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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우리은하가 안드로메다은하와 충돌한다면?

은하의 춤일까. 만약 우리은하가 이웃 안드로메다은하와 충돌한다면 밤하늘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살아 있다면 말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장에 있다.


 1 우주가 완벽하게 균일했다면 ? 

›››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태양계가 포함되어 있는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또 우주는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똑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29년, 에드윈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과거에는 더 작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는 한 점에서 시작됐다는 논리적 추정이 가능하다.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해 지금까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빅뱅이론’이다.

하지만 우주에는 빅뱅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리 우주가 너무나 균일하고, 공간이 너무나 편평하다는 사실이었다. 우주는 너무나 넓어서 모든 지점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없다. 그런데도 어디를 봐도 온도가 서로 비슷비슷하며, 공간 역시 일부러 누가 손으로 당겨 펴기라도 한 듯 편평하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1980년에 등장한 인플레이션이론이다. 인플레이션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탄생 직후 빛보다 빠른 속도로 급격하게 팽창했다. 처음 탄생한 우주에는 공간적으로 굴곡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마치 고무판을 잡아당겨 굴곡을 펴듯 공간이 편평해졌다. 균일함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우주는 처음 만들어진 우주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작은 부분의 온도와 밀도는 균일했고, 이것이 팽창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여전히 균일한 분포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는 아주 완벽하게 균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플레이션에 의해 팽창이 일어날 때 양자 효과에 의해 미세한 차이(양자적 요동)가 생겨났다. 이 차이는 인플레이션이 종료되는 시점을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지게 했다. 그 결과 우주에는 지역에 따라 미세하게 온도 차이가 발생했고, 이 지점들을 중심으로 별과 은하들이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만일 우주가 완벽하게 균일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우주에는 은하도, 별도, 우리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균일하지 않고 차이가 지금보다 컸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우주에는 더 많은 은하와 별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우주에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이 더 많아져서 우리 이웃에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가 살게 됐을 수도 있다.


 2 우주의 팽창 속도가 변한다면? 

››› 가정이 아니라 현실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유명한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사진은 약 130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당시의 우주는 현재의 모습과는 다르게, 막 태어나고 있거나 충돌하는 은하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은하도 현재의 은하가 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작은 은하들과 충돌했다. 현재 우리은하의 200여 개 구상성단 중 최소 40%는 주변 왜소은하의 중심핵이었거나, 이들 왜소은하에 딸린 구상성단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플레이션은 우주 탄생 초기에 급격히 일어난 뒤 끝났다. 만일 인플레이션이 멈추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우주는 지금도 급격한 속도로 팽창을 하고 있을 것이고, 별과 은하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인플레이션은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났고 우주는 초기 빅뱅이론에서 예측한대로 별과 은하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적절한’ 속도로 팽창을 계속했다.

그런데 만약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질문은 10여 년 전만 해도 가정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주 팽창 속도는 정말로 일정하지 않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속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우주의 팽창속도가 정반대로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1998년 두 팀의 천문학자들이 독립적으로 발표했다. 이 발견에 참여한 3명의 천문학자들은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과학동아 2011년 12월호 기획 ‘2011 노벨상’ 참조).

이어진 여러 관측 결과, 우주는 태어난 지 약 70억 년이 지난 후부터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우주가 이렇게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힘이 계속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과학자들은 이 정체불명의 힘에 ‘암흑에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암흑에너지는 우주가 팽창하면 팽창할수록 점점 더 커진다. 그러므로 우리 우주는 앞으로 영원히 가속 팽창을 계속할 것이다. 요약하면, 대폭발 직후 급격한 팽창을 겪은 우주는 인플레이션이 종료된 후 팽창속도가 점점 느려지다가 어느 순간 다시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앞으로도 점점 더 빨리 팽창할 것이다. 우주는 별과 별 사이가 점점 더 멀어져서 별도 빛도 희박한 깜깜한 공간이 될 것이다.


 3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충돌한다면? 

››› 태양계 최후의 날 올까
◀ 최근 NASA(미국항공우주국)가 공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점점 다가오는 안드로메다 은하를 보다, 약 40억 년 뒤부터는 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70억 년 뒤 합쳐진 은하핵은 지금보다 훨씬 밝고 환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태양은 약 46억 년 전에 태어났으므로 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을때 만들어졌다. 하지만 점점 빨라지고 있는 우주의 팽창속도는 우리은하와 태양계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 우주의 팽창은 큰 규모일 때는 의미를 가지지만, 작은 규모에서는 국지적인 중력이 더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은하가 커지거나 우리은하와 이웃 은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은하와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는 서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앞으로 약 40억 년 후에는 서로 충돌할 예정이다. 우리은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우주의 팽창속도보다는 오히려 안드로메다은하와의 충돌이 될 것이다.

이 충돌은 약 30억 년에 걸쳐서 진행돼, 결국 두 은하가 합쳐져서 하나의 새로운 거대 타원은하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 은하의 모습이 완전히 변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혹시 태양계 최후의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태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별은 4.2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알파 센타우리 별이다. 이 거리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100만 분의 1 비율로 축소해보자. 그러면 태양은 지름 14cm의 구가 되고 명왕성까지의 거리는 약 500m가 된다. 알파 센타우리 별까지의 거리는 무려 4000km가 된다. 무수히 많은 별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하는 실제로는 지름 14cm의 구가 약 4000km 간격으로 놓여 있는 텅 빈 공간인 것이다. 주먹 두 개 크기인 태양이 우리나라에 있고 가장 가까운 별이 인도 서부에 하나 있는 정도다.

