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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오류 논란


[그란사소국립연구소에 중성미자를 쏜 CERN의 양성자 가속기 SPS.]

지난 해 9월 발표돼 20세기 물리학의 근간을 무너뜨릴까 관심을 모았던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뉴트리노)’ 연구 결과가 단순한 측정 오차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험 내용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새로운 실험 결과까지 추가로 나와 미궁에 빠졌다.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는 이탈리아의 그란사소국립연구소 ‘오페라(OPERA)’ 팀과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공동연구 결과다. CERN의 양성자가속기(SPS)에서 쏜 중성미자 빔을 약 730km 떨어진 그란사소국립연구소에서 검출한 뒤, 시간과 거리를 이용해 속도를 구했다. 측정 결과 중성미자가 빛보다 약 60ns(나노초, 10억분의 1초) 일찍 도착한 사실이 확인돼, ‘빛보다 빠른 물질(입자)은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지난 2월 23일, 연구를 주도한 그란사소국립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오페라팀 연구에서 두 연구소 실험장치 사이의 시간을 똑같이 맞추는(GPS 동기화) 과정에 문제가 있어 시간이 잘못 측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두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GPS 신호를 받아들이는 광케이블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과 동기화를 위한 신호발생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만약 케이블이 문제였다면 중성미자가 도달한 시간은 작년 실험보다 길어져야 한다. 이 경우 빛보다 빠른 뉴트리노는 오류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신호발생기가 문제였다면 뉴트리노의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져야 한다. 현재 연구소는 어느 쪽이 원인인지 밝히고 있다.

새로운 실험 결과도 논란에 가세했다. 20일 뒤인 3월 16일, 같은 연구소의 다른 팀에서 따로 중성미자의 속도를 잰 뒤 ‘빛보다 빠르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카루스(ICARUS)’ 팀이 진행한 이 실험은 작년 10월 21일부터 11월 6일까지 약 보름간 이뤄졌다. 오페라 팀과 마찬가지로 LHC의 양성자가속기에서 발사한 중성미자를 검출했다. 실험 기간이 짧아 7개의 중성미자만 검출돼 신뢰성이 약한 게 흠이다. 3년에 걸쳐 이뤄진 오페라는 1만 6000개의 중성미자가 검출됐다.

이카루스의 대변인인 카를로 루비아 박사(토륨원전 ‘에너지증폭기’의 제안자. 과학동아 2012년 2월호 참조)는 ”액체아르곤을 이용한 신형 검출장비를 이용해 오류 가능성이 적다”며 “중요한 교차 검증을 수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란사소와 CERN은 올해 5월 다시 한번 중성미자의 속도를 측정한다. 오페라와 이카루스 등 4개 연구팀이 각각 독립적인 실험을 한 뒤 결과를 교차 검증한다. 세르지오 베르톨루치 CERN 연구담당관은 “중성미자의 속도와 관련해 ‘최후의 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실험 결과에 다시 한번 과학자들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2012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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