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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밀레니엄 프런티어와의 만남 : 4. 환경공학자 황석환


환경공학자 황석환


이틀 전 채취한 폐수를 가지고 실험실에 들어간지 꼬박 40시간만에 집으로 돌아왓다. 문앞에서 나를 반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두딸은 코를 막고 한 구석에서 씽끗 웃는다.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러지?" 라고 묻자, 아내는 "그럼 이 냄새가 안 난단 말이에요?"한다. 냄새가 안 나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는 정겨운 미생물 냄새일 뿐인데, 실험하다 귀가하는 날이면 꼭 이렇게 문전박대다.

한편의 ‘슬픈’ 드라마 같은 이 상황은 황석환박사(35)의 실제 삶이다. 아마 이런 가족들의 홀대도 폐수로부터 만들어진 연료로 공장을 돌리게 되는 날이면 환대로 바뀔 거라며 미소짓는다. 폐수로 메탄올 같은 연료를 만든다? 만화에서나 봄직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미국에 있는 한 치즈 공장에서는 유기폐수를 메탄으로 바꿔 공장 가동 동력의 40%를 충당하고 있다. 폐수라고 해서 다 연료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축산폐수나 식품공장 폐수, 그리고 생활폐수처럼 유기물이 많이 포함된 폐수가 적격이다.

폐수가 처리된 후 남은 슬러지의 미생물과 유기물은 다른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이 때 나오는 메탄가스 같은 바이오연료를 단시간 안에 많이, 그리고 빨리 만들어지도록 최적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 그의 임무다. 이것이 이뤄지면 이 시스템을 실제 공장에 적용할 수 있다. 그는 올 하반기쯤 그 가능성이 손에 잡힐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밝혔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꿈이 펼쳐질 것이라며 약간 흥분된 어조로 설명한다. “사업을 하시던 아버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사업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개발한 환경공학적 기술을 판매할 거라는 얘기다. 연구를 부가가치 높은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수은 흡수하는 식물

환경공학의 개념은 18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생활하수 처리장이 만들어지면서 싹텄다. 그 후 사람들은 오염된 것을 처리하는데 관심을 두었다.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오염물질의 양은 엄청나게 증가하자, 자연스럽게 오염물질을 만들지 않는 청정기술의 개발이 환경공학의 초점이 됐다. 하지만 이것도 그리 만만하지 않음이 드러났다. 따라서 이제는 만들어진 폐기물의 재활용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폐수로부터 연료를 만드는 것도 그 일환이다.

여기에 생물학적인 방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사실이다. 기존에 써왔던 화학적인 방법은 2차적인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 속의 오염물질을 수생식물체가 흡수하도록 만드는 것이나, 수은을 흡수하는 식물을 재배해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보존하려고 하는 연구들도 생물학적 방법을 이용한 오염물질 제거의 한 방법이다.

환경공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은 생물학과 관련된 공부를 한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만약 그렇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것이 황박사의 지적이다. 실제로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석박사과정생의 학부 전공은 물리학, 화학, 기계공학, 원예학, 화공학 등 다양하다. 다양한 대학원생들의 전공만큼이나 개성과 능력이 다양해 연구조건으로서는 그만이라고 설명한다.

2번 출근하는 새내기

학생들 입장에서 단시간 안에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수업이라고 생각해 그에게 강의 준비는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 이쯤 되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내용도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강의노트를 학생들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내고, 집이 가깝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며 저녁 먹고 연구실로 두번째 출근을 하며, 흐르는 것만 보면 저 안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생각하는 과학자. 그는 국내에서의 아쉬운 점은 시설부족이 아니라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라고 강조한다. 생선쓰레기로 연료나 스낵을 만들려고 한다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1백만 달러를 지원한 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경력 때문에 아이디어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1998년 2월에 귀국한 ‘새내기’교수의 투정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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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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