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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소호위성이 밝혀낸 태양의 새모습

코로나의 비밀은 자기장 카펫

◆소호 위성◆

평범한 관측자에 태양은 매끈하고 균일한 가스공처럼 단순하게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볼 수록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천체가 태양이다. 태양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격렬한 요동을 계 속하며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태양의 모습을 더욱 가 까이서 보기 위해 지난 1995년 태양관측위성 소호(SOHO)를 쏘아 올렸다. 그러자 소호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자세하고 역동적인 태양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소호위성의 궤도


24시간 태양 관찰

소호(SOHO: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는 유럽우주기구(ESA)와 미국의 NASA가 공동으로 제작하고 발사한 태양 전용 관측 위성이다. 두 기관은 태양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연구를 오랫동안 협동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소호는 이 연구 계획의 일환으로 발사된 것이다. 소호의 주요 탐사 목표는 태양의 내부 구조, 태양 대기, 특히 코로나, 그리고 태양풍의 특성 연구이다.

소호위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위성의 아랫부분은 전력공급, 온도유지, 태양 위치 확인, 자료 전송 등의 일을 담당하는 장비들이 탑재돼 있고, 윗부분에는 12개의 서로 다른 임무를 띤 관측 기기들이 자리잡고 있다. 위성 자체의 크기는 높이와 폭이 각각 3.65 m이고, 총 무게는 1 천8백50kg, 관측 기기만의 무게도 6백10kg에 달한다. 이 위성은 자체 자료 전송 장치를 이용해 지구로 최대 초당 2백킬로비트(kbits)의 관측 자료를 전송할 수 있다. 위성의 실제 제작은 유럽에서 이루어졌고, NASA는 위성의 발사와 통제를 담당하고 있다.

위성은 1995년 12월 2일 발사돼, 현재까지 지구와 태양 사이에 존재하는 L1 라그랑지안 지점(L1 Lagrangian point)에서 태양을 관측하고 있다. 이 지점은 지구로부터 약 1백50만km 떨어진 곳으로, 태양의 중력과 지구의 중력이 거의 같아지는 지점이다. 때문에 위성이 외부의 섭동을 받지 않는 안정된 상태로 관측할 수 있다. 즉 이 위성은 다른 관측 위성과는 달리 지구궤도를 돌지 않고, 태양과 지구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태양을 관측함으로써, 태양을 24시간 관측하고 있다. 소호의 예상 수명은 2년이지만, 대부분의 과학 위성들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예상 수명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드러난 태양의 비밀◆

일반적으로 태양 관측은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에서 많이 수행돼 왔다. 현재도 수행되고 있다. 하지만 관측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이 보지 못하는 다양한 파장대를 통해 태양을 관측하려는 시도들이 근래에 와서 수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관측과 X선을 이용한 관측을 들 수 있다.
 

소호위성이 1백50만도의 코로나층을 극자외선 영역 (파장 195Å)에서 촬영한 사진. 자기장의 모습이 선명하게 잡혀 태양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최고의 사진으로 평가된다.


흑점 극소기에도 활동 왕성

소호 위성은 그 동안 지상에서는 지구대기에 흡수돼 관측이 거의 되지 않고 있던 극자외선 영역 에 주안점을 두고 태양을 관측하고 있다. 극 자외선은 자외선과 X선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파 장으로 보통 수백Å(1Å=${10}^{-10}$m) 정도이며, 주로 태양 대기의 상층부인 전이영역과 코로나에서 방출되므로 이 영역을 관측하는데 적합한 파장이다. 소호는 발사된 이후로, 극자외선이란 새로운 파장대를 통해, 이전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태양의 새로운 면모를 많이 보여줌으로서 과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성과는 태양의 활동 극소기에도 극자외선 영역의 빛을 내는 태양의 상층대기는 매우 활발하고 격렬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은 11년의 주기로 그 활동양상이 변하며 활동의 극대기와 극소기가 11년 주기로 반복된다. 활동이 활발할 때는 태양 표면에서 많은 수의 흑점들이 관측되고, 플레어와 홍염 같은 현상들도 자주 볼 수 있다. 반면 활동 극소기에는 흑점이 거의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활동 현상들도 드물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존의 상식은 소호 위성의 관측으로 완전히 바뀌게 됐다. 백색광으로 보면 아무런 활동 현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코로나와 같은 상층부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소호가 발사된 1995년과 1996년은 바로 태양 활동 극소기에 해당했기 때 문에 이러한 대비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 밖에도 소호가 밝혀낸 새로운 성과는 상당히 많지만, 대표적인 예를 두가지만 들면 태양 코로나의 온도가 표면보다 높은 원인에 대한 설명과 근래에 발견된 태양진(Solar Quake, 太陽震)을 들 수 있다.
 

