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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저자 미샤 앵그리스트는 이력이 복잡하다. 유전학자, 의학자, 과학정책학자, 소설가, 교수. 그리고 지난 2007년 여기에 한 가지가 추가됐다. 바로 개인게놈프로젝트의 네 번째 피실험자. 2003년 최초의 인간게놈이 해독돼 공개된 뒤 여러 유명인들이 자신의 게놈을 분석해 공개했다. 첫 번째 게놈 분석 대상은 DNA 구조를 규명한 것으로 유명한 제임스 왓슨이었고, 이어 인공생명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크레이그 벤터가 나섰다.

주변 사람들은 곱게 보지 않았다. 이미 생명과학계의 저명인사들이 유명인들의 게놈 분석과 공개를 비판했다. 벤터의 라이벌인 초파리학자 마이클 애시버너는 “유명하거나 부유한 사람들을 염기분석하는 일은 지독히 저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친구들에게 “뭐가 그리 특별하기에 그런 일을 하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유전 정보를 공개하는 일에 이토록 주변의 거부감이 심한 것은 ‘공개’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2003년 왓슨의 첫 번째 인간 게놈 분석이 이뤄지기 전에는 어느 인류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 이후 여러 해가 지났지만 인간 게놈 분석이 가져올 파장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런 행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인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더구나 이들의 유전정보는 박물관 전시용이나 보존용으로 분석된 것이 아니었다.

과학 연구용으로 만인에게 공개됐다. 그것도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이 분야의 가장 뛰어난 전문가들에게 전해져 생명체로서의 모든 정보가 낱낱이 파헤쳐진다는 뜻이었다. 흔히 지식은 권력이라고 말한다. 적을 ‘아는’ 것은 전쟁에서도 가장 기본으로 갖춰야 할 요소다. 그런데 나에 대한 모든 것이 누군가(그것도 전문가 그룹인 과학자)에게 공개된다면? 개인게놈프로젝트는 바로 이런 의미였다. 비싼 돈을 주고 민간 우주선에 탑승해 달을 구경하고 오는 호사가스러운 취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의 모험이다. 만인 앞에 ‘벌거벗은’ 상태가 되는 두려운 시도다.

저자는 왜 이런 어려운 모험을 결정했을까.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 하나에서 출발한다. 유전학자로 경력을 시작할 때, 그는 ‘히르슈슈프룽 병’을 연구했다. 환자도 만나고 그 가족들도 많이 만났지만, 유아 5000명 중 한 명 꼴로 나타나는 희귀병은 연구자인 그에게 실체가 없었다. 결국 연구에 회의를 느끼고 정책학자로서 경력을 바꾼다.

하지만 저자의 ‘연구 대상’은 7년 뒤 실체를 갖고 나타난다. 바로 그의 사랑스러운 조카의 몸 안에서다. 자신이 그토록 연구했던 유전병이지만 그는 이 병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었고 유전학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그토록 적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신만이 안다고 알려져 있던 질병 발병의 비밀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유전학은 단순히 생물학의 한 분야가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복잡한 데이터과학이다. 그래서 많은 유전학자들은 동시에 유능한 데이터 분석가이기도 하다. 자료를 효율적으로 비교해 새로운 특징을 밝혀낸다. 많은 데이터는 그 전제조건이다. 저자는 그 사실을 일찍 간파하고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그는 유명인사도, 부자도 호사가도 아니다. 다만 어린 조카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한 삼촌이자 과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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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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