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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달간 본 란에 타이어와 휠에 대한 설명이 나가자 독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반응이 있었다. 차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알지도 못하면서 보닛부터 열던 독자들이 바퀴(타이어와 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이번 달에는 그 완결편으로 바퀴 정렬에 대해 살펴본다.

타이어와 휠의 균형이 잡히지 않아 주행 중 핸들이 떨리는 현상은 의외로 쉽게 치유될 수 있다. 경정비소에서는 이런 차가 들어오면 바퀴를 떼어내 밸런스교정기를 회전시킨다. 질량균형이 무너진 곳에 납으로 된 추(balance weight)를 달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휠 밸런스를 잡아도 고속 주행에서는 계속 핸들이 떨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타이어와 휠을 차에서 떼어내지 않은 상태에서 회전시키는 ‘고속 밸런스 교정’ 을 해주어야 한다.

바퀴를 떼어내 균형을 잡을 때와, 장착된 상태에서 잡을 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브레이크 시스템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승용차 브레이크는 디스크방식과 드럼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디스크 방식은 바퀴와 함께 회전하는 금속판과, 합성수지 등으로 만든 패드로 구성돼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패드가 금속판을 양쪽에서 밀착해 감속·정지시킨다. 드럼방식은 디스크와 마찬가지로 바퀴와 함께 도는 둥근 연필통 모양의 드럼과 드럼 안쪽의 패드로 구성된다. 이 패드가 드럼을 밀어서 제동시키는 것이다.

디스크나 드럼 모두 바퀴와 동시에 회전하는 것은 물론 패드에 의해 마모되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이들의 마모상태에 따라서 질량균형은 흐트러진다. 차에서 바퀴를 떼어내지 않고 동작시키는 고속 밸런스기는 브레이크 계통에서 생기는 미세한 균형오차까지 함께 교정해준다. 이 때문에 탈착식 밸런스기에서 잡을 수 없는 핸들의 떨림 현상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했는데도 핸들이 떨리면, 이는 바퀴정렬(wheel alignment) 등 차의 하체구조 전반을 손봐야 한다.
 

바퀴정렬은 핸들의 떨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휠 밸런스를 조정한 이후에도 계속 핸들이 떨린다면 바퀴를 떼어내지 않고 회전시키는 고속 밸런스 교정을 해주어야 한다.

운전자들은  차 엔진에 쏟는 관심만큼 하체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체가 건강해야

지난해 필자가 겪은 일이다. 한밤에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피곤한 김에 시속 1백km 정도의 속도에서 두손을 천장에 붙이고 크게 기지개를 폈다. 물론 주위에 있는 차량과의 거리를 계산한 뒤의 행동이었다. 그러나 동승자들은 이내 얼굴이 창백해지며 고속도로 중간에서 내리겠다고 아우성이었다. “고속주행 중에 핸들을 놓고 달리는 몰지각한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행동을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승자들의 소란에는 오해가 있다. 하체 정비가 제대로 된 차라면 노면 상태가 양호한 직선도로에서 몇백m 정도는 핸들을 잡지않아도 차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직진한다. 주위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잠깐 핸들을 놓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바퀴정렬이 제대로 됐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정비사들은 시운전할 때 일부러 핸들을 잠깐 놓아 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의 차를 제대로 정비하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데 있다. 엔진오일은 주행거리와 상관없이 매달 꼬박꼬박 갈아주면서도 바퀴정렬 등 자동차 하체 정비에 대해서는 거의 무방비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과 달리 기술의 발달로 엔진 내구력은 놀랄만큼 높아졌다. 엔진이 망가져 보링(boring)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기 힘들다. 폐차장에 온 차들도 엔진은 생생하기만 하다. 엔진오일을 정성스럽게 갈아주는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자동차 하체에 관심을 갖는다면 차량쏠림이나 주행 불안정 등으로 일어나는 많은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마이너스(-) 캠버와 플러스(+) 캠버의 비교^적정한 캠버각에 비해 지나치게 마이너스가 돼 있으면 타이어 안쪽 마모가 심해지고, 반대로 플러스가 돼 있다면 바깥쪽 마모가 심하게 일어난다.
자전거와 비교한 캐스터의 효과^자전거 핸들과 연결된 스핀들을 하중의 중심선 뒤쪽에 두는 것은 방향조절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마찬가지 이유로 자동차도 쇼크업소버의 중심선을 수직인 바퀴 중심선과 기울어지도록 한다.


