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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발자국 채취하기


과동이는 모래 위에 찍힌 발자국 모양을 남겨놓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오늘 저녁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비가 오고 나면 족적은 사라진다! 과동이는 얼마 전 동아리 친구들과 실험했던 손가락 화석 비누 만들기 실험을 떠올렸다. 분홍색인 알지네이트 가루는 물과 섞이면 빠른 시간 안에 겔(gel) 상태가 된다. 이 성질을 이용해 손가락 형태의 몰드(틀)를 만들고 비누 베이스를 채워 넣어 손가락 모양 비누를 만들었다. 과학실에 가보니 남은 알지네이트 가루가 있었다. 가루와 수조, 물, 나무젓가락을 갖고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알지네이트 가루는 물과 혼합하면 빠른 시간 내에 굳어지므로 발자국 근처에서 섞어야 한다. 가루를 수조에 넣고 물을 부은 후 나무젓가락으로 빠르게 저어 발자국에 부었다. 대략 5분 후 알지네이트는 굳어져 더 이상 반죽이 묻어나지 않았다. 굳어진 알지네이트를 살짝 들어 살펴보니 신발의 바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알지네이트와 중국의 가짜 오리알과의 관계

알지네이트 가루에는 여러 물질이 섞여있다. 가장 중요한 원료인 알긴산 칼륨을 비롯해 황산칼슘, 산화아연, 불화티타늄 칼륨, 규조토 등 겔화시키기 위한 필수 원료와 겔화되는 속도를 조절하는 원료가 섞여있다. 반응의 핵심재료인 알긴산 칼륨은 갈색 해초류에서 추출된 알긴산
(alginic acid)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알긴산은 만누론산(mannuronic acid)과 글루론산(guluronic acid)의 중합체로 갈색 해조류의 세포벽을 이룬다. 다시마나 미역의 끈끈한 액체가 바로 알긴산이다. <;그림 1>;을 보면 알긴산의 만누론산 부분에는 많은 카르복실기(-COOH)가 존재한다. 이 카르복실기가 금속 이온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이름을 갖는다. 알지네이트 가루에 들어있는 알긴산 칼륨은 카르복실기에 칼륨 금속이온이 결합한 것이다. 칼륨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금속 이온도 결합할 수 있다.


얼마 전 중국 상인들이 가짜 오리알을 만들어 판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그 모양이 오리알과 매우 비슷했다. 가짜 오리알은 알긴산에 나트륨 금속 이온이 결합한 알긴산 나트륨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원리로 이러한 고형체가 만들어졌는지 알아보자. 물을 넣으면 가장 먼저 알지네이트 가루 안에 들어있던 황산칼슘이 물에 녹는다. 이때 생기는 칼슘 이온은 알긴산 칼륨의 칼륨 이온과 대체되면서 두 알긴산 분자 사이에는 <;그림 3>;와 같이 칼슘을 중간에 둔 다리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다리는 카르복실기(-COOH)가 있는 만누론산마다 만들어지므로 여러 개의 다리가 있는 고분자가 만들어진다. 알지네이트 고분자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빈 공간에 수분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 수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증발하기 때문에 모형은 조금씩 수축한다. 그러므로 과동이는 모형을 뜬 후 바로 사진을 찍고 발자국의 크기를 자로 측정해 범인의 발크기를 예측했다.



숨어있는 지문 채취하기

과동이는 범인이 버린 음료수 캔을 조심스럽게 실험실로 갖고 왔다. 눈으로 보았을 때는 찍힌 지문이 보이지 않았다. 과동이는 순간접착제를 이용해 지문을 찾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밀폐용기와 순간접착제 그리고 수세미만 있으면 준비 끝. 과동이는 <;실험 따라하기 3>;처럼 지문을 채취했다. 시간이 흐르자 음료수 캔에서는 마법처럼 하얀 지문이 나타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자.

순간접착제를 이용한 CA 훈증법

순간접착제에는 분자량 125, 화학식 C6H7NO인 메틸시아노아크릴레이트 단위체가 들어있다. <;그림 4>;에서 메틸기 자리에는 여러 가지 알킬기가 올 수 있다. 에틸, 이소프로필, 부틸 등 다양하게 치환할 수 있다. 시간, 강도, 내구성과 같은 접착제의 성질은 치환기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메틸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주로 금속용 접착제의 원료로 사용되며 에틸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고무, 플라스틱, 목공용 접착제의 원료로 사용된다. 메틸시아노아크릴레이트와 같이 분자량이 작은 화합물은 공기 중에 잘 기화한다. 이때 공기 중의 수분에 의해 메틸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중합된다. 시아노아크릴레이트 분자들은 서로 결합하면서 긴 사슬을 만드는데 이 사슬들이 코일처럼 서로 감긴 채 접착부위에 달라붙는다. 중합된 고분자형태의 메틸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하얀색으로 변한다. 순간접착제가 손에 묻었을 때 하얗게 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물질에서 지문 채취가 가능해졌다. 이것을 CA(시아노아크릴레이트)훈증법이라 하는데 1978년 일본 경찰청 지문 감식과에서 처음 고안했다.


순간접착제는 어떻게 발명됐을까.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필름 제조사인 코닥의 연구원 해리쿠버 박사는 항공기 조종석 덮개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 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연구했다. 그러던 중 두 개의 광학프리즘에 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바른 후 광학 성질을 관찰하다가 두 개의 프리즘이 강하게 결합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것이 순간접착제의 시초다. 순간접착제는 적은 양으로도 접착력이 매우 강하다. 1제곱인치의 순간접착제로 1톤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강력한 접착력 때문에 순간접착제를 사용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순간접착제를 용해시킬 수 있는 전용 용해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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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과학동아 정보

  • 손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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