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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연료전지 나노 기술로 상용화 앞당긴다

서울대 광 및 전기화학 에너지 연구실



전기화학으로 미래 에너지 개발


“쉽게 이야기하면 고등학교 과학에서 배우는 산화 환원 반응입니다. 연료전지, 태양전지, 이차전지의 핵심이 바로 산화 환원입니다.”

전기화학은 전기현상에서 나타나는 화학 변화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전자, 이온, 화학반응 등 머리 아픈 용어가 연이어 등장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배운 산화 환원 반응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해질 용액에 서로 다른 두 금속을 넣고 전선을 연결한 뒤 전구를 꽂으면 불이 들어온다. 음극 재료에서 튀어 나온 전자가(산화 반응) 전해질 용액 속에서 이동해 양극에 달라붙고 수소가 생기면서(환원 반응) 전기가 생성되는 현상인데 이것이 전기화학의 기본이라는 것. 간단한 현상이지만 온실기체를 배출하지 않는 차세대 에너지인 수소연료전지, 태양전지에 적용할 수 있다. 재료만 다를 뿐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같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수소가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해되면 수소이온은 전해질을 거쳐 반대편 극으로 이동하고 이때 전자는 회로를 지나며 전류를 만든다. 수소이온은 다시 전자, 산소와 만나 물을 생성한다. 지구상에 풍부한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 나오기 때문에 연료전지는 깨끗한 차세대 에너지로 꼽힌다. 2040년 자동차 에너지의 약 50%, 발전 설비와 주거 설비 전력에너지의 약 20%를 수소연료전지가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연료전지의 상용화 시기가 먼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연료전지에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반응을 일으키려면 ‘촉매’가 필요한데 대부분 귀금속이 사용돼 비싸다. 수소연료전지로 만든 자동차 한 대가 수억 원에 달하는 이유도 촉매에 쓰이는 백금의 비싼 가격 때문. 성 교수의 연구는 여기서 출발한다. 비싼 백금을 적게 쓰면서도 효율을 높이거나 백금보다 값싼 촉매를 찾는 것이다.

“전기를 많이 생산해 내려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백금과 같은 촉매의 면적을 크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나노’ 기술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백금의 지름을 1~2nm(나노미터, 1nm는 백만 분의 1m)로 잘게 쪼개면 그 안에는 백금 원자 100~200개만 들어갑니다. 알갱이가 작아질수록 표면적은 넓어지고 그만큼 반응은 커지는 것입니다.”

성 교수는 수소연료전지에서 백금의 사용량을 5% 줄이면서 성능을 잃지 않는 ‘팔라듐-백금 합금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백금에 팔라듐을 첨가시킨 나노 합금을 촉매로 사용하면 산화 반응이 잘 일어나 백금의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수소연료전지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백금 대신 연료전지에 사용할 수 있는 탄소나노코일 개발도 성 교수의 업적이다.

“수소연료전지의 상용화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튬전지를 생각해 보세요. 1998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됐습니다. 이전까지는 고성능 배터리가 없어 휴대용 전자제품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세요. 노트북, 휴대전화 등 이차전지(충전해 반복해서 쓸 수 있는 전지)가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꾸준히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연료전지 상용화를 점점 앞당길 것입니다.”
 

문제 해결, 다른 분야에서 아이디어 얻어

“연구를 하다 보면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해결해야 하는데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죠. 그럴 때 우리 연구팀은 주로 다른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옵니다. 시각을 넓히는 거죠.”

성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연료전지, 태양전지, 리튬이온 전지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산화 환원 반응을 이용한다는 핵심은 같지만 쓰이는 재료나 기술 등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연구실 회의를 하면 각 분야의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준다. 성 교수는 연구실의 연구 분야를 설명하던 중 문제 해결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성 교수가 수소연료전지에서 수소 이온의 이동성을 증가시키는 연구를 진행하던 때였다. 수소 이온 이동성의 증가는 연료 전지의 효율과 직결된다. 성 교수는 여러 첨가제를 넣어 수소 이온의 이동성을 증가시키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성 교수는 ‘건전지는 성능이 좋은데 왜 연료전지는 그렇지 않을까. 일반 건전지 속 성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건전지를 분해했다. 건전지에는 전극이면서 이온을 저장하는 층상구조가 있는데 여기에 쓰인 산화물을 연료전지에 넣어 봤더니 수소 이온의 이동성이 활발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 것이다. “이럴 때 끈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입니다. 실패를 했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안됩니다. 연구가 성공했을 때 순간적으로 멋있지만 이 성공은 끊임없는 반복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성 교수는 공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인내와 끈기를 꼽았다. 같은 공간에서 매일 비슷한 실험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우며 반복되는 실패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성 교수는 한 동료의 일과를 소개했다.

“초파리를 연구하는 친구입니다. 매일 아침 초파리 집단에서 죽은 초파리가 몇 마리인지 셉니다. 몇 시간 동안 초파리의 행동을 진득하니 앉아서 관찰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공학자,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자리에 앉아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학 공부를 하는 것도 인내를 배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비슷한 문제, 같은 유형의 문제를 계속해서 반복해서 풀잖아요.”



글을 읽고 이해하고 쓰는 능력은 고등학교 때부터 길러야

공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고등학생 때부터 길러야 하는 능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성 교수는 예상외의 대답을 내놨다. 물리, 수학, 화학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 글쓰기 능력과 글을 읽는 능력을 미리 준비하라는 것이다.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이 가르치는 것만 이해하는 경향이 큽니다. 책을 읽고 스스로 그 책에서 요지를 찾아내고 정리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공학을 보다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겁니다.”

성 교수는 자연계 학생들도 글쓰기 실력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연구자에게 글쓰기 능력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논문 작성 때문이다. 아무리 연구결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연구자는 논문으로 자신의 연구를 마무리 짓는다. 논리 정연한 글 실력은 좋은 논문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글쓰기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한 노력과 관심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자연계 학생들도 글쓰기,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성 교수는 10년 뒤에는 연료전지 기술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고등학생들이 연구자의 길로 들어선다면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할 시기다. 성 교수는 현재 고등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만한 분야라며 연료전지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학생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2012년 5월 과학동아 정보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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