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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천문대세워「별사랑 꿈」펼치자

남도천문연구회

남도천문회원들이 모여 천체관측하는 장면


전라남도 지방의 천문인들이 모여 '별사랑'을 키우면서 어린 싹들을 발굴, '밤하늘의 정서'를 보급하고 있다.

'별보는 일'에 관한 한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전라남도 지방에 새싹이 힘차게 돋아나고 있다. 4, 5년 전부터 '우리도 한번 천문운동을 해보자'는 자연스런 움직임이 결실을 맺어 이제는 광주를 비롯한 전라남도 전역에 회원을 가진 남도천문연구회(회장 박종철)가 창립돼 활기찬 모습으로 세를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남도천문연구회는 이제 만 두돌이 채 못된 천문서클이지만, 성년 못지 않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90년 2월에 20명으로 출발한 이 모임은 현재 정회원만 50여명으로 불어났고 정회원 각자가 지도 또는 관련하고 있는 예비 아마추어천문인들까지 합친다면 2백여명이 넘는다.

남도천문연구회는 출발부터가 예사의 천문단체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광주의 두대학(전남대와 조선대) 천문학과 졸업생들이 모여 전남지역에 아마추어천문의 싹을 피울 수 있는 길을 열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 별사랑과 지역사랑이 결합돼 옥동자를 탄생시킨 셈이다. 더욱이 초기 구성원들이 천문 관련학과 대학원생들과 대학 때 천문을 전공하고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던 중고교 교사들이었기 때문에 프로정신이 투철했다고 한다.

현재 모교(조선대)에서 강사를 하며 성암자연학습원의 교육간사를 맡고 있는 남도천문연구회장 박종철(35)씨는 "프로와 아마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 천문인구의 저변을 넓히자는 것이 모임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비록 천문학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달의 신비에 파묻혀 날밤을 새고, 토성 고리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넋을 빼앗기며, 안드로메다의 웅대한 자태에 자신을 내맡기는 별사랑에 듬뿍 빠진 천문인은 많지 않다. 또한 '별하나나 하나'를 세며 밤하늘의 정서를 만끽하는 사람도 그 별의 실체를 정확히 감지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 양자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모임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남도천문연구회의 목표다. 지금은 초기와는 달리 은행원 의사 회사원 등 20%정도의 회원이 천문 비전공자로 구성돼 있으며 앞으로도 아마추어 천문인을 가능한한 많이 받아들일 예정.

물을 만난 물고기

세상만사는 마음(의욕)만 있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뜻을 제대로 펴려면 그에 수반한 물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 별보는 일도 마찬가지. 장비가 밑받침돼야 성과를 극대화시킬수 있다. 천문을 전공한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대학에서 조차 쓸만한 망원경 하나 없는 상황에서 모임을 제대로 운영해나갈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남도천문연구회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86년 문을 연 성암자연학습원의 천체관측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6m 돔 안에 1백50㎜ 굴절망원경이 설치돼 있고 80㎜ 굴절식을 네대나 갖추고 있다. 또한 망원경에서 관측된 밤하늘의 영상이 즉시에 가로 3m 세로 2.4m의 사각형 화면에 나타나는 노바(NOVA) 빔 프로젝터까지 갖추고 있다. 천문관측시설치고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조건을 갖춘 셈.

이를 활용해 한달에 두번씩 회원간에 천체관측회를 갖고 밤하늘에 대한 지식의 폭과 깊이를 더해갔다. 자신을 가진 이들은 조금씩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작업을 구체화시켰다. 그중의 하나가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천문과학캠프. 91년 8월에 처음 40명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1박2일의 알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할 때는 몇명이나 올까하고 가슴을 죄기도 했으나 2회 캠프에는(92년 12월) 1백20명이 참가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천문 캠프를 시행하는 것과는 별도로 각자의 정회원이 개인활동을 통해 천문발전의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화순에 있는 능주고등학교의 박재곤교사(31). 조선대 지구과학과를 나온 박교사는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천문서클을 만들었다. 한학년당 20명씩 모집해 매달 모임을 갖고 3개월에 한번씩은 성암천체관측소를 찾아 본격적인 관측을 시행했다. 그런데 이 서클을 운영한 이후 능주고등학교의 대학진학률이 월등히 높아지기 시작한 것. 특히 천문서클에서 활동한 학생들은 그 전에는 엄두도 못낸 명문대학에 척척 들어갔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학교측에서도 이 모임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으며, 지금은 서클입회 경쟁률이 8대1이나 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 박교사는 "책에서만 보고 암기하다시피한 천문지식을 실제 관측을 통해 이해시킨 결과 과학과목에 대한 흥미가 배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남도천문연구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철씨도 나름대로 어린 천문인들 발굴에 여념이 없다. 성암자연학습원에 교육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 중(연간 6만명) 천문에 관심을 보이고 자질을 갖춘 학생들을 따로 모아 본격적인 교육을 시킬 예정. 실제로 국민학생들 중에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사롭지 않고, 천문우주에 대한 지식이 상당 수준에 있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운주사 칠성석의 과학적 고찰

아마추어천문인을 양성하는 일 이외에도 천문학도로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일도 있다. 그중에 하나가 화순에 있는 운주사의 칠성석을 과학적으로 고찰하는 일. 고려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운주사에는 일곱개의 돌(둥그런 원반형)이 놓여있는데 이 모습이 북두칠성과 매우 흡사하다. 특히 돌의 크기가 각별들의 광도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선조들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에 별의 광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셈이다.

박종철회장을 중심으로 남도천문연구회에서는 운주사 칠성석을 여러번 조사해 그결과를 90년 가을 천문학회에 발표한 바 있고,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모아 금년 봄 천문학회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칠성석의 지질학적 고찰이 병행돼 확실한 연대가 밝혀진다면 우리나라 천문학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남도천문연구회의 앞으로 목표는 지역간 교류. 특히 서울의 앞선 아마추어천문인들과 여러가지 각도에서 도움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아직까지 이 모임에는 망원경을 직접 자작하는 사람이 없는데 전문가를 초빙해 강좌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또한 일본측의 빠른 데이터를 받아들여 천문계 핫이슈에 즉시즉시 대응하려고 한다.

남도천문연구회에서 야심적으로 추진하려는 계획의 하나는 광주 무등산에 천문대를 설치하는 일이다. 무등산은 남쪽(화순쪽)이 넓게 트여 도시광(都市光)이 없고 기상학적으로도 고도 1천m 내외에서 발생하는 구름의 영향을 피할 수 있어 천문대를 설치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

박종철회장은 "5.18기념사업으로 무등산천문대를 설치한다면 이 고장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바랐다. 일본에는 일반인들이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는 천문대가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런 천문대가 없다. 무등산천문대가 설립된다면 개방천문대로 키워보겠다는 것이 남도천문연구회원들의 꿈이다.
 

운주사의 철성석^북두칠성과 같은 모습으로 배열된 문주사 철성석. 돌의 크기는 별의밝기와 엿비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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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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