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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에 대한 관심이 곧 자연보호"

좌담 나비탐사를 마치고

신유항 :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과 탐사를 한 건 나로서도 처음입니다. 탐사는 제가 평생을 해온 일이라 두려움은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내게 주어진 책임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걱정스럽군요. 이번 탐사 계획은 그 자체로도 퍽 소중한 기회일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 돌아가 배우고 느낀 점들을 현장감 있는 교육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는데 한 매개자의 역할을 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김호진 : 그간 이런 탐사는 학교 다닐 때 몇번 가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생물을 가르치는 제가 이전에 미처 가지지 못했던, 미물에 불과한 곤충 한마리라도 주의깊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대단히 고맙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학교로 돌아가 주변의 동료 교사와 학생들과 이 경험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양호 : 중학교 1학년부터 생물 분류학의 기초과정을 가르치고 있지만, 대부분은 학교 교실에 갇혀 사진이나 구입한 표본에 의지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이런 교육이 계속되다보니 학생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흥미를 잃어가는 것 같더군요.

임병환 : 예비모임 자리에서 신 박사님이 학교의 현장교육부재를 지적했을 때 대단히 부끄러웠습니다. 입시 교육에 매달리다보니 저 역시 필드에 나갈 자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앞으로는 특활 시간이라도 제대로 활용해 학생들에게 산교육을 시킬 작정입니다.
 

모처럼 현장 탐사 기회를 가진 참가자들은 서로가 놀랄 만큼 열성적으로 행사에 참가했다.


"이젠 두렵지 않다"

김화선 : 탐사 못지 않게 신 박사님 '실물'을 접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일동 웃음). 저는 중학교에 몸 담고 있고, 또 학교도 비교적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현장 관찰의 기회를 자주 가져온 편이지만 그동안 학생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전하지 못해 고민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신 박사님께 언제라도 여쭤볼 수 있으니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지요. 이 행사를 통해 만난 각 지역의 선생님들과 함께 과학 교육에 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백조일 : 오후 시간에 가진 신 박사님의 강의는 더 없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제주도를 흔히 '천혜의 자연 보고'라고들 하지만, 학교 생활에 매달리다보면 저처럼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 조차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습니다. 이젠 더 깊이 있는 공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김택윤 : 나방 연구로 대학원 논문을 썼기 때문에 나비가 낮설지는 않았지만, 이번 탐사와 신 박사님의 강의는 이전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대단히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현재 경기도에는 과학교사 협의회라는 모임이 있는데, 조만간 있을 이 모임에서 박사님 강의를 살짝 도용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탐사활동이 단발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아예 생태적 지역특성이 강한 곳을 찾아 자연 학습장을 건립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체와 언론의 관심이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먼저 학교에 배정된 실험 실습비로 이같은 야외 탐사 활동을 벌이면 어떨까 싶군요.

김기훈 : 신박사님께서 "일본에는 3천여명의 나비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는 고작 20여명 정도"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변확대를 맡고 있는 교사들에게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합니다.

이덕기 :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자연을 대상으로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저변 확대가 절실합니다. 유치원 어린이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생물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며 탐구하는 인구가 많아질 때 자연 보호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소직 : 저는 같이 참가한 선생님들의 열정에 새삼 놀랐습니다. 하지만 전체 40만을 헤아리는 교사 중 이렇게 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각 시도에서 단 한명의 교사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이 섭섭하군요. 이런 경험이 우리가 자연을 아는데 얼마나 큰 보탬이 될는지는 미지수이겠지만, 끊임없이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은 참가한 선생님들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태 사진에 관심을 가진 선생님들은 나비를 채집하랴, 또 사진에 담으랴 더욱 정신이 없었다.


소진복 : 이상적인 교육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할 만큼 이번 탐사는 생물 야외 탐사의 좋은 모델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도교수는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하셨고 선생님들 역시 모두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전태식 : 첫날 비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포충망을 들고 뛰어나가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고 이 탐사가 다른 행사들과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기간 내내 다른 여유 시간이 없었을 만큼 바빴지만, 그만큼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이경수 : 저는 개인적으로 3년 전부터 나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과학반 학생들과 함께 채집활동을 해왔는데, 전시요령이나 체계적인 동정법 등을 접할 기회가 없어 애를 끌이던 차에 이번 탐사 참가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제 조금씩 다른 곤충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박남기 : 당장의 필요성보다는 생물교사라는 '양심'때문에 그간 사놓은 도감이 꽤 됩니다만, 별로 활용할 기회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도감을 썩히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권태원 : 이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저 '산 좋고 물 좋은 곳'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던 터에 이번 탐사중 타지에서 오신 선생님들이 보여준 적극적인 관심은 오히려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제가 이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종섭 : 분류학이 워낙 어려운 학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번 탐사에 참가하면서도 겁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박사님 말씀대로 2년만 미쳐보면 저도 나비 분야에 준전문가는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한가지, 저에게 남겨진 문제는 탐사에서 배운 여러가지 지식을 어떻게 학교 수업에 적용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손용현 : 저는 이번에 채집한 나비를 학교에 가지고 가 표본을 전시하려고 합니다. 수업 단원에 나오지 않아도 하루 한 종씩 나비를 소개하다보면 아이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김영일 : 저 역시 교직에 몸담고 있다가 교육부로 왔습니다. 그러나 현장 학습의 중요성을 이 만큼 생생하게 실감하기는 처음입니다. 문제 해결력, 창의력, 호기심을 탐사만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이 지적한 대로 앞으로 교육 정책을 입안하면서 현재 극기훈련 정도가 고작인 교사 단체 교육 항목에 현장 학습을 첨가하도록 힘쓸 생각입니다. 여기에는 일선 학교 선생님들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가 필요합니다.

신유항 : 여러분들이 만족스럽다니 대단히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자신감이 생겼다면 이제부터는 이를 뒷받침해줄 지식을 쌓는 일에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곤충은 그 종수가 워낙 많아 대단히 공부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나 역시 나비밖에 모르는 사람이지만 혹 여러분의 연구활동 중 막히는 일이 있으면 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언제든지 이용하십시오. 그리고 부디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합시다.
 

탐사에 참가한 교사들은 현장교육의 중요성은 새삼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199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김용해 기자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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