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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와이드웹 20년, 아직 진화는 끝나지 않았다



“넷스케이프(Netscape)라는 웹브라우저입니다. 창에 사이트 주소를 치고 클릭하면 해당 웹페이지로 이동하지요.”

1994년 어느 날, 당시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고 있던 기자는 ‘인터넷 교육’이라는 낯선 강의를 들었다. 파워포인트 화면이 바뀔 때마다 인터넷이다 월드와이드웹이다 하이퍼텍스트다 생소한 개념이 쏟아졌다.

‘왜 저런 건 만들어가지고. 머리 아프게….’

강의를 듣고 나오면서 투덜거렸던 기자는 이것이 불과 수년 사이에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을 기술임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인터넷의 역사는 40년이 넘지만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줄여서 WWW나 W3 또는 웹)이 나오기 전까지는 소수 과학자들이나 컴퓨터 마니아들만이 사용했다. 대중들은 월드와이드웹을 통해서 인터넷을 처음 접했기 때문에 ‘월드와이드웹=인터넷’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지난 8월 6일은 월드와이드웹이 일반에게 공개된 지 꼭 20년 되는 날이다.
 

[1991년 8월 6일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공개된 첫 웹페이지. 오른쪽 아래 팀 버너스리 박사가 보인다.]


컴퓨터과학자 한 사람의 아이디어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하던 영국의 컴퓨터과학자 팀 버너스리 박사는 1989년 3월 인터넷에서 다양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과학자와 기술자 수천 명이 일하는 CERN에서는 예전부터 자체 네트워크망을 통해서 데이터와 정보를 공유해왔다.

그의 제안에 CERN의 관계자들은 별 반응이 없었지만 버너스리 박사는 동료인 벨기에의 컴퓨터과학자 로버트 카일리아우 박사와 이 개념을 더욱 발전시킨다. 이들은 1990년 12월 “하이퍼텍스트(HyperText)를 통해 사용자가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정보에 링크해 접근할 수 있는 체계”로서 월드와이드웹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버너스리 박사는 1991년 8월 6일 자신의 컴퓨터를 서버로 해서 첫 번째 웹페이지를 인터넷에 올렸다. 올해가 월드와이드웹 20주년이 되는 계기다. 사실 이후 수년 동안 월드와이드웹은 대중의 주목을 그다지 받지 못했다. 웹에 접근하는 통로인 웹브라우저가 텍스트에 기반해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4년 미국에서 ‘넷스케이프’라는 그래픽 기반의 웹브라우저가 나오면서 월드와이드웹, 즉 인터넷은 갑자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PC통신 서비스 회사였던 나우누리가 1994년 11월 처음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듬해 넷스케이프가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인터넷이란 용어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당시 신입사원으로 나우누리에 근무했던 (주)제타미디어 심규석 이사는 “이 무렵 대기업과 대학을 빼면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수단은 모뎀, 즉 전화선을 이용하는 방법뿐이었다”며 “우리나라 사회에 인터넷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한 건 1999년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리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덧붙였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한테 물어봐

1995년 본격적으로 웹사이트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건재하고 있는 야후, 아마존, 이베이가 이 해 태어났다. 전 세계 PC의 운영체계(OS)를 장악하고 있던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인터넷의 위력을 예감하고 1996년 웹브라우저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개발해 자사 OS에 끼워 공급했다. 그 결과 유료였던 넷스케이프는 몰락했고 IE는 한 때 웹브라우저를 휩쓸었다. 현재는 파이어폭스나 구글크롬의 공세에 40% 수준으로 밀렸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IE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998년 오늘날 가장 강력한 검색엔진이자 ‘인터넷 황제’로 불리는 구글이 탄생했고 2001년 열린 지식을 지향하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관심이 불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과 사진공유사이트 플리커가 등장한 게 2004년이다. 이듬해 비디오공유사이트인 유튜브가 선을 보였고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인 트위터는 불과 2008년에야 등장한 SNS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초고속인터넷망을 빨리 구축한 우리나라 역시 급속히 인터넷 환경에 적응해 갔다. 1999년 단순검색사이트로 시작한 네이버는 e메일, 뉴스, 블로그, 카페 등 수많은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클릭수 1위의 사이트가 됐다. 지식iN 서비스는 “모르면 네이버한테 물어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1997년 우리나라 최초의 웹 이메일 서비스(한메일)를 시작한 다음 역시 포털 사이트로 성장하면서 네이버와 경쟁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 위협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최대 SNS 사이트인 싸이월드는 2001년 미니홈피 프로젝트를 통해 급성장했다. 사실 싸이월드는 페이스북보다 3년이나 앞선 SNS였으나 언어의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계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2007년 미국 애플사는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는다. 애플 제품은 디자인만으로도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아이폰에는 그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PC에서만큼이나 쉽고 빠르게 웹사이트를 둘러볼 수 있게 된 것.

아이폰으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은 2010년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두 번째 모바일 폭풍을 불러 일으켰다. 아이폰과 노트북의 장점을 모은 아이패드는 지난 2분기 전 세계에서 925만대나 팔렸다. 최근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기반의 ‘갤럭시탭10.1’을 출시해 태블릿 시장에 불을 붙이고 있다. 심규석 이사는 “늘 옆에 있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접속이 급속히 늘고 있다”며 “2014년이면 모바일의 인터넷 트래픽이 PC를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년 뒤엔 언어장벽 사라질까

인터넷이 본격화된 지난 10년 동안 사람들의 삶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동네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르던 사람들은 이제 모니터 앞에서 책을 검색하고 주문한다. 이른 아침 집집마다 배달되는 신문의 수는 급감했고 박지성 선수가 나오는 프리미어리그경기는 인터넷 생중계로 본다. 영화를 다운받아 보는 것도 일상이 됐다.

이런 개인 삶의 변화는 산업계의 지표에도 잘 드러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8월 17일 ‘지난 10년, 인터넷 업계 지형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세계 500대 인터넷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1706억 달러(약 180조 원)로 2000년의 213억 달러에 비해 8배나 됐다. 같은 기간 정보기술 산업은 2.4배, 자동차 산업은 2배, 건강관련 산업은 2.9배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심 이사는 “앞으로 10년의 인터넷은 또 다른 측면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클라우드컴퓨팅. 이미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PC에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파일을 저장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어디서나 인터넷이 연결돼 있고 대다수가 PC뿐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문서도구(docs.google.com)처럼 어느 곳에서나 접근할 수 있고 원하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동작업까지 할 수 있는 새로운 작업환경이 열리는 것이다.

또 하나 근본적인 혁명이 바로 동시 번역, 통역 서비스로 인한 언어장벽 해소다. 인터넷이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지만 사실 콘텐츠는 영어가 반을 넘고 그나마 다른 언어는 해독조차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인당 인터넷 트래픽수가 세계 1위라지만 결국 찾아가는 곳 대다수는 당연히 한글 사이트다.

그런데 구글을 비롯해 몇몇 업체들은 각국의 언어를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프로그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뿌리가 같은 언어들(예를 들어 영어와 독일어) 사이에는 번역이나 통역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심 이사는 “아직 한글 번역과 통역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지만 프로그램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5년쯤 지나면 외국인과 각자 자기나라 말을 하면서 통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여 년 전 컴퓨터과학자 한 사람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지구촌 주민들을 진정 하나로 묶는 전대미문의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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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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