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교수는 1942년 의사이자 열대병을 연구하는 생물학자의 장남으로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뒤 66년 ‘팽창하는 우주의 성질’이란 논문으로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 그는 클래식 음악과 공상과학을 좋아하는 장발의 학생이었고 조정 선수로 활동할 만큼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대학원 과정 중이던 63년 루게릭 병(근위축성 측색경화증)에 걸려 2-3년 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이 병은 척수신경이나 대뇌피질이 퇴화해 이것에 연관된 근육이 서서히 위축되기 때문에 결국 걷거나 움직이지 못하고 남의 도움이 없이는 음식조차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을 못쓰게 되는 불치병. 같은 증세로 사망한 미국 메이저리그의 유명한 투수 루게릭의 이름을 붙였다. 이 병은 고통이 따르지 않고 지력에도 영향을 주지 않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병이 예상보다 천천히 진행되자 삶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고 우주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60년대 특이점 정리, 70년대 블랙홀 증발이론(‘호킹 복사이론’), 그리고 80년대 무경계 우주론 등 획기적인 이론들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우주의 기원과 본질에 대한 연구를 이끌어왔다.
■ 특이점 정리
65년부터 호킹은 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와 함께 특이점(singularity) 개념을 검토했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무거운 별은 핵연료가 소진되면서 수축하는데, 이들은 별이 무한대의 밀도를 갖는 특이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수축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우주의 초기에 밀도가 무한이었던 대폭발(빅뱅)시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과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도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 블랙홀 증발이론
휠체어에 앉기 시작한 70년 호킹은 블랙홀의 특이점 정리를 계기로 블랙홀 연구에 전념했다. 3년 뒤 그는 블랙홀도 입자를 방출하며 질량과 에너지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결국에는 증발해 없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즉 양자역학적 효과 때문에 블랙홀 주변의 진공에선 입자와 반(反)입자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러한 진공의 요동으로 인해 블랙홀은 마치 뜨거운 물체처럼 끊임없이 증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 무경계 우주론
74년 이래 호킹은 일반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결부시켜 우주를 설명하려고 노력해 왔다. 특히 우주의 기원과 관련해 어떤 물리법칙도 적용되지 않는 특이점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그는 83년 제임스 하틀(James B. Hartle)과 함께 우주에는 시작이나 끝을 나타내는 시간적 경계가 없고 또 공간적 부피는 있되 경계가 없다는 ‘무경계 우주’를 제안했다. 즉 우주는 마치 지구표면처럼 면적은 있지만 경계선이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업적으로 호킹은 74년 32세의 나이로 최연소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됐다. 79년에는 케임브리지대학의 최고명예인 루카시언 석좌교수에 임명돼 현재 그는 뉴턴과 디랙에 이어 제3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호킹은 또 85년 폐렴 때문에 기관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 목소리마저 잃어 버렸지만 그동안 휠체어 위에서 컴퓨터 음성합성기를 통해 활발한 학술·강연 활동을 벌여 왔다. 특히 그가 일반인들을 위해 우주의 역사와 시공간 개념을 쉽게 풀이해 쓴 ‘시간의 역사’는 88년 출간 이후 전세계 40여개 국에서 1천만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의 하나가 됐다. 최근 그는 최신 가설인 ‘막 우주론’을 기반으로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밝히려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5년 제인 와일드와 결혼해 2남1녀를 두었으나 90년에 이혼하고 95년 간호사였던 일레인 메이슨과 재혼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