그러므로 어떤 두 은하가 서로 충돌한다고 해도 별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론 현재 은하의 중심을 공전하고 있는 별들의 궤도는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와의 충돌 역시 마찬가지다. 태양의 중력에 묶여 있는 지구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 사실은 태양이 처음 태어날 때를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태양은 산개성단 내에서 많은 형제 별들과 함께 태어났다. 행성들은 태양이 산개성단에서 떨어져 나올 때 함께 떨어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행성들이 받은 영향은 거의 없었다.

다만 두 은하가 합쳐져 새로운 거대 타원은하가 탄생한다면, 이 타원은하의 밝은 핵이 지금의 은하수 대신 밤하늘을 가득 채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지구에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약 70억 년 후에 일어나게 될 일인데, 태양의 수명은 앞으로 50억 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4 태양이 블랙홀이 된다면? 

››› 지구는 무사할까
 태양이 은하의 중심부에 있다면 어떨까. 은하의 중심은 별의 밀도가 높다. 하지만 별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지 않는 한 지구에서 느끼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맨 위는 안드로메다은하 중심부의 상상도.

왼쪽은 우리은하 중심부의 적외선 영상.


이번엔 충돌 대신 블랙홀을 상상해 보자. 만약 태양에서 가까운 곳에 블랙홀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앞서 이야기한 가장 가까운 별 알파 센타우리 별이 갑자기 블랙홀로 바뀐다면 우리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아무런 변화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가장 가까운 별이 블랙홀이 돼도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우주는 크고 성글다. 좀더 극단적으로, 만일 어떤 고도의 기술을 가진 외계인이 태양을 반경 3km로 수축시켜 블랙홀로 만들면 어떨까. 이 경우는 영향이 있다. 태양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마 우리는 8분 후 지상에서 태양빛이 사라질 때까지 태양이 블랙홀이 됐다는 사실도 알지 못할 것이다. 지구가 빨려 들어가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태양의 중력은 동일하고 지구는 블랙홀의 경계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구는 태양에너지를 받지 못해 죽음의 행성이 될 것이다.

태양이 지금처럼 우리은하의 바깥쪽이 아니라 중심부에 있다면 어떨까. 역시 아주 가까운 곳에 다른 별이 있지 않는 한 지구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은하 충돌과 마찬가지로 밤하늘에 훨씬 더 많은 별이 보이겠지만.

이렇게 대폭발에서 태어나 인플레이션을 거쳐 감속팽창과 가속팽창을 차례로 겪어온 ‘정상적인’ 우주에서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우주가 만일 ‘비정상적인’ 과정을 겪어왔다면 그 결과는 단지 우리에게만이 아니라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 결과 우주 자체의 존재도 바꿨을 것이다.


 5 인플레이션이 영원히 일어난다면? 

››› 우주는 끝없이 생겨난다

앞서 인플레이션에 의한 팽창은 완벽하게 균일하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우주에는 양자 효과에 의해 미세한 차이가 생겼고, 적절한 온도 차이가 생겨서 은하와 별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온도 차이를 남긴 것보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시기에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늦게 끝날 수가 있다. 이 지점들은 매우 드물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은 결국 인플레이션이 종료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급격히 팽창하는 큰 공간이 물질과 복사로 구성된 작은 지역을 둘러쌀 것이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다시 양자효과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종료되지 않는 지역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무한히 반복되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비슷한 공간이 무한히 많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전혀 생기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 영원한 인플레이션 다중우주다(과학동아 5월호 기획 ‘다중우주’ 참조).

우리는 이미 태어난 지 137억 년이나 되고,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큰 성숙한 우주에 살고 있다. 이 우주에서 어떤 변화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만큼 우주는 크고 멀다. 하지만 우리 우주가 막 태어나던 순간에는 어떠한 작은 변화도 우리 우주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 영향은 우주의 모습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었고, 우주를 여러 개 만들 수도 있었으며, 아예 존재하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


 우주가 이랬다면 - 남은 질문들 

빅뱅이 완전한 대칭 속에서 일어났다면?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만큼 생겨났을 것이다. 그런데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감마선을 방출하면서 사라져버린다. 그러므로 이런 우주에서는 인간은 물론이고 모든 물질도 지금처럼 존재할 수가 없고 감마선이 공간을 메우고 있을 것이다.

우주상수(Λ)의 값이 달랐다면?
우주 전체의 에너지 밀도는 임계밀도와 똑같아서 우리 우주는 편평한 우주가 된다. 만일 이 상태에서 우주상수의 값이 더 작았다면 우주는 지금도 감속팽창을 해 우리가 우주상수의 존재 자체를 아직 몰랐을 수도 있고, 더 컸다면 인플레이션이 더 길어져서 아직 별과 은하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중력의 법칙이 달랐다면?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작아진다. 만일 중력이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하여 작아진다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안정적인 궤도로 돌기 어렵다. 외부에서 작은 힘만 작용하더라도 태양으로 끌려들어가거나 우주공간으로 튀어나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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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완벽한 지구 만들기
Part 1. 6가지 가정으로 예측해 보는 ‘만약에 지구가’
Part 2. 나만의 지구를 설계한다면? '지구설계사무소'
Part 3. 우리은하가 안드로메다은하와 충돌한다면?
Epilogue. 완벽한 지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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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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