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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10년, 고통받는아이들 신종에이즈 발병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23분, 체르노빌 원전 4호기가 폭발했다. 역사상 가장 참혹한 피해를 입힌 원자력 발전소 사고였다. 당시 인근 지역에 살던 주민과 복구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60여만명. 이들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2년 전(1994.5.27-6.6) 우크라이나 공화국을 방문한 경험으로 볼 때 이들의 피해 정도는 상상외로 심각하다.

사고 다음 날 오후 3시 6천대의 버스가 5만여명의 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당시 주민들은 신분증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물품을 남겨놓아야 했고, '꽃밭' 이란 이름의 마을은 사고 후 흙으로 완전히 덮여 무덤이 돼버렸다. 남아 있는 아파트 호텔 레스토랑 학교 등은 모두 검게 그을리거나 빛이 바랬고 사람의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30km 내에는 각종 물건 건물 잔해 기계 자동차 복원장비 등을 묻은 흔적이 곳곳에 있는데, 방사능 준위가 매우 높아 접근을 막고 있다.

'체르노빌 연합' 에 따르면 사고 후 어린이들에게 편도선 내분비계 호흡기 소화기 순환기 등의 질병이 잘 나타난다고 한다. 특히 면역 기능이 약해져 다른 질병으로부터 무방비상태가 된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후천성면역결핍증과 유사한 이 증세를 가리켜 '체르노빌 에이즈' 라고 부른다.

하루는 순환기에 질병이 생긴 6살난 여자아이를 만났다. 그 소녀는 체르노빌 사고 후 태어났다. 머리카락이 거의 없고 창백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의료 분야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사고 후 정부 명령에 따라 핵발전소 구역에서 한달 반 가량 일했다고 한다.

프랑스 TV에 소개된 '체르노빌' 기획에 참여한 한 사람은 체르노빌 어린이 학교를 방문한 경험을 전해 줬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두통을 앓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한달에서 석달 간 병원에 입원했으며, 한달 정도만 수업을 받는 어린이도 많았다. 또한 정상적인 어린이들의 수업시간이 45분인데 비해, 체르노빌 어린이들은 그 시간을 지탱할 수없어 20분 수업을 받는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암연구소의 소장을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1986년 4월 전에는 어린이 갑상선암 등록건수가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1993년에는 54건이 등록됐다. 전적으로 체르노빌 때문이다."
 

체르노빌 10년, 고통받는아이들 신종에이즈 발병
 

사후 수습이 미진한 탓에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한 예로 키에프시의 바뚜찐 지역에는 2만여명의 복구작업참가자들과 피해자들이 살고 있으며 이중 5천명이 어린이다. 이들 모두에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현대적 의료시설이 없고 약품가격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수백배까지 올랐다. 그 결과 수백명의 피해자들이 생명을 잃었다.

'마마-86'은 어린이와 그 부모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의장의 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사망률은 지난 2년간 15% 증가했다. 특히 키에프시의 사망률은 다른 도시들보다 더욱 심각해 지난 2년 간 남자 24% 여자 38%가 증가했다. 또한 만성 질병률은 3배나 증가했다.
 

체르노빌 10년, 고통받는아이들 신종에이즈 발병
 

작년 우크라이나 보건장관은 사고 9주년 하루 전날 "사고 수습과정에 참가한 사람 중 43만 2천여명이 현재 암에서 우울증까지 다양한 병을 앓고 있다" 고 공개했다. 또한 유엔은 95년 11월 28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최소한 9백만명이 체르노빌 사고의 영향을 받았고, 사고처리를 담당한 80만명의 노동자와 군인들은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고 밝혔다.

특히 "벨로루시에서는 갑상선암 발생이 체르노빌 사고 전보다 무려 2백85배나 늘어났으며, 사고 전 비옥했던 농토와 산림 지역이 앞으로 수세대 동안 살 수 없거나 이용할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고 한다. 그 탓에 이재민이 된 40만명은 아직 귀향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상황은 등록된 숫자의 2-3배,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게 보편적인 견해다. 인간의 목숨을 이렇게 쉽게 위협할 수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재난으로부터 인류는 원자력발전소가 여타 발전 방식에 비해 그렇게 '깨끗한'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비극적인 방법으로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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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양장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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