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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주인의 깨끗한 물 지키기

대서양과 지중해의 고향 스위스



 

아름다운 베르네~ 맑은 시냇물이 넘쳐흐르네!
새빨간 알핀로제스, 이슬 먹고 피어 있는 곳~
다스 오버랜야 오버랜~ 베르네 산골 아름답구나!
다스 오버랜야 오버랜~ 나의사랑 베르네~

 


노래에 나오는 베르네는 스위스의 수도 베른이다. 스위스는 위에는 독일, 아래에는 이탈리아와 리히텐슈타인, 서쪽으로는 프랑스, 동쪽으로는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에 둘러싸여 있어 바다가 없다. 그런데 올 여름, 우리나라 여수에서 열리는 ‘바다엑스포’에 스위스가 참가한다고 한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대서양은 알프스에서 시작한다?!

“(퍽, 퍽)…. 걷기가 너무 힘들어요. 근데 이 눈 너무 맛있지 않아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허벅지까지 빠질 만큼 깊고 넓은 눈밭에서 기자들은 커다란 빙수에 빠진 개미 처지가 됐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들 눈을 한 움큼씩 입에 넣었다. 맑고 시원한 맛에 뒷머리까지 상쾌해졌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으로 스위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자 천문, 기후 연구로도 유명한 알프스 융프라우(Jungfrau, 해발 4158m)다. 귀가 먹먹해질 만큼 높은 곳이지만 힘을 전혀 들이지 않고 2시간 반 만에 오를 수 있다. 바퀴에 톱니바퀴를 달고 산자락을 거대한 갈지(之)자 모양으로 오르는 산악열차덕분이다. 초원에서 출발한 기차는 산자락에 있는 아담한 마을과 전나무가 우거진 숲, 하얀 설원을 지나 꽁꽁 얼어붙은 얼음의 나라 ‘융프라우요흐(해발 3454m)’에서 멈춘다. 이곳이 물이 시작하는 곳이다. 눈앞에는 융프라우 봉우리가 펼쳐져 있고, 그 아래에는 피라미드처럼 뾰족한 빙하 ‘실버호른(해발 3695m, 독일어로 은색 뿔이라는 뜻)’이 이름처럼 은은한 빛을 내고 있다.

수천~수백만 살 먹은 빙하는 새하얀 만년설 이불을 덮고 있다. 눈이 잔뜩 쌓이면 점점 무거워져 가라앉는 압력이 강해진다. 아랫부분에 깔린 눈덩이는 녹고 얼기를 반복해 단단한 얼음(빙하)이 된다. 눈이 100m 쌓일 때마다 빙하가 1m씩 생긴다. 알프스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약23km)는 두께가 800m나 되는 곳도 있다. 지금까지 융프라우에 내린 눈이 80km가 넘는다는 얘기다. 지난해 겨울에도 융프라우에는 16m가 넘는 눈이 내렸다.




다뉴브 강, 라인 강, 포 강, 스위스를 관통하는 아레 강처럼 유럽에서 흘러나가는 대부분의 강은 알프스 빙하에서 시작한다. 빙하가 녹아 계곡으로 흘러내려오면 호수나 강, 작은 호수를 이룬다.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면 지하수로 모인다. 하천은 여러 개가 모여 큰 강을 이루기도 하고, 큰 강이 여러 갈래의 강으로 나뉘기도 한다. 산꼭대기에서부터 산자락으로 그리고 평야까지 내려온 물은 강을 타고 바다로 나간다.

“스위스는 바다가 없습니다.

“스위스는 바다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위스가 없다면 깨끗한 바다도 없을 거예요! 스위스는 국토의 3%가 (알프스의) 빙하로 덮여 있죠. 한 사람당 물을 660만L씩 쓸 수 있는 양이지만 실제로는 3% 밖에 쓰지 않습니다. 빙하가 녹은 물은 대서양과 지중해로 흘러들어가요. 그래서 스위스는 빙하와 호수, 강을 보호해 바다에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야 하는 임무가 있습니다.”

‘스위스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2012여수세계박람회에 참가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올리비에 루스 씨는 한국에서 온 기자단에게 스위스가 ‘바다엑스포’에 참가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스위스 파빌리온은 이번 엑스포에서 빙하와 강, 호수를 깨끗하게 지키는 시민의식과 과학적인 노하우를 소개할 예정이다.







염소 대신 물벼룩 넣어 만든 식수

스위스의 물은 깨끗하고 맑기로 유명하다. 스위스 연방수생과학기술연구소(EAWAG)의 크리스토퍼 로빈슨 박사는 “(미네랄 생수로 유명한) 에비앙 한 병보다 방금 전에 따른 수돗물 한 잔이 더 깨끗하고 맛있다”고 자부했다. 스위스의 물 전문가들이 자신하는 이유는 국가적으로 철저하게 수자원과 하수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위스에서 흐르는 강은 대개 다른 나라로 흘러가기 때문에 특히 깨끗이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위스는 식수를 호수(70%)와 지하수(20%), 샘물(10%)에서 얻는다. 물은 사람이 마시기에 가장 적합한 20~30m 깊이에서 끌어온다. 수직여과장치에서 가라앉은 이물질을 제거한 뒤, 물을 부석이나 석영, 또는 모래가 깔린 여과장치에 천천히 거른다. 호수의 물은 오존을 넣어 유해 세균과 바이러스, 플랑크톤을 없애고 활성탄 여과장치에 걸러 기름과 세척제 찌꺼기를 걸러낸다.

