄가 경찰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경찰, 주민, 그리고 도시건축공간을 창조하는 설계자 모두가 협력해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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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를 소탕한 검사 출신인 루돌프 줄리아니는 미국 뉴욕 시장으로 취임하며 뉴욕을 범죄에서 안전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시민들은 당연히 경찰력을 동원해 범죄를 소탕할 줄 알았다. 정작 줄리아니 시장이 시작한 일은 악명 높은 뉴욕의 낙서를 지우는 일이었다. 물리적 무질서를 제거해 공동체의 자긍심을 높이고 사회적 통제 기능을 회복하는 일을 먼저 시작해 안전한 도시의 이미를 만들었다. 이런 사소한 일을 계속해 줄리아니 시장 재임 기간 동안 강력범죄가 44%나 줄었다.
뉴욕을 범죄없는 도시로 만든 것은 바로 셉테드다. 셉테드는 ‘범죄예방환경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약자다. 셉테드는 도시를 적절히 설계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해 범죄를 막는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런 설계를 통해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를
수 없거나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범죄로 인한 불안감이 줄어들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소 훔쳐가지 못하는 외양간
범죄는 ‘범죄자’, ‘피해자’, ‘범죄의 기회를 제공하는 환경’의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있을 때 일어난다. 전통적 범죄 예방은 주로 범죄자와 피해자만을 연구했다. 하지만 셉테드는 범죄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에서 범죄 환경을 제거해 범죄를 예방한다. 셉테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외양간을 잘 만들어 소를 훔쳐가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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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 그는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혼재된 활력이 있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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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고전적인 자연적 접근통제의 예. 문주를 만들어 문주의 안이 사적영역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했다.
➋ 중국의 공동주택 토루. 12세기경부터 발전한 토루는 자연적 접근 통제의 좋은 예다.]
오스카 뉴먼 미국 뉴욕대 건축학과 교수는 1972년 ‘도시 거주지역방범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셉테드 설계의 지침이 된 ‘방어공간이론’을 제시했다. 뉴먼 교수는 범죄 예방을 위해 4가지 필수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주거하는 사람이 친숙하게 느끼는 영역성 확보, 주민들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시, 자연적 접근 통제, 안전한 이미지 조성 이다.
영역성 확보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명확하게 인식하게끔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사적 영역을 철저히 관리하면서도 잠재적 범죄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심리적으로 막는 설계다. 과거 마을 앞에 서 있는 장승이 이런 역할을 했다. 장승은 이곳을 넘으면 마을 사람들의 공간으로 진입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현재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는 입구에 문주를 설치한다. 문주에는 문이 없지만 아파트 단지 안과 밖을 구분해 섣불리 침입할 수 없게 만든다. 단독 주택의 경우 현관에 ‘포치’를 만들어 상징적으로 사적인 영역이라는 것을 알린다. 문주와 포치 는 주거민들에게 심리적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감시는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시설과 공간을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잠재적 범죄자가 숨을 수 없도록 만든다. 따라서 유리와 같이 안팎에서 훤히 볼 수 있는 구조와 재료를 사용하고, 적절한 밝기를 유지한다. 또 여름에 나무가 무성히 자라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작은 나무를 심어 자연스럽게 범죄를 감시한다. 엘리베이터 뒷면에 거울을 붙여 내부에 누가 몸을 숨기고 있는지 보여준다. 길에서 움푹 들어가 숨기 쉬운 상점 출입구를 둔각으로 설계해 범죄자가 숨을 수 없게 만든다. 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범죄 불안감이 큰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안에 헬스장과 같은 주민공동시설을 개방형으로 설치해 주차장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만든 것도 범죄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자연적 접근 통제는 도로나 교통 패턴의 변화, 상징적 물리적 장애물을 사용해 잠재적 범죄자의 접근을 차단하거나 어렵게 만드는 설계전략을 말한다. 이런 설계는 오래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용했던 전략이다. 중국에서 12세기경부터 발전한 공동주택인 ‘토루’에서도 이런 설계를 볼 수 있다. 토루 주변에 해자를 파고, 창과 출입문을 가능한 작게 만들어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셉테드에서도 해자를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해 보행로와 저층부 사이에 물로 찬 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범죄자의 접근을 막을 뿐만 아니라 낮은 층에 사는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아파트 저층에 상점이 들어선 이유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셉테드를 연구했다. 연구결과를 실제 도시건축설계에 적용한지도 오래다. 이들 국가에서는 도시공간이나 건축물을 설계할 때 셉테드 지침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제도적으로 셉테드 적용을 유도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셉테드를 적용한 뒤 범죄발생률이 감소하고 주민의 불안감이 줄어든 사례가 많다.
