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3. 1의 후속편 '시카고'의 최종 베타판이 나오면서 소문만 무성하던 이 운영체계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완벽을 요구하는 운영체계의 성격 때문에 정식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윈도스 95'는 빌 게이츠가 또 한번의 시장 제패를 노리고 있는 야심작이다.
요즘의 컴퓨터 환경을 보노라면 '변화무쌍'이란 말이 실감난다. '컴퓨터 업계의 1년은 다른 업계의 10년에 해당한다'라는 말은 컴퓨터 업계의 변화속도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94년은 다른 어떤 해보다도 훨씬 큰 변화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하드웨어의 성능향상이다. 컴퓨터 업계의 가격경쟁은 이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486급 PC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일반적인 PC보다는 멀티미디어 PC가 주목을 받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새로 컴퓨터를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486급 이상을 구입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새로운 기종의 컴퓨터로 교체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 하드웨어의 전반적인 성능 향상은 보다 전문적이고 강력한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바람은 단순한 응용 프로그램의 한도를 넘어 운영체계로 이어지고 있다.
'컴퓨터=도스'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그 동안 IBM호환 기종은 도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런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윈도스 3.1이 등장한 이후다. 국내의 컴퓨터 환경도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기 시작했다. '한글 윈도우 3.1'이 판매되면서 사용자들은 '쉽고 편리하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한 윈도스에 매력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쉽게 윈도스로 옮겨간 것은 아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윈도스의 장점을 백분 활용할 수 있는 전용 소프트웨어의 수는 극히 제한적이었고, 무엇보다도 원도스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386급 PC에 1백MB 이상의 하드디스크, 4MB 이상의 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윈도스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크게 몇가지로 정의될 수 있다. 첫번째는 보다 친근한 화면, 손쉬운 작동방식이다. 사용자 접근방식(User Interface)의 개선을 통해 윈도스는 컴퓨터 문외한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시작했다. 두번째는 다중작업(Multitasking)이다. 한번에 한가지 작업만을 할 수 있었던 도스환경과는 달리 윈도스는 하던 작업을 잠시 내버려둔 채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으며, 원한다면 동시에 몇가지 일도 할 수 있다.
윈도스는 장미빛 미래를 가진 '황태자'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스의 아성을 깨뜨리기에 어려움이 컸다. 엄밀히 말해 윈도스 3.1은 운영체계가 아니다. 윈도스는 도스 위에서 작동되는 '운영환경'의 한 종류로, 여전히 도스에 영향을 받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제약조건이 많았다.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도스와 윈도스의 개발자인 마이크로소프트로 하여금 윈도스에 새로운 사명을 부여받게 했으니, 바로 '도스+윈도스'의 결합이 그것이다.
시카고, 카이로로 가는 첫 관문
컴퓨터의 성능을 측정하는 기준은 여러가지로 나뉜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CPU의 종류와 속도가 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같은 펜티엄PC라고 하더라도 비디오카드의 종류나 속도, 하드디스크의 작동방식, 전체적인 정보의 흐름을 주관하는 데이터버스 등에 따라 시스템 전체의 성능은 크게 차이가 난다(간혹 486급에도 못미치는 펜티엄 PC가 있는데, 이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즉 아무리 하드웨어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운영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큰 차이는 얻기 힘들다. 컴퓨터 하드웨어는 이미 16비트를 넘어 32비트, 64비트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운영체계는 구형 16비트 컴퓨터 초기모델에 맞추어 설계된 것을 사용하고 있으니 이는 정말 아이러니다. 물론 이제까지 사용해온 소프트웨어를 계속 사용하려면 하드웨어 환경이 개선했다고 바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러려고 노력하더라도 일정한 시간 격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32비트 컴퓨터가 등장한 지 8년이 훨씬 지난 이제서야 32비트 운영체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처음 계획되던 당시에는 목표로 삼고 있던 많은 부분이 워낙 불가능해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의 이름 역시 다소 황당한 것을 택했다고 하는데….
개발이 진행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본사는 미국의 레드몬트라는 곳이었는데, 목표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레드몬트의 지구 반대편인 '카이로'를 프로젝트의 암호명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는 최종 상품명을 대신하여 프로젝트의 암호명을 통해 이를 부르는 것이 관례라고 보면 카이로라는 이름은 다소 엉뚱하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레드몬트에서 카이로까지 가는 과정에는 두개의 징검다리가 있다. 첫번째는 시카고이고 두번째는 데이토나다.
