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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무한변신

사랑의 숨결로 불어낸 유리예술



유리는 불을 만나면 어쩔 줄 몰라한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듯 한 없이 부드러워지다 이내 예술가의 손에 온 몸을 맡긴다. 불을 만난 유리는 마치 물에 젖은 진흙 같다. 예술가의 손에서 자유자재로 형태가 바뀐다. 때로는 기다란 파이프 끝에 묻혀져 반대쪽에서 불어오는 예술가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아 부풀어 오른다. 칼과 집게에 다듬어져 섬세한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커다란 석고 틀에 부어지면 거대한 조각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제 유리는 예술이다.

유리, 화려함에 빠지다

이보다 화려할 수 있을까. 베네치아의 유리 조형 장인들의 작품이다. 유리 조형에 쓰이는 무늬와 색은 5000가지 이상. 예술가는 서로 다른 색과 무늬를 가진 유리봉을 녹여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킨다. 1204년 4차 십자군 전쟁 때 로마 북쪽에 살던 유리 장인들이 베네치아에 정착하면서 이탈리아에 유리 조형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용해로로 녹인 유리를 파이프에 묻힌 뒤 불어서 모양을 만드는 ‘블로잉’ 기법을 이용했다.

[요동치는 땅(BARENA) | 스키아본-옅고 짙은 갈색 톤을 사용해 지형의 변화를 표현했다. 마치 땅이 요동치는 듯하다.]








 
자연의 섬세함을 담다
 
너무나도 투명해 몸 안이 훤히 비치는 해파리와 색색의 유리를 각각 다르게 써 표현한 공작새의 깃털, 나뭇가지에 달린 푸른 나뭇잎까지 자연의 신비로움과 위대함이 묻어난다.











[빛이 쏟아지다 | 이윤범 - 빛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표현하고자 안쪽 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었다.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원기둥 안쪽에 유리조각을 덧붙여 가열해 울퉁불퉁한 질감을 표현했다.]

[불멸의 데이터 | 우성철 - 색색의 시험 데이터들이 시험관과 주사기 속에 담겨 분석을 기다리고 있다. 투명한 판유리와 색색의 판유리를 열로 가열해 서로 붙인 뒤, 굳어진 유리를 주사기와 시험관 모양으로 연마했다.]

 
[시냅스 | 마우로 보나벤투라 - 몸 속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퍼져 뇌로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시냅스를 형상화했다. 붉은 유리 선 하나를 중심으로 마치 가지가 뻗어나가듯 유리 선 중간 중간 열을 가한 뒤 녹은 유리를 잡아 늘려 서로 잇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푸른 눈동자 | 홍진선 - 푸른 유리로 눈동자를 만든 뒤 그 위에 투명 유리를 겹겹이 덧대었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마치 우리를 감시하는 듯하다.
▶깜찍한 로봇 | 김세영 - 너트와 전자기판 코일 등 아기자기한 소품이 돋보이는 귀여운 로봇이다. 유리로 만든 투명한 몸통 탓에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2012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이화영 기자 | 도움 남서울대 유리조형연구소, 인피니티, 이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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