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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파리에 팔을 내밀다

생태다큐 ‘기생’ 촬영기



7월 말 EBS에서 국내 다큐 ‘기생寄生 PARASITE’가 반영됐다.
다큐를 본 시청자들은 생생하면서도 신기한 화면에 감탄했다.
특히 체체파리가 사람의 팔에서 피를 빠는 장면은 경악스러웠다. 도대체 저장면을 어떻게 찍은걸까.
다큐 제작팀이 직접촬영 현장을 공개한다.


‘기생寄生 PARASITE’는 기생생물, 정확하게는 기생충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기생충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기생충을 전달하는 매개동물, 특히 파리와 모기가 중요했다. 모기는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기생생물의 매개곤충이고, 말라리아, 황열병, 뎅기열, 뇌염 등을 옮긴다. 체체파리는 수면병(트리파노소마라는 균에 의해 발병한다)을 옮긴다. 모기와 파리의 흡혈장면이 없는 ‘기생’ 다큐는 김빠진 맥주가 아닐까.

흡혈장면의 촬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장비가 아니었다. 파리와 모기가 아무리 작아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접사렌즈면 충분히 촬영 가능했고 모기와 체체파리의 날갯짓(모기, 파리가 그리도 잘 ‘못’ 나는지는 미처 몰랐다!)은 풀 HD(1920×1080) 화질로 초당 2000장 (67분의 1의 속도)의 촬영이 가능한 고속촬영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체체파리와 말라리아 모기인 아노펠레스 감비아(Anopheles gambia)에게 혈액을 줄 자원자였다. 아무리 사육장에서 연구용으로 키운 ‘안전한’ 모기와 파리지만 그들에게 피를 빨리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고 당연히 지원자는 없었다. 그 장면이 필요하다면 PD인 내가 직접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야속한 모기는 찌르기만 하고

말라리아 모기의 흡혈장면 촬영이 이틀 먼저 진행됐다. 특별히 제작한 아크릴 곤충상자(한쪽에 구멍을 뚫고 고무줄이 달린 토시를 연결해 옆으로 팔을 집어넣을 수 있음)에 내 팔을 집어넣자마자 모기들은 강한 흥미를 보이고 피를 빨기 시작했다. 하지만 접사촬영 렌즈를 통해 본 상황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했다. 모기들은 내 모세혈관을 찾지 못해 이리 저리 찌르기만 하고 있었고 피는 올라오지 않았다. 간간히 느끼는 아픔과 계속되는 가려움.... ‘제발 한번에 끝내다오’ 라고 속으로 계속 반복했지만 결국 촬영은 실패로 끝났다 (모기의 경우 방송 장면은 자료 화면을 이용했다).

어쩔 수 없이 체체파리의 흡혈장면으로 넘어갔다. 영국서부의 항구도시인 리버풀에 있는 리버풀 열대의학전문대 학원에는 세계 최대의 체체파리 사육장(2000마리를 사육하고 있음)이 있다. 체체파리 사육장은 명성에 비해 매우 좁았지만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흡혈능력은 체체파리가 한 수 위

먼저 고속카메라로 체체파리의 비행장면과 교미장면을 촬영했다. 이들의 교미는 날면서도 계속됐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하지만 방송에는 나가지 못했다). 이제는 마지막 흡혈 장면. 우리는 ENG 카메라의 표준렌즈를 제거한 뒤 접사링 2개를 끼운 접사렌즈로 세팅하고 체체파리가 피를 빨기를 기다렸다. 잠시의 머뭇거림 뒤 체체파리는 긴 주사바늘 같은 입을 내 피부에 쑤셔대기 시작했다. 마치 뭔가를 찾는 듯이 조심스럽게 쑤시기를 2~3번 하더니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피를 빨기 시작했다. 체체파리의 배가 붉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LCD 모니터에 가득 잡혔다.

우리의 촬영을 도와주던 알바로 교수는 방금 전까지의 걱정스러운 모습에서 벗어나 “어메이징(Amazing)”을 연발하는 호기심 가득한 소년이 되어 있었고 나는 순간적으로 그 팔이 내 것이라는 것도 잊고 “좋아!”를 연발했다. 후일담이지만 체체 파리에 물릴 때는 전혀 아픔, 아니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평가한다면 모기보다는 체체파리가 흡혈의 전문가, 스페셜리스트라고 생각한다.






생태다큐는 어떤 카메라로 찍을까?

‘기생’ 다큐를 찍은 제작팀의 기본 촬영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먼저 메인카메라를 ENG 카메라(소니HDW790)로 확정한 다음 접사촬영을 위해 니콘 105mm 매크로렌즈를 연결했다. 더 높은 배율이 필요할 때는 매크로렌즈에 접사링을 최대 3개까지 끼워 사용했는데
체체파리, 먹파리, 흡충 등 거의 대부분의 기생충을 촬영할 수 있었다.

접사렌즈로 해결되지 않는 연가시의 알, 머메코네마 네오트로피쿰과 알, 콜레마니 진디벌 등 현미경 수준의 기생충은 현미경의 접안렌즈에 캐논 5D Mark3를 직접 연결해 촬영했다. 보조 카메라로는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캐논 5D Mark3를 사용했는데 렌즈는 16-35mm(광각렌즈), 24-70mm(표준렌즈), 접사촬영용 100mm MACRO와 70-200mm 망원렌즈를 기본으로 준비했다. 이 밖에 메이킹 및 핸드헬드 촬영을 위해 역시 소니의 핸디캠 CS700을 사용했다.




박성웅
현재 한국교육방송공사(EBS)평생교육본부 교육다큐부PD. ‘모여라 딩동댕’ 등 어린이 프로그램과 ‘원더풀 사이언스’등
과학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 왔다. EBS의 주간 편성표를 과학 프로그램으로 뒤덮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vminds@ebs.co.kr

홍의권
EBS 촬영감독. 강인한 체력과 수중과 고산, 암벽을 아우르는 전천후 촬영능력, 피사체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 장점.
자연과 과학의 경계선에 있는 다양한 다큐멘터리의 촬영에 관심이 있는 카메라맨.
redhong@ebs.co.kr

 

201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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