이상적인 노면접촉을 위한 각도

바퀴정렬이란 주행상태에서 4개의 바퀴가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노면과 접촉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이상적인 상태로 타이어가 노면에 접촉하기 위해서는 설계단계에서부터 바퀴의 각도, 차체 하부 각 부품 간의 조화 등에 대한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즉 차량 자체 하중은 물론, 적정정원이 탑승했을 때의 하중 등을 염두에 주고 바퀴를 일부러 삐뚤어지게 해야만 주행상태에서 차가 제대로 달릴 수 있다.

바퀴에 인위적으로 각도를 주는 것에는 캠버(camber), 캐스터(caster), 토(toe)가 있다.

캠버란 차를 전면에서 보았을 때 타이어의 중심선이 수직선과 일치하지 않고 윗부분이 안쪽(-), 또는 바깥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를 말한다. 차가 받는 노면충격을 최대로 줄여주기 위해서는 타이어 접지면이 노면과 100% 접해야 한다. 그런데 캠버각을 주면 오히려 100% 접지를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럼에도 캠버를 두는 이유는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최대한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충격 흡수부분인 스프링과 쇼크업소버(충격흡수기), 그리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부분은 과도한 충격에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이들 부품과 바퀴의 각도를 차 설계 당시부터 이상적으로 둠으로써 부품의 내구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 결국 캠버는 승차감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통 캠버각은 0.5-1.5˚ 사이다. 적정 캠버각에 비해 지나치게 마이너스가 되어있으면 타이어의 안쪽 마모가 심해지고, 반대로 플러스가 되어있으면 바깥쪽 마모가 심하게 일어난다. 또한 양쪽 앞바퀴의 캠버가 서로 다를 때는 캠버각이 보다 플러스쪽으로 차가 쏠리게 된다.

캐스터각은 차체를 옆에서 보았을 때 바퀴중심점에서 수직선과 쇼크업소버의 중심선이 기울어진 각도를 말한다. 차의 방향전환을 맡고 있는 앞바퀴에만 해당된다. 캐스터를 두는 이유는 방향조절이 쉽고 핸들의 복원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자전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차들은 쇼크업소버의 중심선이 수직선보다 뒤에 있다. 이는 기울기만큼 쇼크업소버쪽으로 타이어를 직진시키려는 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캐스터각이 허용치를 벗어나는 것은 사고 등으로 인해 쇼크업소버 등의 위치가 달라졌을 때다. 좌우 캐스터각이 다를 때는 각도가 작은 쪽으로 주행중 차가 쏠리게 된다.

토의 경우는 단어 그대로 위에서 바퀴를 보았을 때 앞부분이 어떤 각도를 이루고 있는가를 말한다. 앞쪽이 안을 향하고 있으면 토 인(toe-in), 바깥쪽을 향하고 있으면 토 아웃(toe-out)이라고 부른다.

토의 역할은 캠버와 관련이 깊다. 플러스 캠버가 되어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마치 아이스크림 콘을 지면에 굴리는 것과 같이 바퀴가 바깥쪽으로 나가려는 성질이 있다. 여기에 안쪽으로 들어오려는 토 인을 적절히 결합해 놓으면 서로 보상작용을 해 직진주행을 원활하게 해준다. 반대로 마이너스 캠버를 가진 경우엔 토 아웃을 주어 마찬가지의 보상작용을 줄 수 있다.

토가 잘못돼 있으면 타이어의 마모가 많아진다. 비정상적인 타이어 마모의 92%가 잘못된 토각에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캠버나 캐스터가 틀렸을 때에는 일정하게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반면, 토가 틀렸을 경우에는 마치 차가 직진할 때 게걸음을 치듯 핸들조종력을 잃게 된다. 이런 현상이 있으면 바로 토를 수정해 주어야 한다.

이와 같이 바퀴에 주는 각도들은 결국 주행시 바퀴가 똑바로 위치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자동차메이커에서는 각각의 각도에 대한 허용치를 제시하고 있다. 메이커가 제시한 허용오차 내에서 각도를 유지해야만 그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성능을 최대로 유지할 수 있다.
 

