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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암세포 태워 죽인다

예전에는 암 하면 불치병으로만 여기던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보다 암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다. 이번 화에서는 황당맨이 암 정복이라는 꿈에 다가가게 해주는 연구를 소개한다. 최희철 포스텍 화학과 교수가 개발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암 광열치료’ 기술이다.

탄소나노튜브는 근적외선을 받으면 온도가 높아진다. 최 교수는 이 성질을 이용해 쥐에 있는 종양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탄소나노튜브를 생체적합성 고분자 물질로 코팅한 뒤 쥐의 종양에 주사한다. 그리고 종양에 3분 동안 파장이 700~1100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인 근적외선을 비춘다. 근적외선은 빛 중에서 피부 속으로 침투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 근적외선을 받은 탄소나노튜브는 열을 내 암세포를 죽인다. 쥐로 실험했을 때는 피부에 화상이 생길 정도의 열이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암세포를 태워 죽이는 것이다. 최 교수는 “쥐 실험 결과 대부분의 암세포가 죽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몸에 들어간 탄소나노튜브는 담즙이나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탄소나노튜브는 아직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인체에 해가 없는지 100%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최 교수는 현재 FDA의 승인을 받은 화학 물질을 나노구조로 만들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를 종양에 주사해야 한다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나노물질이 스스로 암세포를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샌다든지 정상세포에 달라붙으면 암세포 제거 효과가 떨어진다.

최 교수는 “근적외선이 침투할 수 있는 깊이에 있는 종양에 적용할 수도 있고,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한 뒤 주변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태워 죽이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❶ 최희철 교수는 탄소나노튜브와 근적외선으로 종양을 없애는 실험에 성공했다.
 ❷ 탄소나노튜브의 구조를 나타낸 그림.]


#2 몸속에서 스스로 전기 만든다

심장박동조절장치와 같은 의료기기를 몸에 넣은 사람은 정기적으로 커다란 불편을 겪는다. 전지의 수명이 다하면 수술로 바꿔 넣어 줘야 하는 것이다. 몸속에서 스스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전지가 있다면 어떨까.

황당맨은 한국연구재단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몸속에서 자가발전을 할 수 있는 생체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는 남태현 경상대 나노신소재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남 교수의 생체연료전지는 혈액 속의 포도당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와 충전용 나노전지, 이 둘을 연결하는 회로로 이뤄진다.

연료전지는 포도당이 효소와 산화반응을 일으킬 때 전기가 나오는 원리를 이용한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전기를 만들려면 효소의 성능이 중요하다. 남 교수는 “기존에 쓰던 효소보다 수명이 더 긴 효소를 개발하기 위해 미생물 유전자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료전지와 나노전지를 연결하는 회로는 크기를 작게 만들기 위해 리소그래피라는 인쇄 기법으로 만든다. 남 교수가 목표로 하고 있는 크기는 연료전지와 나노전지, 연결회로를 모두 합해 손톱의 절반 정도.

전지의 크기가 작아지면 의료기기의 크기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의료기기에 사용 중인 전지는 전체 크기의 25~60%를 차지한다. 의료기기의 크기를 줄이면서 자가발전이 가능한 전지는 환자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앞으로는 인공망막이나 인공고막처럼 작은 의료기기가 나올 전망이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전지가 꼭 필요하다.

연구팀은 생체연료전지의 전기적인 특성을 평가할 수 있는 측정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생체적합성을 검증하기 위해 심혈관 세포와 면역세포를 대상으로 독성 반응을 조사하고 있다. 남 교수는 “자가발전이 가능한 생체연료전지는 원천기술로, 인체이식형 의료기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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