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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윤석의 '웃음의 과학'

재미와 진지함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윤석아, 책 좀 그만 봐라!



해외 촬영을 가서도 숙소에 틀어 박혀 내내 책만 읽는 이윤석 씨를 보고 이경규 씨는 무척 답답해했다고 한다. 밖에 구경도 좀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어보라는 선배의 타박에도 굴하지 않고 이윤석 씨는 묵묵히 책을 읽는다.



책을 좋아해 국어국문과를 들어갔다는 이윤석 씨는 대학 졸업 후 MBC 개그맨이 됐다. 그의 특이한 이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개그맨으로 방송 활동을 계속 하면서도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은 경

기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윤석 씨는 특히 과학 교양서를 좋아한다고 했다.



“땀 흘릴 필요 없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편안하게 소파에 앉거나 침대에 누워서 우리 몸속을 탐험할

수 있고 자세히 세포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어요. 반대로 대기권 밖으로 나가 지구를 내려다 볼 수도 있고

아예 우주를 떠돌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과학 교양서에 빼곡히 적힌 글자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일은 큰 기쁨입니다.”



개그맨이 과학 교양서를 즐겨 읽는다는 것은 의외였다.


 



“과학 교양서의 내용은 소설처럼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과학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검증한 사실입니다. 과학적 사실은 가장 진리에 가깝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죠. 저는 과학의 이런 진정성이 크나큰 재미를 불러온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이 주는 재미. 이 말은 이윤석 씨의 개그스타일과 일맥상통한다. 일요일 저녁 KBS 2TV에서 방영하는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웃음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체력이 유독 약한 그가 하프마라톤을 완주했을 때, 또 도배사 자격증을 땄을 때 시청자들은 그의 근면함과 성실성에 감동했다.



그는 데뷔 후 17년 간 치열한 웃음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넘어 ‘도대체 웃음이 뭘까’를 고민했다. ‘왜 사람들은 웃을까’, ‘왜 방청객은 주로 여성일까’, ‘왜 독설개그는 강력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할까’ 등 근본적인 웃음의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웃음에 관련된 자료를 되는대로 모았습니다. 5년이 지나니 어느 정도 분량이 돼 책 한 권을 쓸 수 있었습니다. 방송활동을 하며 틈틈이 쓴 책이라 완성하는 데 3년이 걸렸네요.”



그는 진화생물학과 심리학, 뇌과학, 의학 등 웃음에 대한 최근 10년 간의 연구 성과를 수집했다. 웃음의 본질을 더욱 분명히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책 ‘웃음의 과학’의 첫 단락은 ‘웃음의 기원’이다. 웃음의 근본부터 살펴보자는 뜻이다. 인류의 조상이 야생에 살던 시절. 수풀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것이 위험한 포식자일 줄 알고 긴장했는데 막상 알고 보니 작은 초식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긴장이 누그러지는 순간에 웃음이 났다. 웃음은 불안이 사라진 뒤 안심하는 마음의 표시다. 그리고 사람은 이 웃음을 안전한 상태를 알리는 ‘신호’로 사용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남의 행동을 따라하는 거울뉴런의 작용으로 웃음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도록 진화했다.



“웃으면 건강해진다는 말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웃음은 NK세포와 인터루킨6 같은 면역물질을 활성화시켜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한 최고의 백신은 바로 웃음입니다.”



웃음을 다룬 논문은 많지만 책으로 펴낸 경우는 외국에서도 드물다. 실제로 해외에도 두 권의 전문서만 나와 있을 뿐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웃음 전문가’인 인기 개그맨이 웃음을 소재로 과학 교양서를 냈다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진화심리학자이자 ‘오래된 연장통’의 저자인 전중환 경희대 교수는 “이윤석 씨의 우직한 노력 덕분에 국 독자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호사를 누리는 ”이라고 말했다.



“과학자가 아닌 이상 깊이 있는 책을 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과학과 예능 사이의 징검다리가 돼 사람들을 많이 끌어당기고 싶습니다.”



이윤석 씨는 ‘웃음의 과학’을 통해 과학적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한다. 개그맨으로서도 잠깐뿐인 몸 개그나 재기발랄한 입담보다는 어떤 사실을 새로 알 때 기는 ‘입가의 흐뭇한 미소’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재미와 진지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개그맨이자 교수 이윤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그는 ‘웃음의 과학’에 이어 행복도 과학적으로 풀어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책을 써보니 과학 교양서가 예능과 닮았다는 사실을 새로 알았습니다. 예능이 재미뿐 아니라 진정성을 갖춰야 하는 것처럼 과학 교양서도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 교양서가 무 재미를 강조하다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비과학적으로 변할 것을 정했지만, 저는 과학 교양서에 재미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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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신선미 기자 | 사진 윤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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