윈도스를 차세대 운영체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3단계 전략을 세웠다. 첫번째는 지금의 윈도스 3.1을 보다 강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고, 이 프로젝트 이름을 시카고라고 불렀다. 최종목적지인 카이로 프로젝트는 개인 사용자뿐 아니라 그룹 단위의 컴퓨터 사용환경에서도 최적화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New Technology)의 약자인 윈도스 NT라고 불렸고, 윈도스 NT는 이미 첫번째 제품이 등장한 바 있다. 시카고와 카이로의 간격을 절충하는 의미인 데이토나까지 윈도스 3형제는 94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진행이 되고 있다.
윈도스 3.1의 성공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무척 대단한 것이었다. 따라서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윈도스 3.1의 차세대 제품인 시카고에 집중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이러한 점은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카고는 개발 당시 목표에 의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12월에는 이미 제품 공급이 이루어져야 했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등장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95년 중반 이후에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아직은 불분명한 상태이다.
코드명 시카고. 윈도스 4.0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시카고는 어느 정도의 버그가 용인되는 응용프로그램과는 달리 운영체계라는 특수한 임무로 인해 보다 완벽한 제품이어야 했다. 만일 다소 어설픈 구석이 있다면 사람들은 외면할 것이고 이는 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에 치명타를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업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상당부분 베일에 쌓여 있다보니 여러가지 억측이 난무했고, 이름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던 시카고가 코드명을 벗어버리고 제대로 된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0월이다. 시카고는 '윈도스 95'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는 공식발표가 있었다. 이는 새롭게 등장하는 32비트 운영체계로 적합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소프트웨어의 버전은 다소 주먹구구식의 한계성을 가져왔다. 다분히 개발자의 주관에 의해 붙여지는 버전 번호는 비슷한 계열의 제품과 경쟁을 위해 다소 인플레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예컨대 MS워드의 경우 워드퍼팩과의 경쟁을 위해 2.0에서 6.0이 되기도 했고, 국내 프로그램인 '자료관리'의 경우 무조건 0.5씩 버전업이 되는 등 딱히 규정이 없었다. 그렇지만 소프트웨어의 이름에 제작 년도가 들어간다면 이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와 같은 연식(年式) 개념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한단계 진보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새 기능으로 무장한 32비트 운영체계
윈도스 95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기존의 도스용 프로그램이나 윈도스용 프로그램을 모두 작동시킬 수 있으며 많은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첨단의 32비트 운영체계를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윈도스 95가 등장하게 된다면 많은 사용자들은 도스나 윈도스로부터 자연스레 윈도스 95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윈도스 95가 지닌 장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몇가지 대표적인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자.
■ 인터페이스의 개선
윈도스는 사용하기 쉽다는 장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몇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만 여러 작업을 진행한다면 화면 상태가 산만해진다는 점이 그 대표적인 지적거리다. 또 다른 부분으로는 파일 관리자와 프로그램 관리자가 별도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파일 관리에 혼돈을 겪기도 했다. 예컨대 프로그램 관리자에서 파일 아이콘을 삭제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저 아이콘을 제거한 것일 뿐 실제 파일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혼란을 유발시켰다.
하지만 윈도스 95의 모습을 짐작하게 하는 베타판에서는 이 부분이 혁신적으로 개선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파일관리자와 프로그램관리자를 통합해 단일화된 관리법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사용자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윈도스 95의 화면은 윈도스 3.1과는 달리 깔끔한 인상을 주도록 되어 있다.
초기 화면의 아래 부분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시스템 툴바가 눈에 띈다. 시스템 툴바에는 맨 앞쪽에 'START'라는 버튼이 있고, 이 버튼을 이용해서 등록된 프로그램들을 실행시키거나 여러가지 환경을 설정해 줄 수 있다. 또 시스템 툴바는 사용자가 특별히 지정을 하지 않는 한 계속 화면에 나타나기 때문에 한 응용 프로그램에서 다른 응용프로그램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
■ 폴더와 익스플로어
그동안 많은 도스 사용자들이 불편을 느껴왔던 부분은 파일 이름이었다. 8자의 고유이름과 3자의 확장자는 수많은 파일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윈도스의 프로그램 관리자는 외양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도스의 디렉토리 구조와는 달리 계층적인 구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수평적인 단층구조로 인해 체계적인 관리가 힘들었다. 이런 두가지 고질적인 문제는 윈도스 95의 등장과 함께 모두 시원스레 해결될 것이다.
