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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石二鳥(일석이조)란 이런 것!

게이머가 생물학의 난제 풀다


지난 9월 18일 ‘네이처 분자 및 구조생물학’ 지에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비디오 게이머들이 ‘폴딧(foldit)’이라는 온라인게임으로 10여 년 동안 난제였던 단백질 구조를 밝혀냈다는 것이다. 이 단백질은 원숭이에게 에이즈(AIDS)와 같은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효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게임 마니아들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며 반색하기도 했다.

폴딧은 2008년 미국 워싱턴대의 데이비드 베커 교수팀이 개발한 온라인 게임이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퍼즐처럼 이리저리 접어서(fold) 안정된 구조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왜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한 줄로 연결돼 만들어진다. 한 줄의 굵은 사슬이 있고 각 사슬에 나뭇가지처럼 작은 원자구조가 붙어 있는 모양이다. 아미노산에는 20종류가 있는데, 나뭇가지처럼 붙어 있는 원자의 종류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그런데 단백질을 이루는 기다란 아미노산 사슬은 제각기 독특한 3차원 구조를 이룬다. 한 줄로 늘어서 있는 게 아니라 각 마디가 이리저리 접혀 덩어리 모양이 되는것이다. 어떤 아미노산들은 서로 가까이 붙기도 하고 멀리 떨어지기도 한다.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각자 가장 안정된 구조를 이루는데 그 모습은 서로 다르다. 구조는 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물질에 작용하려면 자물쇠와 열쇠처럼 모습이 딱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폴딧 게임은 간단히 설치해 즐길 수 있다. 각 단계마다 나오는 단백질 구조를 안정화시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단백질의 구조를 알아내기는 어렵다. 많게는 1000개 정도의 아미노산이 결합해 단백질을 이루는데다가 접을 수 있는 각도가 무수히 많다. 컴퓨터를 이용해도 계산할 양이 너무 많다. 베커 교수는 2005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산컴퓨팅 기술을 이용한 단백질 예측 프로그램 ‘로제타앳홈’을 만들었다. 각 가정에 있는 컴퓨터의 자원을 기부 받아 계산에 이용하는 기술이다.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거나 새로운 기능이 있는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쓴다.

베커 교수는 더 나아가 사람의 두뇌까지 이용하기로 했다. 사람은 컴퓨터와 달리 3차원 패턴을 직관적으로 인식한다. 폴딧은 퍼즐 게임이자 과학자가 아닌 수많은 일반인의 두뇌를 빌려 연구하는 도구다.

[게이머들이 제출한 수많은 구조 중 ID가 ‘mimi’인 게이머의 구조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될 것 같은데 잘 안 되네~!”

게임에 참여하는 법은 간단하다. 폴딧 홈페이지(foldit.it)에서 게임을 다운받은 뒤 설치하고 계정을 만들기만 하면 곧바로 해볼 수 있다. 게임을 실행하면 먼저 안정적이지 않은 단백질 구조가 나온다. 마우스로 배경을 드래그하면 단백질을 회전시켜 볼 수 있고, 각 사슬과 사슬에 붙어 있는 원자구조를 드래그하면 접힌 각도를 바꿀 수 있다. 두 원자구조가 너무 가까워지면 경고 표시가 나오고, 안정적인 구조가 될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점수가 정해진 수치보다 높아지면 성공이다. 단백질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폴딧 홈페이지에 따르면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3가지를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먼저 단백질을 조밀하게 만든다. 물 분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빈 공간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 이어서 소수성(물을 멀리하는 성질) 부위(오렌지색 돌출부)를 숨겨야 한다. 단백질이 물에 들어갔을 때 이 부분이 물에 닿지 않도록 다른 원자들로 둘러싸야 한다. 반대로 친수성 부위(파란색 돌출부)는 바깥쪽으로 최대한 노출시킨다. 마지막으로 같은 공간에 원자가 모이지 않게 배치해야 한다. 단백질을 접었을 때 두 돌출부가 교차하면 경고 표시가 나오므로 적당히 떨어뜨려야 한다.

게임 방법은 쉽지만 단백질 퍼즐을 푸는 게 쉽지는 않다. 복잡한 단백질 구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퍼즐 하나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진다. 될 듯 될 듯하면서 안 될 때는 다른 게임을 할 때처럼 조바심도 나고 오기도 생긴다. 화면을 응시하며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던 기자의 입에서도 저절로 탄식이 터져나왔다.

이번 논문을 낸 연구팀은 폴딧 게이머에게 불완전한 단백질 구조를 주고 안정된 구조를 찾도록 했다. 로제타앳홈으로 구조를 밝히는 데 실패한 단백질이었다. 게이머들이 제출한 구조는 100만 개가 넘었다. 연구팀은 이 중에서 가장 그럴 듯한 구조를 찾아 범위를 좁혔다.

‘mimi’라는 게이머가 만든 구조가 엑스선 관측 자료와 가장 맞아떨어졌다. 며칠 뒤 연구팀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최종 구조를 완성했다.


시민 과학의 힘!

이처럼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참여하는 연구 프로젝트는 더 있다. 로제타앳홈처럼 분산컴퓨팅 기술로 외계인이 보낸 신호를 찾는 ‘세티(SETI)’가 잘 알려진 사례다. 단순히 컴퓨터 자원만 제공하는 게 불만스럽다면 폴딧처럼 직접 참여하는 ‘시민 과학’도 많다. 동식물의 생태나 기후를 관찰해 정보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로는 ‘갤럭시 주’가 있다. 2007년 시작된 갤럭시 주는 은하 분류 작업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천문학자들이 만들었다. 지금까지 관측한 수많은 은하의 사진을 온라인(www.galaxyzoo.org)에 공개하고 누구나 분류 작업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은하의 사진을 보고 나선은하인지 타원은하인지, 나선은하라면 나선팔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등의 내용을 기록하는 일이다.

갤럭시 주는 시작한 지 1년 만에 15만 명이 참가해 5000만 회의 분류 작업을 해냈다. 누군가 특이한 점을 발견하면 천문학자들이 따로 조사하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를 업그레이드한 ‘갤럭시 주2’도 2009년에 문을 열었다.

과학자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의 양이 늘어나고 인터넷과 같은 일반인 참여 수단이 발달하면서 시민 과학의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문지식이 없어도 학술지에 논문을 실을 수 있다는 꿈을 꿔 보자. 짬짬이 시간을 내서 게임도 하고 연구에도 보탬이 된다면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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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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