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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감마선폭발 관측 우리나라가 이끈다

Part2. 감마선폭발 관측 우리나라가 이끈다

감마선폭발(GRB)은 빅뱅 이후 우주에서 일어나는 가장 강력한 폭발로 태양이 수십 억 년에 걸쳐 방출하는 에너지를 단지 수 초에서 수십 분 동안에 분출해 버리는 우주 최대의 섬광 현상이다. 감마선폭발은 초기우주 연구를 비롯해 암흑에너지, 암흑물질 규명 등 천체물리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감마선폭발 관측을 주도하고 있는 스위프트인공위성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04년 발사했다. 지난 7년 동안 일급저널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100여편의 논문을 냈을 정도로 스위프트의 업적이 대단했지만 후광(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의 초기 데이터를 관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스위프트는 감마선과 거의 동시에 나오는 X선 광자를 검출해 우주에서 감마선폭발의 위치를 인식한 뒤, 그 방향으로 인공위성 자체를 회전시켜 후광을 정밀하게 관측한다. 그런데 위성이 회전하는 데 약 60초가 걸리기 때문에 이 시간 동안 나오는 후광, 즉 초기광(early photon)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초기광의 중요성은 뒤에 언급한다).

게다가 스위프트는 이미 5년의 수명을 넘어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단계에 들어가 있다. 올해 또는 내년에 유럽우주기구(ESA)가 단독 또는 NASA와 공동으로 감마선폭발 관측위성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지만, 빨라도 2016년까지는 스위프트를 대체할 차세대 위성이 없는 것이다.



[유포 패스파인더 감마선폭발을 관측할 유포 패스파인더(노란 선 안)를 탑재하고 올해 6월 발사될 인공위성 로모노소프가 지상 500km 궤도에 자리 잡은 모습을 그린 상상도(왼쪽). 유포 패스파인더는 감마선폭발을 찾는 X선 망원경 UBAT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감마선폭발
방향으로 고속회전하는 반사경이 장착된 추적망원경 SMT(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의 후광 관측)로 이뤄져 있다.]

9개국 17개 기관 참여

필자가 속해 있는 이화여대에서는 2006년 광시야각, 확대, 추적 기능을 동시에 가지는 신개념 추적망원경을 제안했다. 2009년 초미세 전기기계시스템(MEMS, 멤스) 기술을 활용한 초소형 추적망원경 탑재체(5kg)를 러시아의 소형 인공위성 타티아나-2에 실어 발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감마선폭발의 초기광을 관측하기 위한 본격적인 우주 프로젝트인 유포(UFFO, ‘ultra-fast flash observatory’의 약자)를 진행하고 있다. 유포는 한국의 순수과학 우주실험 프로젝트인 동시에 9개국(한국, 미국, 러시아, 대만, 스페인, 덴마크, 노르웨이, 프랑스, 폴란드)의 17개 기관(이화여대, 연세대, KAIST, 부산대, UC, 모스코바대, 대만국립대, 대만우주국(NSPO), 파리7대, 파리11대, 스페인우주국(INTA), 발렌시아대, 그라나다대, 덴마크우주국(DTU), 닐스보어연구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진정한 한국주도 국제공동연구인 셈이다.

유포의 목표는 스위프트와 같이 감마선폭발과 같은 극한우주 현상을 정밀하게 관측해 규명하는 데 있다. 이에 더하여 스위프트 위성으로는 관측할 수 없는 감마선폭발의 초기 순간을 최초로 포착하고 편극광과 적외선 대역의 빛도 최초로 관측할 계획이다.

유포 프로젝트를 좀 더 자세히 얘기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극한우주 연구 분야로 감마선폭발의 기원을 규명하고 짧은 감마선폭발 현상의 실체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또 블랙홀의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발견하고 중력의 세기가 어마어마한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측할 예정이다.

초기우주 연구에서는 감마선폭발이 표준촛불로 쓰일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표준촛불은 특정한 메커니즘으로 일어나는 천체 현상으로, 이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일정하다(마치 촛불의 불꽃 세기처럼). 따라서 관측한 천체가 표준촛불이라면 그 천체가 있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우주가속팽창 연구는 초신성을 표준촛불로 써서 얻어낸 결과다.