파일 이름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지정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프로그램 관리자와 파일 관리자가 합쳐진 새로운 프로그램 '익스플로어'는 여러가지 면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윈도스 95에서는 디렉토리 대신 '폴더'라는 개념이 사용되는데, 이는 한 그룹안에 다른 그룹을 추가할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도스의 계층 디렉토리를 그대로 활용한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 완전한 32비트 운영체계
윈도스 95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32비트 운영체계로 등장할 것이다. 완전한 32비트 운영체계라는 장점은 곧 완전한 다중작업을 보장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윈도스 3.1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다중 작업을 지원해 왔다. 즉 한가지 작업을 하며 다른 작업을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엄청나게 시스템의 속도가 저하되거나 시스템 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저 다중 작업이 아닌 작업전환의 용도가 고작이었다.
그렇지만 윈도스 95는 동시 작업의 대상이 되는 각각의 프로그램들에게 보다 원활하게 시스템 자원을 분배해 줄 수 있는 비선점형 다중작업과,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해 줄 수 있는 멀티스레드(Multithread)를 지원한다. 이러한 기능들은 이미 다른 32비트 운영체제인 윈도스 NT나 OS/2에서도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이들이 제대로 작동할 때 다중작업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 문서 지향
그 동안의 모든 컴퓨터 작업은 프로그램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거의 모든 작업이 컴퓨터로 처리되는 현재로서는 이런 프로그램 중심의 작업방식은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 예컨대 보고서 하나를 작성한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된다. 즉 기본 내용은 워드프로세서로 처리하고 그 안에 포함되는 표는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작성하고 그림은 페인트 프로그램을, 회원 목록은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등 프로그램보다는 작성되는 결과물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운영체계는 프로그램 중심의 틀을 벗어나서 문서 지향적인 성격을 갖게 됐다. 윈도스 95는 이를 위해 보다 완전한 형태의 OLE를 지원한다. OLE는 객체 연결 및 삽입을 나타내는 것으로 각 응용프로그램의 간격을 줄이고, 보다 쉽게 데이터 호환을 이루어 준다. 이 기능은 이미 윈도스 3.1에도 어느 정도 지원되고 있지만 윈도스 95를 통해 완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윈도스 95가 보편화되는 시기에는 각각의 프로그램이 개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종 목표인 문서를 만드는데 얼마나 조화롭게 활용될 수 있는지 역시 비중있게 다루어질 전망이다.
■ 플러그앤플레이
새로운 확장카드, 예를 들어 음악카드나 내장형 모뎀 등을 설치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컴퓨터가 신호를 주고받는 통로인 IRQ나 DMA를 맞추어 주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을 바꾸어 주어야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세부사항을 잘 알지 못하면 제대로 컴퓨터를 작동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본의 아니게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컴퓨터를 연구하는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러한 불편은 모든 컴퓨터 사용자들이 느끼는 것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갖고 있지 않는 매킨토시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윈도스 95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윈도스 95에는 플러그앤 플레이(Plug& Play)라는 새로운 개념이 추가된다. 즉, 새로운 확장카드를 설치하는 경우 Autoexec.bat이나 Config.sys, 기타 다양한 형태의 환경설정 파일을 통해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불편을 없애고 모든 것을 운영체계가 알아서 처리해주는 플러그앤플레이는 컴퓨터 사용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 네트워크지원
윈도스 95는 개인 사용자뿐아니라 기업 사용환경을 고려하도록 네트워크 부문에도 기능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 대수가 늘어나고 활용도도 높아지며, 같은 사무실에서 하나의 작업을 위해서 여러 사람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네트워크 기능이다.
