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교신이 끊어지면서 ‘우주 미아’가 된 화성탐사선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Mars Global Surveyor)가 지구에 마지막 선물을 보내왔다.
NASA는 지난 12월 6일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가 찍은 사진을 분석한 결과 최근까지 화성에서 물이 흘렀음을 암시하는 강력한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수년 새 없던 협곡 생겨나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는 1996년 발사된 이후 10년간 화성 궤도를 돌면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전송해왔다.
이 중 2005년 9월 탐사선이 화성의 센타우리 몬테스(Centauri Montes) 지역 크레이터에서 찍은 사진에서 1999년 8월 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협곡이 생겼다는 사실이 최근 발견됐다.
이에 대해 NASA 과학자들은 흐르는 액체가 아니고서는 나타날 수 없는 지형 변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6년 사이에 어떤 이유로 지하수가 표면으로 분출한 뒤 경사면을 타고 400~500m 흐르다가 증발되거나 스며들었다는 얘기다.
증거는 또 있다. 화성의 테라 시레눔(Tera Sirenum) 지역에서 2001년 12월 찍은 사진에는 없던 협곡이 2005년 4월 촬영한 사진에는 나타났다.
화성 표면은 온도가 영하 60℃고 기압은 지구 대기압의 100분의 1로 매우 낮아 액체 상태의 물이 오랫동안 존재하기 힘들다. 곧바로 얼어붙거나 증발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이 있다면 표면과 가까운 지하에 액체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탐사선의 카메라를 제작한 ‘말린 우주과학시스템스’의 마이클 말린 박사는 “사진에 나타난 흔적은 물이 남긴 침전물이며, 대기압이 낮아 표면에서 물이 곧 말라 버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소금물인지, 산을 함유한 물인지, 진흙탕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점은 물이 있다는 뜻이다.
탐사선이 보내온 사진을 토대로 화성의 협곡을 연구해온 케네스 에제트 연구원은 “협곡이 생기는데 필요한 물은 수영장 5~10개 분쯤 된다”고 추정했다.
수천~수만년 전 화성에 물이 존재했다는 사실과 화성의 북극 근처에 얼음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진은 있었지만 현재 물이 흐르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가 1999년 8월 화성의 센타우리 몬테스 지역을 촬영했다(01). 아무 흔적이 없던 크레이터에 2005년 9월 협곡 흔적이 나타났다(02).](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01/S200701N015_IMG_02.jpg)
지하수 흐르거나 얼음 녹아야
그렇다면 물은 어디서 나왔을까.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지표면 가까이에 지하수가 흐르거나 지표면 근처에 있던 얼음이나 눈이 녹았을 수 있다.
미국 하와이대 지구물리행성연구소의 린다 마르텔 박사는 “두 주장 모두 그럴듯하지만 지하수는 온도와 기압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발견된 화성의 협곡 중에 긴 것은 7km에 달한다. 화성의 온도와 기압을 고려할 때 순수한 물이 화성 표면에서 이렇게 멀리 흐르기는 불가능하다.
미국 애리조나대 필립 크리스테텐 박사는 “먼지가 얼음 표면을 덮고 있다가 바람 등으로 먼지가 걷힌 뒤 얼음이 녹아 흐르면서 협곡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주장에도 반박의 여지는 남아 있다. 화성에 얼음층이 생겼다면 5만~30만년 전인데, 그 기간 동안 먼지가 걷히고 얼음이 녹는 과정이 되풀이됐다면 지금쯤 얼음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
한편 지난해 3월 애리조나대 지구과학자인 그웬돌린 바트 박사는 화성의 협곡이 물이 아니라 모래바람으로 생겨난 지형일 수 있다는 색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달에는 물이 없기 때문에 달의 분화구에 생긴 협곡은 산사태로 인한 것이다. 바트 박사는 “화성의 협곡에서 함몰된 지형(alcove)과 홈(channel), 홈 끝에 퇴적물이 쌓인 지형(apron)을 중심으로 달의 협곡과 비교한 결과 두 지형이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화성의 협곡 역시 산사태로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앞으로 사진에 드러난 현상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화성은 지구처럼 태양이라는 열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액체 상태의 물만 있으면 생명체가 존재할 조건을 갖춘다.
같은 이유로 태양계에서 화성 외에 생명체가 살 확률이 있는 곳으로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정도가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