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 군의 꿈은 ‘무기(weapon)공학자’다. 정확히 말하면 ‘항공·우주 분야 무기’를 개발하고 싶단다. 흔히 남자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무기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까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아니다. 대환 군은 초등학교 6학년 2학기부터 1년 동안 인도로 유학을 다녀왔다. 국제 학교를 다닌 1년은 대환 군에게 가장 행복한 때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꿈을 확실히 정할 수 있었던 때였다.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끼리 모이면 자기나라 자랑을 했어요. 저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 조선 기술에 대해서 자랑을 했죠.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는 ‘너희 나라는 분단국가 아니냐, 미국의 보호를 받지 않냐’는 말을 들었죠. 국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경제·문화적으로 발전한 나라도 다른 나라의 물리적인 침략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극한상황에서 나라가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국방이다. 꿈을 정하니 어느 학과에 가야할지 좁혀졌다. 서울대에도 직접 연락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과에 가야할지 물었다. 그렇게 기계항공공학과 지원을 결정했다.
노력의 흔적을 보여라
대환 군은 서울대 지원 서류를 2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준비했다. 자기소개서도 전년도 양식을 미리 받아서 써뒀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하면서 준비했다. 첨부서류는 10개까지 제출할 수 있는데 10개 꽉 채워냈다. 스펙이라고 하면 외부에서 받은 상만을 떠올리지만 모의고사 성적표, 2학년 때 참여한 서울대 공대 프런티어캠프 우수상과 지원했다가 떨어진 캠프 지원서류도 함께 냈다.
“여러 개 캠프에 지원했는데 서울대 캠프 하나만 됐어요. 그래도 떨어진 다른 캠프에 지원할 때 쓴 자기소개서도 다 첨부했어요. 그렇게 하면 서울대 자기소개서에 쓰지 못한 것까지 더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실패한 흔적을 감출 필요는 없다. 도전하고 노력한 흔적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드러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패를 한 번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 목표에 집중하는 자세만 있으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의 시기가 늦게 올 수는 있어도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 대환 군은 보성고 후배들을 위해 ‘보성고 솔루션’을 만들고 있단다. 자신의 노하우를 담아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는 대환 군의 모습에서 의젓함이 느껴졌다.
하루에 한 과목씩 완성한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사정에도 열심히 뒷바라지해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절대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일반고에서 준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스펙은 바로 모의고사 성적표와 내신성적이라고 생각했다.
“목표로 잡은 학과의 평균 점수대 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그 자체로 스펙이 될 것 같았어요. 1학년 때 올림피아드 준비를 마친 후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내신을 준비하는 기간은 1달, 모의고사는 2주를 준비 기간으로 잡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러 과목을 번갈아 가며 공부한다. 하지만 대환 군은 특이하게도 하루에 한 과목씩 공부했다. 물리Ⅰ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점심을 굶고서라도 하루 만에 시험범위를 모두 공부했다.
“이것저것 과목을 바꾸는 게 저에게는 맞지 않아서 그냥 한 과목만 했어요. 내신 준비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모든 과목을 번갈아 가면서 공부해 시험 때쯤 모든 과목이 비슷하게 완성되는 방법과 저처럼 한 과목씩 완성하는 방법이 있죠. 보통 첫 번째 방법으로 공부하지만 중간에 놀거나 느슨해지면 전과목이 90%만 완성된 상태에서 시험을 볼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중요한 과목부터 1등급을 만들어 놓고 기타 과목을 잡아가는 두 번째 방법을 택했습니다. 과목마다 차이는 좀 있지만 전체 평균 1.4등급 정도는 나왔어요.”
3학년 때 학력평가 백분위는 꾸준히 99.9x%를 받았다. 성적표는 서울대에 첨부서류로도 제출했다.
올림피아드 준비는 1학년에 끝내라
대환 군에게도 좌절의 시기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뒤늦게 준비를 시작한 과학고 입시에 실패한 것이다. 이 시기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
졌다. 이왕 과학고를 위해 준비했으니 올림피아드 상은 받아 놓자는 생각에 중학교 3학년 12월부터 화학 올림피아드 준비를 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도 1학년 1학기 때까지는 올림피아드 준비와 내신 공부를 병행했다. 그 결과 화학 올림피아드 은상을 받았다. 내신 성적도 날로 높아졌다. 슬슬 자신감이 붙었다.
“1학년 때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죠. 시간이 아까워서 점심도 잘 안 먹었어요. 친구들이 아침 인사 때만 저를 볼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죠. 올림피아드는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2학년 때까지 길게 준비하면 내신도 놓치고 올림피아드도 놓치기 쉬워요. 하려면 1학년 1학기쯤에 준비를 끝내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대환 군은 그날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반드시 끝내고 잤다. 한정된 시간을 쪼개다 보면 점심시간도 아까울 때가 많았다. 살도 많이 빠졌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 택한 길이기 때문에 즐겁게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