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학생은 의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명랑하고 씩씩한 학생이다. C학생의 꿈도 자신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전 경찰이 되고 싶어요. 삼촌처럼 경찰이 돼서, 약한 사람들도 돕고 싶고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다, 의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C학생은 결심이 단단해 보였다.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 꿈이다. 하지만 ‘내 친구들’이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애착과 고집이 있었다. 상담 선생님은 지나치게 자신만 정의롭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다는 조언을 했다.
“사람은 다 다른데 자신이 생각하는 ‘옳음’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거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야. 경찰이 되더라도 생각은 좀 더 유연하게 하는 것이 필요해. 사람마다 생각하는 ‘정의’가 다를 수 있단다. 고민해야해.”
“저는 과학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경찰에서 과학수사를 하고 싶어요. 범인이 남긴 미세한 흔적을 찾아내고 DNA분석도 하고 그런 일이 멋있어 보여요.”
“경찰은 간단한 과학수사를 하는 거야. 경찰이 지문을 채취하거나 증거물을 수집하면 자세한 분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주로 한단다. 주로 생물이나 화학 등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 이상 받은 사람을 뽑아. 과학수사를 하는 경찰도 대부분 국과수에서 정기적으로 증거물 수집방법 등을 교육받지.”
흔히 미국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경찰이 모든 과학수사를 전담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상당부분 전문적인 분석은 국과수에서 이뤄진다.
“경찰이 되려면 꼭 경찰대를 가야하는 것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 네가 하고 싶은 과학수사 연구는 더욱 그렇지. 네가 좋아하는 과학을 공부하고 전공해서 석사학위를 받은 다음, 국과수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지.”
과학수사에는 미세증거물 분석, DNA 분석, 마약 분석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따라서 필요한 전공 분야도 광범위하다. 생물 분야, 화학 분야가 가장 많이 필요하지만 최근 첨단 IT기술과 관련된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IT관련 분야 전공도 전망이 밝다.
“과학자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것을 빼돌려서 뒷돈을 받고 거래하거나 기업의 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나쁜 사람들이 극성이야. 그런데 잡고 보면 그 과정에 첨단 IT기술이 쓰여서 흔적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래. 그러니 전기전자공학, 산업공학, 컴퓨터 공학 등 뭘 전공해도 괜찮단다.”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면 해당 직업에 관련된 뉴스를 잘 챙겨 봐야 한다. 경찰을 꿈꾼다면 경찰과 검찰 사이의 수사권 문제 등에 관련된 뉴스를 모아서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두자. 그래야 훗날 면접을 보거나 논술을 할 기회가 생겼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다.
친구들과의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C학생이다 보니 친구들과 경쟁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지난 중간고사 때도 친한 친구가 속상한 일이 있어서 시험공부를 중단하고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성적에 소홀했다. 다행히 아직은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부모님은 그런 C학생을 보면 불안해 한다.
“점수 1점 때문에 친구 고민도 모르는 척 하고 경쟁해야 해요? 그래야 해요?”
일면 당연한 물음이다. 친구간의 우정도 인생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시기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마냥 친구들과 어울리기만 할 수는 없다.
“착한 아이구나.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해. 지금 약간 이기적으로 보이더라도 일단 네 공부는 놓치지 않아야 해. 그렇게 해서 네가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돼. 그 때는 친구만이 아니라 모르는 수많은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될 수 있어.
지금 그 친구와 의리를 지키겠다고 주저앉으면 나중에 네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렴. 16~19세, 이 소중한 시기는 한번 밖에 안 온단다. 청소년보호법이라는 것도 있지? 왜 만들었을까? 그만큼 중요한 시기야. 이 시기에 청소년이 진로를 잘 결정하고 바르게 커야 사회에도 더 좋기 때문에 그런 거야. 이 때 열심히 해서 훗날 성공하고 친구들도 도우렴.”
상담 선생님은 “너를 먼저 사랑해야 남에게 베풀 수 있다”며 “사소한 일로 너 자신을 뒤로 제치지 말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어떤 이유 때문이건, 네가 네 꿈을 제쳐둔다면 나중에 네 스스로가 아프단다. 지금 사소한 정은 사람들이 잘 잊어버리고 말아. 중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 어떤 친구가 무슨 말을 했고 뭘 했는지 너는 기억하고 있니? 아닐 거야. 중간고사 시험이 코앞이지만 친구와 같이 있느라 시험을 망치고 대학을 못 가면 너만 손해란다. 그 친구는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을거야. 조금은 이기적으로 자신을 사랑할 때야.”
“꿈이 뭐야?”
“과학 선생님이요.”
의외의 대답이다. 과학영재학교를 지망했다가 탈락하고 과학고 지원을 고민하는 KAIST지망 학생의 꿈은 중·고등학교의 과학 선생님이었다. 물론 과학 선생님이 갖고 있어야 하는 필수적인 덕목은 전공 소양이다. 더 많이 알고 있으면 좋지만 KAIST에는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는 법을 알려 주는 ‘사범대학’이 없다.
“왜 과학 선생님이 되고 싶어?”