윈도스 95는 피어투 피어 랜 방식이나 클라이언트 방식으로 랜에 접속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윈도스 NT나 노벨의 네트웨어, 그밖의 다양한 랜에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그동안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비용을 투자해 전문 운영체계를 갖추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윈도스 95는 자체만으로 간이 랜을 구성하도록 기능을 제공하고 또 전문적인 네트워크 환경과도 잘 조화가 되기 때문에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향상된 멀티미디어
윈도스가 발표되면서 많은 발전을 보여왔던 부분중에 하나가 멀티미디어 분야다. 실제로 윈도스가 일반화되면서 멀티미디어는 한단계 더 성숙했다고 보여진다. 이는 대부분의 멀티미디어 장비와 소프트웨어들이 윈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윈도스 95는 멀티미디어 지원을 더욱 강화해 동화상 지원 기능을 내장하게 되고, 이에 따라 비디오 카드들도 하드웨어적으로 이것을 지원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윈도스 3.1용 멀티미디어 제품들은 나름의 한계를 갖고 있는데 윈도스 95가 등장하면 차세대 제품개발에 힘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최대 장점, '쓰기 쉽다'
도스만 사용하던 사람이라면 윈도스 95가 무척 이상하게 생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은 윈도스 3.1을 사용하던 사람이라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각과는 달리 윈도스 95를 사용하다보면 도스나 윈도스 3.1의 작동방식보다는 다른 종류의 응용 프로그램과 많이 닮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간 많은 사용자들은 도스나 윈도스를 대신할 만한 본격적인 운영체계를 찾아 많은 노력을 해왔다. 개발업체들 역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만 있다면 엄청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기만 했다. 이제까지의 평가에 의하면 가장 직관적이며 여러가지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운영체계는 크게 두개라고 보여진다. 첫번째는 매킨토시의 운영체계인 시스템(System)이며 다른 하나는 넥스트스텝(NextStep)이다.
불행히도 시스템은 맥이라는 고가의 기계에서만 작동된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고, 넥스트스텝은 하드웨어는 포기한 채 운영체제만 살아남아 있는 기형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일반화에는 실패한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이들 둘의 장점은 윈도스 95를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윈도스 95는 넥스트스텝과 같은 안정적이고 멋진 아이콘을 제공하고 있으며 맥의 시스템처럼 복잡한 마우스 조작없이 간단하게 파일의 이름을 바꾸거나 명령을 실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윈도스 95는 IBM이 열심히 만든 운영체계인 OS/2와도 많이 닮아 있다.
물론 저작권 분쟁에 걸릴 정도로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윈도스 95를 사용하고 있노라면 모든 운영체계의 장점을 흡수하여 윈도스 답게 편역(!)한 듯 보여지는데, 이는 지향하는 목적이 같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것이든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식의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이보다는 사용자들이 더욱 친숙하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있어야 한다는 과제와 좁은 화면에서 여러 종류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나타내야 한다는 두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유사성을 가졌다고 보면 되겠다.
IBM은 윈도스 95의 발표가 늦어지는 틈을 놓치지 않고 OS/2의 신제품인 V3를 내놓으며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애플과 IBM은 '적과의 동침'을 통해 파워PC라는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했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운영환경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운영체계 시장은 색다른 양상을 띠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존의 윈도스 지지도를 본다면 윈도스 95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윈도스 95에 관해서는 아직 제품이 등장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발표에 앞서 공개된 베타판의 새로운 보조 프로그램들과 개선된 프로그램을 살펴보노라면 윈도스 95에 거는 기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한동안 윈도스의 대표적인 기본 액세서리로 관심을 끌어오던 문서작성기 라이트(Write)는 워드패드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워드패드는 일반적인 아스키 파일의 편집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포맷을 지원하는 형태의 문서도 작성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한다.
워드패드를 실행하면 일반 텍스트 파일을 편집할 것인지, 포맷된 문서를 편집할 것인지 물어온다. 포맷된 문서를 편집하는 경우 기본적인 툴바와 리본을 제공하며 OLE 2.Ox를 통해 오브젝트의 삽입도 가능하다.
페인트는 이전에 비해 큰 변화는 없지만 메뉴를 살펴보면 특색있게 바뀐 부분을 찾을 수 있다. 페인트의 그림을 바로 월페이퍼(Wall Paper)로 바꾸어 주는 기능으로 월페이퍼 센터, 타일 등을 메뉴에서 바로 지정할 수 있다. 원하는 경우 기본컬러를 변경하는 기능도 페인트 자체에서 지원한다.
한편 새로운 액세서리도 찾아볼 수 있다. 윈패드는 새롭게 추가된 기능으로 간단한 일정관리 기능을 구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PIMS(Personal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와 마찬가지로 약속시간을 관리해주는 'Calendar', 주소록 관리의 'Address', 업무목록 관리의 'Todo' 및 간단한 메모장 'Note'로 구성돼 있으며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가로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지, 세로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지, 전체적인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Personal Screen Sound Password Workweek 등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루 주간 월간 및 년간으로 표시 형태를 바꿀 수 있으며 원한다면 OLE를 통해 비디오클립 등도 삽입할 수 있다.
윈도스 95는 이제까지의 컴퓨터 환경을 한단계 더 올려놓는 21세기형 32비트 운영체계가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의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그간 도스와 윈도스에서 만족하지 못한 사용자들이라면 조금 더 참고 기다릴 만한 멋진 동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