평형여과장치에서는 물속으로 공기방울이 퐁퐁 솟아나 산소가 물을 자연스럽게 정화한다. 그런데 특별한 점은 염소를 전혀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리히 하드호프 정수장의 코르둘라 베르헤르 씨를 따라 들어간 정수시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이 ‘이산화염소(ClO2) 수치가 0’ 이라는 계기판이었다.

베르헤르 씨는 “생물학적 방법으로 수질을 감시한다”면서 “자주 쓰는 동물이 물벼룩과 송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눈으로 수를 셀 수 있고 수질이 조금만 바뀌어도 헤엄치는 수위나 패턴이 달라진다. 그래서 하드호프 정수장에서는 물벼룩이 헤엄치는 모습을 컴퓨터로 실시간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경보를 울린다.

물에 염소를 넣으면 정화시킨 뒤에도 남아 있을 수 있다. 잔류염소는 물속 유기물과 반응해 총트리할로메탄(THMs), 클로로포름 같은 유해물질(소독부산물)을 만든다. 아직까지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염소를 사용한다. 그 대신 서울시에서는 잔류염소 4.0mg/L, 총트리할로메탄 0.1mg/L, 클로로포름 0.08mg/L처럼 수질기준을 정해놓았다. 서울시는 “이 기준을 넘지 않는 물은 하루에 2L씩 70년간 마셔도 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가정집마다 하수 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버리는 물’마저 비교적 깨끗한 상태로 하수구에 흘러가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시민들은 강과 하천에서 헤엄치고 물을 떠 마시는 데 전혀 예민하지 않다.

EAWAG의 과학자들은 좀 더 재미난 하수 처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가정마다 하수 처리 시스템이 있어도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오염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그들은 ‘큰 것’과 ‘작은 것’을 분리하는 변기를 개발했다. 레버를 누름과 동시에 대소변을 구분하는 ‘노믹스(NoMix toilet)’다. 그냥 버려지는 빗물을 따로 모아놨다가 변기를 내리면 대변은 뻥 뚫려 있는 구멍으로 나가고 소변은 앞쪽의 작은 구멍으로 나간다. 이미 건물마다 노믹스가 설치돼 있다. 여자만 쓸 수 있는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크리스토퍼 로빈슨 박사가 웃으며 대답했다. “스위스는 문화적으로 남자도 앉아서 ‘일을 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린이가 앉기에는 너무 크죠.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적합한 모델을 고안 중입니다.”



빙하 실시간 감시하는 3차원 시뮬레이션

그런데 알프스 빙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구가 더워지기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00년 이후 세계적으로 평균기온이 매년 0.6℃씩 오르고 있다고 발표했다. 알프스의 연 평균기온도 10년 전보다 3℃ 이상 올랐다. 만년설과 빙하가 점점 녹고 있으며 눈이 내리는 것도 전 같지 않다. 융프라우행 산악열차 창밖으로 보이는 스키장마다 인공제설기가 놓여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12월 중순인데도 개장하지 못한 스키장도 있었다). 빙하가 녹으면 강물이 범람해 예기치 못한 대홍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언젠가는 사람이 마시거나 사용하는 물이 부족해질지도 모른다.

베른대 외슈거 기후변화연구센터의 허버터스 피셔 교수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계속적으로 반복하는데 지금은 간빙기에 놓여 있다”면서 “과거 간빙기 때와 달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고치에 달아 미래 기후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 기후가 어떠한지, 빙하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알프스 빙하가 2030년 안에 절반 정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와 유럽 과학자들은 빙하의 두께와 면적이 감소하는 속도를 관찰해 대비책을 찾고 있다. 취리히연방공과대(ETHZ) 엔지니어링과 파올로 벌란도 교수는 알프스의 일부분인 마테호른 산 곳곳에 시공간 레이더와 기상 레이더를 설치했다. 이 레이더는 고도마다 빙하의 두께와 넓이, 기후 등을 시간별로 측정한다. 벌란도 교수는 “지난 몇 년간 빙하가 달라지는 모습을 관찰해 3차원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면 빙하가 녹는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빙하의 규모와 넓이는 매년 같은 속도로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기온이 오르는 정도가 전해에 비해 작으면 빙하가 녹는 속도도 비교적 느립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눈이 조금씩이라도 내리고 있기 때문에 맨 꼭대기에 있는 빙하가 작아졌지만 녹는 속도는 느려졌습니다. 기후변화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듯이, 알프스 빙하의 미래도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는 ‘스위스 파빌리온’의 홍보 문구인 ‘환경보호는 나부터 시작(It’s in your hand!)’을 인용하며 바다의 근원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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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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