반면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연구가 시작됐고, 최근에야 제도화가 이뤄지고 설계가 활성화됐다. 2005년 ‘셉테드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경기 용인시 판교 신도시에 부분적으로 적용했으며, 2009년 서울은 뉴타운을 포함한 재개발지역에 셉테드를 반영하도록 제도화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한국형 안전도시 시범사업’으로 9개 지자체를 시범 선정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전국 초등학교 주변 통학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초등학교 주변 안전지도 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민간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요즘엔 범죄로부터 안전한 정도가 주택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여러 건설회사에서 자체적인 셉테드 디자인을 개발했으며, 한국셉테드학회에서는 국내에서 최초로 ‘ 공동주택 셉테드 인증제 ’를 실시해 2010년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최초로 인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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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여건상 도시화가 불가피하고, 도시에서도 고층 아파트와 같은 고밀도 개발이 필수다. 현재 국내 주거의 70%를 공동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주택에 대한 범죄예방설계는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말한 셉테드 기법 외에도 저층에 상점이나 주민공동시설을 배치해 길가를 항상 감시하도록 만든다. 셉테드는 CCTV에 비해 프라이버시 침해논란도 줄이면서 더 효과적인 감시수단이 될 수 있다.
국내 셉테드 환경은 미국, 영국 등과 비교해 볼 때 아직 미흡하다. 장애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셉테드에 대한 사회적 기반과 인식이 부족하다. 일반인은 물론 도시건축공간을 창조하는 도시설계자, 건축설계자조차도 셉테드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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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담장을 없애면 범죄와 학교 폭력을 줄일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학교 안과 밖을 볼 수 있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셉테드는 이런 간단한 디자인 만으로도 범죄를 줄인다.]
여기에는 셉테드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편견도 큰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셉테드는 CCTV 등의 보안시설 설치 등으로 도시공간을 요새화하는 것이며, 많은 돈이 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셉테드는 디자인만으로 별다른 추가비용 없이 범죄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건축환경을 만들어 범죄를 줄이고, 도시의 가치도 높인다.
앞서 말한 뉴욕의 사례만 봐도 셉테드가 단순히 범죄발생을 줄일 뿐 아니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붕괴된 공동체를 복원하는 효과까지 갖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장애요인은 제도의 미비다.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은 다양한 제도를 통해 건축물 및 도시 공간 설계에서 셉테드를 활발히 적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서울시에서 재개발 사업 인가를 할 때 셉테드 반영을 의무화한 것 외에는 셉테드를 유도할 만한 제도적 기반이 구축돼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 ‘방범우량맨션 인증제도’가 시작됐다. 인증제도가 가장 활성화돼 있는 오사카의 경우 총 700여 공동주택 단지 중 400여 개 단지가 인증받았다. 인증을 받은 공동주택이 가치가 높아 분양에서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셉테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적용을 유도할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범죄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생존과 관련된 문제로서 다른 어떤 경제적 가치나 정치적 이익보다 먼저다. 단순히 범죄가 경찰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경찰, 주민, 그리고 도시건축공간을 창조하는 설계자 모두가 협력해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