한편 유포 프로젝트는 초기우주에서 우주배경복사 이후 수소원자가 만들어지며 우주가 냉각돼 가시광선이 사라졌던 암흑시대(dark age)와 별의 핵융합 반응과 폭발로 우주가 다시 가열돼 원소가 이온으로 되는 재이온화 영역에 대한 실마리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최초의 별과 최초의 은하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6월 러시아에서 위성 발사

유포 프로젝트는 시리즈로 진행된다. 먼저 올해 6월에 발사될 유포 패스파인더(UFFO-Pathfinder)는 총 무게가 20kg인 탑재체로 구경 10cm 추적망원경이 장착돼 있다. 유포 패스파인더는 러시아의 500kg급 인공위성 로모노소프(Lomonosov)에 탑재돼 지상 500km 궤도에서 적어도 3년 동안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유포 패스파인더 탑재체는 크게 두 개의 기기로 구분된다. 하나는 UBAT(UFFO Burst Alert Telescope)로 89.8°×89.8°의 광시야각으로 X선을 관측해 감마선폭발의 방향을 측정한다. 다른 하나는 자외선/가시광선 영역을 관측하는 추적망원경 SMT(Slewing Mirror Telescope)이다. 여기에는 UBAT가 알려주는 감마선폭발의 방향으로 고속회전이 가능한 15cm의 반사경이 장착돼 있다.



유포 우주실험의 핵심 관측기술이 바로 광 경로를 고속으로 바꾸는 회전반사경으로, 초고속회전 모터 기술과 반도체 멤스 기술이 이용됐다. X선으로 감마선폭발이 포착되면, 유포의 회전반사경은 1초 이내에 방향을 맞춰 감마선폭발에서 나오는 자외선과 가시광선, 근적외선이 추적망원경으로 들어오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스위프트는 망원경이 광 경로를 향하도록 위성 자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60초 이상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그 사이의 빛, 즉 초기광의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초기광의 정보가 왜 중요할까. 이론연구에 따르면 감마선폭발에 이어 발생하는 후광의 초기 상승 곡선을 알면 감마선폭발의 세기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상승 곡선이 같다면 감마선폭발의 세기도 일정한 것이고 따라서 표준촛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포 패스파인더는 스위프트보다 망원경의 성능은 떨어진다(스위프트의 구경은 30cm). 하지만 회전반사경의 도입으로 초기광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감마선폭발의 표준촛불 가능성을 최초로 입증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로모노소프 인공위성에는 유포 패스파인더와 함께, 지구로 향하는 극한에너지 우주선(cosmic ray)을 관측하는 TUS 탑재체가 설치된다. 극한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으로 감마선폭발이 오래전부터 거론돼왔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관측은 전무하다. 따라서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이지만 만약 유포 패스파인더에서는 광자(빛)가, TUS에서는 우주선(입자)이 동시에 관측된다면 역사적인 발견으로 기록될 것이다. 여러 외국기관의 협력아래,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개발되고 제작된 유포 패스파인더 탑재체는 지난해 6월 조립을 끝냈다. 7월에는 대만 국립우주연구소에서 열, 진공, 진동,충격 테스트 등 일련의 우주환경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8월 말에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우주연구소로 운반했다.

올해 4월까지 한국과 외국의 많은 연구원들이 최종 우주환경 테스트를 진행하고 위성체에 탑재할 예정이다. 그리고 최소 3년의 우주임무를 위하여 6월 우주로 향해 날아갈것이고 시운전을 거쳐 9월 무렵부터는 본격적인 관측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우주미션으로 무게 120kg 규모의 유포100(UFFO-100)이 진행되고 있으며, 2014년에 러시아의 1.2톤급 레서스P(RESURS-P) 인공위성에 탑재해 발사할 예정이다. 두개의 주요 기기를 장착한 유포 패스파인더와 달리, 유포100 탑재체에는 여러 개의 망원경이 설치된다. 즉 X선 망원경, 스위프트와 같은 30cm 구경의 추적망원경 외에도, 이 분야 최초의 편광계와 근적외선 검출기가 추가될 것이다.

최종 우주미션으로 250kg 규모의 유포600(UFFO-600)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즉 2016년에 러시아의 2톤급 스펙트럼-뢴트겐(Spectrum-Roentgen) 인공위성에 실어, 꿈의 궤도라고 할 수 있는 지구로부터 150만km에 있는 L2 궤도에 발사하는 것이다. 달까지 거리의 5배인 L2 궤도에서는 지상 500km 궤도보다 훨씬 깨끗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최첨단 과학임무 위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유포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에서 비정부 주도 우주개발의 특별한 사례다. 우리 고유의 최첨단 기술과 과학 아이디어로 얼마든지 우주과학 분야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포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NASA의 스위프트 이후 차기 감마선폭발 관측 실험을 주도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잡았다. 향후 독보적인 업적을 거둘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이 분야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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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우주의 불꽃축제 감마선폭발
Part1. 우주 극한 현상의 지존, 감마선폭발
Part2. 감마선폭발 관측 우리나라가 이끈다

2012년 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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