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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우리가 우수동아리상을 받다니!” 자연사랑반 학생들은 예상치 못한 수상 소식에 깜짝 놀랐다. ‘과학창의랩 동아리’로 선정돼 2011년 9월부터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지난 6개월 동안의 노력이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심사위원들이 다른 팀에는 까다로운 질문도 많이 했다. 그런데 자연사랑반의 발표 후에는 별다른 질문이 없었다. 발표도 다른 팀보다 빨리 끝났다. 심사위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에 실망했는데 우수동아리 상을 받는다니 더욱 놀랐다.

낙엽으로 뭔가 해보자

작년 여름, 학교로 온 공문 한 장이 시작이었다. 과학창의랩 동아리로 뽑히면 국립과천과학관의 실험실과 기자재를 이용해 연구할 수 있는 데다, 연구활동비도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공고문을 보고 전예지 학생은 마음이 바빠졌다. 낙엽으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그 길로 자연사랑반 박지원 선생님을 찾아갔다.

“연구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기 위해 일종의 브레인 스토밍을 했죠. 계속 얘기했어요. 낙엽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다양하더라고요. 학생들의 아이디어 중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함께 판단했죠.”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2개의 아이디어를 선택했다. ‘버섯’과 ‘한지’였다. 하자고 결정은 했지만 방법을 알 수 없었다. 박지원 선생님도 “버섯의 생물학적 특징은 알아도 버섯을 키우는 방법을 어떻게 알았겠냐”며 “전문가의 도움을 적절하게 받을 수 있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시험관에서 버섯이 쑥쑥

여러 곳에서 도움을 받았다. 전문가에게 학생이 직접 연락을 해 도움을 받았다. e메일에 답장을 주지 않는 분도 있었지만 흔쾌히 해주겠다는 분도 많았다.

버섯은 보통 나무나 봉지, 병 등에서 키운다. 그 중 병에 기본 배지를 깔고 그 위에 버섯을 키우는 병재배를 응용했다. 자연사랑반은 목화솜 부산물로 된 기본 배지 대신 낙엽을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거의 한 달 정도 일요일마다 한국 농수산대 장현유 교수를 찾아갔다. 김희진 학생은 “거의 교수님 강의를 들었어요. 처음에는 온도, 습도 같은 변인을 통제하지 않고 실험을 해서 많이 혼났어요”라며 웃었다. 시험관 속 낙엽에서 버섯이 자랄지 걱정도 많이 했지만 버섯은 잘 자랐다. 이선정 학생은 “실험하고 딴 버섯이 한 움큼이었다”며 “집에서 먹어봤더니 맛도 좋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직접 생명을 키운다는 것, 싹이 나고 자라나는 모습을 눈으로 본 경험이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실험실에서 친환경 종이가 쑤욱

낙엽으로 종이를 만들어 쓰면 친환경적으로 낙엽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종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인터넷과 책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실제 실험은 만만치 않았다. 양세영 학생은 “처음에 자료를 보고 은행잎을 끓였는데 다 타버린 거예요. 다시 자료를 찾아서 설계하고 실험을 여러 번 했어요”라고 했다. 여러 번 실험을 반복하면서 쌓인 경험은 책에서도 구할 수 없는 재산이다.

조예림 학생은 ‘닥풀’을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닥풀은 ‘황촉규’ 식물의 뿌리를 으깨어 즙을 낸 것으로 종이가 잘 엉기게 한다. 학생들이 한계에 부딪힐 때 도움을 줬던 분이 바로 박지원 선생님이었다.

“전주 한지 박물관에 한지를 만드는 체험활동이 있어요. 거기라면 닥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닥풀거래처를 알아냈습니다.”

종이를 만들려면 낙엽을 6시간 동안 끓여야 한다. 태우기 십상이라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한다. 인내가 필요한 힘든 연구였지만 학생들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강희수 학생은 “만들어진 종이도 신기했지만 과천과학관에서 전자 현미경으로 종이의 섬유 구조를 봤을 때 한지와 비슷해서 뿌듯했다”며 종이를 들어보였다.

자연사랑은 현재 진행형

자연사랑반에는 정여진 학생처럼 환경과학자가 꿈이라 들어온 학생도 있고 임수영 학생처럼 건축가가 꿈이지만 생명과학이 좋아서 온 학생도 있었다.

원래 확실한 꿈이 없었던 김희진 학생은 1학년 여름방학 때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서 오는가(게리 폴 나브한, 아카이브)’라는 책을 읽고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막연한 꿈이었다. 그런데 자연사랑반에서 낙엽을 이용한 버섯재배를 하면서 버섯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버섯연구소 연구원이 되고 싶다고 한다. 연구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을 설계하고, 직접 실험을 해 보고서를 쓴 경험은 학생들을 한 뼘 더 자라게 했다. 6개월 동안의 연구를 해낸 이 학생들이라면 꿈을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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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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