태양에 돌진하는 혜성^혜성이 태양의 인력에 이끌려 들어가는 모습을 소호위성이 잡았다. 사진 오른쪽 아래 긴 꼬리를 늘어뜨린 것이 혜성이다.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는 것처럼 태양에서도 혜성 충돌로 거대한 요동을 관찰됐다.


자기장이 코로나 온도 높여

코로나는 온도가 수백만도에 이르는 매우 고온의 플라즈마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아래부분의 광구는 온도가 불과 6천도 정도다. 그렇다면 어떻게 온도가 6천도인 광구의 상부에 수백만도의 온도를 가지는 코로나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열은 항상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게 되고, 태양의 에너지는 중심부에서 생성돼 바깥쪽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로나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다른 종류의 가열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 태양 물리학자들은 이 원인으로 자기장이나 비(非)열적인 파동에 의해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제안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의 존재를 발견한 후 50년이 지났어도 그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러한 오랜 의문이 소호가 장착하고 있는 기기를 통한 관측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된 것이다. 코로나를 가열시키고 있는 존재는 다름 아닌 자기장이었다. 그것도 플레어를 발생시키는 대규모의 강한 자기장이 아닌, 태양의 표면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아주 조그만 규모의 자기장 들이었다. 이를 태양물리학자들은 '자기장 카펫'(Magnetic Carpet)이라 부르고 있다.

소호에 장착된 MDI를 이용해 태양 표면의 자기장을 관측한 과학자들은 아주 조그만 자기장 고 리들이 태양면에 무수히 존재하며, 이러한 자기장의 고리는 작게는 수천km부터 크게는 수만km 높이까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자기장 고리들이 충돌하면서 자기장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가 주변의 플라스마로 방출돼 코로나를 가열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MDI 관측에서 이런 조그만 자기장 고리의 생존 기간은 평균 40분 정도였다. 이는 이런 고리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분해되면서 코로나에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MDI 관측과 더불어 EIT관측으로 이런 '자기장의 카펫'이 존재하는 곳의 상부 코로나가 자기장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즉 에너지가 방출되는 곳은 코로나의 온도가 더 증가했고, 그렇지 않은 곳은 주변에 비해 더 감소한 것이다. 그리고 자기장 고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거대한 수력발전소가 약 1백만년 동안 가동돼 생산하는 전기 에너지와 맞먹을 정도의 양으로 코로나를 현재와 같은 높은 온도로 가열시키기에 충분한 양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태양에도 지진

소호위성은 지구의 지진과 같은 현상이 태양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관측을 통해 처음으로 증명했다. 태양진은 마치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파문이 사방으로 퍼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태양진의 중심에서는 보통 규모의 플레어 폭발이 있었고, 이 폭발로 인해 발생한 고에너지 입자들이 밀도가 높은 태양 대기의 하층부와 충돌해 마치 지구에서 발생하는 지진과 같은 충격파를 발생시킨 것이다.

이 관측을 통해 태양천문학자들은 플레어 폭발 현상이 태양의 상층 대기에서 일어난다는 기존의 학설과는 달리 실제로는 상당히 아래쪽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관측이 가지는 중요성은 이를 통해 앞으로 플레어의 발생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플레어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입자들은 종종 지구로 날아와 지구 대기층과 충돌한다. 이로 인해 지상의 전파통신 및 위성 통신들이 두절되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현재까지도 플레어의 발생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통신 두절을 미리 예측해 대비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소호의 태양진 관측은 플레어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서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우주 예보를 위한 태양 연구

태양은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일 뿐인데도 위성을 띄워 태양을 연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바로 태양이 우리의 별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활동 변화는 고대로부터 인간의 역사에 보이지 않는 많은 영향을 끼쳐 왔다.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 에너지가 1백분의 1만 감소해도 지구의 평균 기온이 하강해 빙하기가 된다. 실제로 17세기에는 이런 현상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이를 소빙하기라고 부른다.

오늘날 인류는 태양 관측을 통해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 징후들을 미리 포착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는 태양이 지구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것이다. 앞으로의 태양 연구는 지구에 사는 인류가 얼마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느냐를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향이 잡혀갈 것이다. 이런 연구를 '우주 환경 예보'라고 부른다.
 

199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훈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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