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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느끼는 소리의 세계



소리를 모으고 증폭해서 느끼는 귀

청각을 감지하는 귀는 ‘귀’라고 하면 떠올리는 귓바퀴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귓바퀴 안쪽으로 연결된 복잡한 청각기관들의 유기적인 협동을 통해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사람의 귀는 크게 외이(外耳), 중이(中耳), 내이(內耳)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외이의 가장 바깥쪽은 연골로 된 귓바퀴이며 소리를 모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은 귓바퀴를 움직일 수 있는 동이근이 퇴화돼 귀를 움직일 수 없지만 소, 말, 사슴, 개 등의 동물은 귓바퀴를 움직여서 주위의 위험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모아진 소리는 귀의 안쪽으로 전달된다. 진동을 처음으로 감지하는 곳은 고막이다. 고막은 외이와 내이의 경계에 있는데 두께가 0.1mm 밖에 되지 않는 매우 가냘픈 근육이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샤프심의 지름이 0.5mm 인 것을 보면 고막이 얼마나 얇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고막이 얇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소리의 진동을 받아들여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고막은 처음으로 소리를 감지하지만 그 진동을 달팽이관으로 전달하기엔 진동의 정도가 너무나 약하다.

고막의 바로 안쪽에는 진동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세 개의 작은 뼈가 있다. 바로 우리 몸의 206개 뼈 중에서 가장 작은 청소골(聽小骨, auditory ossicle)이다. 청소골은 하나의 뼈로 돼있지 않고 고막 쪽에서부터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 세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때문에 소리를 증폭시켜 내이로 전달할 수 있다. 청소골은 당연히 내골격을 가진 척추동물에서만 발견이 되는데, 어류에서는 턱을 지탱하는 뼈의 일부가 청소골의 역할을 한다. 즉, 어류는 턱뼈를 이용해 외부의 소리를 증폭시켜 느낀다.

청소골에서 증폭된 소리는 드디어 내이로 전달된다. 청소골이 바로 달팽이관(蝸牛殼(와우각), cochlear duct)에 연결돼 소리의 진동을 전달한다. 달팽이관은 림프액으로 차있고 기계적 신호인 소리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청세포가 있다. 이렇게 전기적 신호로 바뀐 소리자극은 청신경을 통해 대뇌로 간다. 내이에는 소리감각 외에도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전정기관과 세반고리관, 외부와의 압력 차이를 감지하고 조절하는 유스타키오관이 있다.



다른 동물의 소리를 듣는 능력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는 제한돼있다. 너무 미약한 진동은 고막을 떨리게 할 수 없고 너무 강한 진동은 고막에 심한 충격을 가해서 소리가 아닌 통증으로 느껴진다(우리 몸의 모든 감각은 적합자극이 어느 한도 이상으로 가해지면 통증으로 느낀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소리는 16~20000Hz(헤르츠) 정도의 주파수 영역이다. 이 주파수 영역을 가청주파수라고 한다. 그렇다면 모든 동물이 사람과 같은 가청주파수를 갖고 있을까?

햇빛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 사는 돌고래에게 청각은 시각보다 더 중요한 감각이다. 돌고래는 스스로 소리를 낸다. 그리고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 오는 소리의 진동을 느낀다. 이를 이용해 주변의 사물을 판별하기 때문에 청각이 시각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돌고래가 내는 소리는 종족 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이면서 동시에 주변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감각이다. 돌고래는 소리를 통해 주변의 모습을 파악하므로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모두 파악하기 위해서 파장이 짧은 초음파와 파장이 긴 초저음파를 모두 사용한다. 이러한 돌고래의 소리를 이용하면 사람의 몸속에 암세포가 있는지, 장기에 이상이 있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하니 미래에는 돌고래를 수족관이 아니라 건강검진기관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
 



코끼리는 12Hz 정도의 초저음파를 이용해 의사소통한다. 낮은 소리는 높은 소리에 비해 주위 공기 움직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멀리까지 전달된다. 높은 음인 여자 목소리보다 낮은 음인 남자 목소리가 멀리서 더 잘 들리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박쥐의 초음파는 보통 20m보다 더 멀리까지 전달되기 어렵지만, 코끼리의 초저음파는 수 km까지 전달된다.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다. 천적에게 노출된 위험한 환경에서 살려면 이러한 의사소통방식은 생존을 위해 필수다.

사람과 가까이 사는 동물인 개도 청각이 매우 발달돼 있다. 후각 다음으로 발달된 감각이 청각이다. 사람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작은 인기척이나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는 개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개는 사람보다 4배나 먼 거리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청각이 15배 정도 예민하다고 한다. 또한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높은 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개를 부를 때 초음파를 사용하기도 한다. 개는 귀를 움직일 수 있어서 소리의 방향을 잘 알아차린다. 소리의 방향은 양쪽 귀에 소리가 도달하는 시간차에 의해 구별한다. 사람의 경우 대략 16방향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지만 개는 그 두 배 이상의 소리방향을 구분할 수 있다. 음색을 식별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비슷한 목소리의 사람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소리감각, 듣기만 하는 감각을 넘어서서

발명왕 에디슨은 청력장애를 갖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교육가 마리아 몬테소리(1870~1952)가 청력장애를 가진 에디슨의 집에 방문했을 때의 충격을 기록한 자료를 보면 에디슨이 장애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에디슨의 집에서는 누군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에디슨은 피아노 소리를 듣기 위해 그 피아노를 이로 깨물고 있었다. 마치 어류가 턱뼈를 이용해 소리를 느끼는 것처럼 치아를 통해 진동을 내이로 전달해 연주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에디슨은 장애 때문에 낙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청력장애가 “보다 효과적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리를 기록으로 남기려는 목적으로 음(音)을 기록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897년 원통에 감은 얇은 주석판 위에 진동판의 작은 바늘로 음파에 상응하는 홈을 새기고 이것을 동일한 장치로 재생해 음을 내는 데 성공한다. 이것이 축음기의 시초다.



현대에는 난청인 사람들을 위해 많은 장치들이 개발됐다. 양쪽 귀가 모두 신경성 난청인 사람이나 전혀 들을 수 없는 사람에게 청각을 제공하는 ‘인공와우장치’는 감각신경으로 전기적 신호를 보내는 인공전자장치다. 이 장치를 이식하면 청력손상이 심해 보청기 등 청각 보조도구를 써도 잘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장치를 이식하면 내부장치를 영구적으로 귓바퀴 뒤에 부착하고 어음처리기로 장치를 조정해야 한다. 전극은 일반적으로 달팽이관 안에 있는 고실계단에 있다. 부작용의 위험이 있지만 계속 이러한 분야에 대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보다 나아진 장치가 계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이의 시작인 고막은 외이에 가까이 있고 매우 얇아서 외부 충격에 약하다. 나이가 들면서 고막의 탄력도 떨어져 진동에 둔감해지기 때문에 난청이 잘 생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에 인공고막이식이 있다. 그동안 인공고막은 주로 목화나 고무막, 난막 등을 이용했다. 최근에는 실크를 이용한 소재가 개발됐다. 하지만 염증, 장치의 탈부착 등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인공고막을 통해 청각이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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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배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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