“저는 과학을 좋아하고 잘해요. 제가 잘 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과학 선생님이 되면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원래는 부모님의 뜻대로 검사를 꿈꿨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J학생의 성격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바꿨다.
J학생은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둥글둥글한 성격의 학생이었다. 부모님의 뜻과 다른 자신의 꿈을 찾았지만 그 과정이 괴롭지는 않았다. 부모님을 잘 설득한 덕분이다.
“책은 많이 읽어?”
“네. 자주 읽어요.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어떤 책을 많이 보니?”
“주로 명작 소설을 봐요.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동아를 자주 읽고 있어요. 상식이 쑥쑥 쌓여서 좋아요. 과학동아를 첫 페이지에서부터 순서대로 다 읽는 건 시간이 많이 들어서 잘 못해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우주’에 관련된 기사는 꼭 읽어요. 종종 어려운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깊이 알지는 못해도 재밌게 보다 보니 도움이 많이 되요. 모르는 내용은 찾아보려고 하고요.”
과학관련 책은 과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잘 읽히지 않을 때가 많다. 때문에 기본적인 과학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어려운 내용이나 개념이 나온다면 인터넷이나 과학 교과서 등에서 찾아보자. 그렇게 스스로 익힌 내용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과학을 좋아한다면 공부할 때 꼭 학교에서 배운 것만, 학교에서 배우는 순서대로 할 필요는 없어. 네가 궁금하고 하고 싶은 공부가 있으면 스스로 찾아보면 되는 거야. 이제 중학교가 6개월 정도 남았어. 스스로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 생각해. 이제 남은 6개월 동안 고등학교 예행연습을 하고 가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
“독후감은 쓰니?”
“아니오.”
“읽었던 책은 독후감을 써서 반드시 남겨둬. 그래야 중·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에 쓸 때 좋아. 그리고 소설책도 매우 좋지만 네가 좋아하는 과학이나 수학에 관련된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단다.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독서 내용도 봐. 과학, 물리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그런 분야의 좋은 책들이 독서 기록에 있어야 해. 그래야 진정성 있어 보이거든. 소설로만 가득하다면 곤란하지.”
꿈이 과학 선생님이라면 굳이 사범대학이 없는 KAIST에 갈 필요는 없다. 사범대학이 있는 학교 중에서 희망대학을 찾아야 한다.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J학생은 영재학교에 떨어진 기억 때문에 자신감이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영재학교에 가야 과학 선생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기소침할 필요없다. 단, 꿈과 관계없이 특목고를 선호하는 열풍에 이리저리 휩쓸린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과학이 좋고 물리가 좋아서 더 공부하려고 준비했다는 것을 충분히 어필해야 한다.
“내신은 어때?”
“상위권이에요. 그런데 영어가…. 다른 과목에 비해 많이 떨어져요.”
“영어는 어떤 분야에 가든지 필수야. 과학분야도 마찬가지지. 대부분 단어를 외우지 않아서 점수가 나쁜 경우가 많아. 일단 단어를 열심히 공부해. 그 다음이 독해야. 그리고 문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하도록 해.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텝스(TEPS)시험을 보는 것도 좋지.”
단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학원에 다니는 것은 돈낭비다. 단어와 독해를 스스로 충분히 공부하자. 그런 다음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학교 선생님께 질문하거나 인터넷 강의나 학원을 이용하는 것이 순서다.
상담 선생님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교과서나 문제집만 봐서는 과학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어. 그 의미를 알아야지. 공부할 때는 그 내용과 관련 있는 과학책을 읽어보렴. 소설 보듯이 후루룩 보면 안 돼. 모르는 말이 나오면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읽어. 모르는 것, 인상깊은 것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해. 물론, 글 쓰는 것 귀찮지. 그렇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려. 게다가 요즘은 표현하는 시대야. 앞으로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스타 과학자가 된단다. ‘과학콘서트’를 쓴 KAIST 정재승 박사를 보렴. 정 박사의 연구업적도 뛰어나지만 세상에는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 아주 많은 있을 거야. 사람들에게 과학을 쉽게 잘 알려 주는 글을 쓸 줄 알기 때문에 더 유명한 거야.”
독후감을 반드시 써 두자. 책을 다 읽고 나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쓰려고 하면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고 귀찮아진다. 그렇다면 녹음기를 이용해보자. 책을 읽는 중간중간 느낀 것이 있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녹음기에 녹음을 해두자. 녹음한 것을 나중에 들으면서 독후감을 써도 좋다. J학생은 녹음기 방법을 무척 좋아했다.
“우와.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제가 순간 떠오르는 게 있는데 나중에 잘 기억이 안 나요. 시험 볼 때 외워서 알던 것도 나중에는 다 잊어버리거든요.”
“그래. 메모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면 충분히 극복 할 수 있어. J도 아이디어 뱅크가 될 수 있다는 말이지. 메모가 힘이야. 수업을 들을 때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적어두렴.”
꿈이 선생님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교사일기’를 쓰는 것도 좋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 교육 이슈, 학교 선생님께 배울 점 혹은 아쉬웠던 점을 기록하는 것이다. 좋은 교사가 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