토 인과 토 아웃^토의 역할은 캠버와 관련돼 있다. 플러스 캠버의 경우는 마치 아이스크림콘을 지면에 굴릴 때 처럼 바퀴가 바깥 쪽으로 나가려는 성질이 있다. 여기에 안쪽으로 들어오려는  토인을 적절히 결합해 놓으면 서로 보상작용을 이루어 원활한 직진주행을 이룬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바퀴정렬은 언제 보는 것이 좋을까. 당연히 주행 중 쏠림현상이 나타나거나 휠밸런스를 받았는데도 핸들이 흔들린다면 점검을 받아야 한다. 대체로 메이커들은 매 1만km 주행 후 점검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1년에 2번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같은 날 동일하게 새로 끼운 좌우 타이어 마모편차가 클 때에는 점검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범퍼가 망가질 정도의 추돌이나 바퀴 부분이 부딪친 사고가 있으면 바퀴정렬은 필수다. 사실 위에서 살펴본 캠버나 토 등은 육안으로 볼 때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것이다. 과속방지턱을 잘못 넘어도 틀려질 수 있을 정도다. 사소한 추돌이라도 바퀴정렬에 이상이 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곧 타이어를 교환할 예정이라면 바퀴 정렬점검을 아예 뒤로 미루는 것이 현명하다. 타이어의 상태에 따라 정렬상태가 얼마든지 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가 오래된 경우라면 바퀴정렬을 확인하기 전에 각종 연결부위에 고무재질 부품의 부식이나 볼트 등의 조임 정도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아무리 정밀한 컴퓨터제어 기계로 점검해도 바퀴와 연결된 각 부품들이 노후해져 ‘정도 이상의 틈새’(일명 유격)가 발생한다면 성능향상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고차를 구매할 경우에도 반드시 주위에 자동차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자동차 하부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나중에 목돈이 들어가지 않는 지혜라 할 수 있다.

실용화 눈앞 전기자동차

무게·충전시간 아직도 숙제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는 영국이나 일본처럼 도로를 달리는 전기자동차를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대우자동차는 전기자동차(DEV4)의 실용화에 성공. 형식 승인 신청을 거쳐 내년부터 국내에 보급키로 결정했다.

DEV4는 성능면에서 휘발유차에 근접하고 있다. 최고출력이 95마력이며 최고속도는 시속 1백20km다. 게다가 가속력은 정지 상태에서 1백km에 도달하는데 15초가 걸린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우리나라 도로사정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더라도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

이번에 대우가 만든 전기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개발한것과 성능이 엇비슷하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전기자동차와 다른 점은 사용하는 전지의 종류. 현대자동차가 니켈-메탈수소(Ni-MH)전지를 사용하는 반면, 대우 DEV4에 사용된 전지는 미국 델파이사의 납산축전지다.

대우도 지난해까지 KIST, 델코전지와 공동으로 니켈-메탈수소(Ni-Mh)전지를 개발했다. 하지만 니켈-메탈수소전지는 단위무게당 에너지 축적률이 납산축전지보다 높은 반면, 가격이 3배나 비싸고 성능안정성에서도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아 최종적으로 납산축전지를 채택하게 됐다는 것이 대우측 설명이다. 전지는 12V짜리 22개를 직렬로 연결해 2백64V를 내도록 했다.

기존품들이 한번 충전으로 1백50km내외를 달릴 수 있는 반면, 대우 DEV4는 3백km를 달릴 수 있다. 이는 정지중에 모터가 발전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안한 회생제동시스템(Regenerative Braking System)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슷한 성능을 내는 1천5백cc급 휘발유 엔진에 비해 연료비를 6-8배 절감할 수 있으며, 각종 질소 화합물 등 공해물질을 내뿜지 않아 환경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점도 만만치 않다. 우선 납산축전지를 22개나 장착해 차량무게가 동급 휘발유차는 물론 다른 전기자동차보다 무겁다. 혼다 등에서 수년 전부터 니켈-메탈수소전지보다 단위무게당 에너지 축적률이 1.5배나 되는 리튬이온전지를 이용한 전기자동차를 개발한 것과 비교해 볼 때 구기술에 연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급속 충전 포트를 이용하면 충전시간이 15분이지만 가정용 전기를 이용할 경우 충전시간이 6시간이나 걸린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 6시간 충전해서 3시간 남짓 운행하면 도로에 서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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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전창 기자 · 자동차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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