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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각막 2, 3년 뒤 영장류에 이식”

인터뷰- 국립축산과학원 황성수·오건봉 연구사

경기도 수원에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지난 3월 새끼 돼지 한 마리가 태어났다. 이름은 ‘소망이’. 돼지 한 마리가 태어난 게 뭐 그리 대수일까. 장기이식 수술을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에게 그야말로 소망을 주기 때문이다. 2년 전 지노, 지난해 형 ‘믿음이’까지 잇따라 장기이식용 복제미니돼지를 태어나게 한 멋진 콤비, 황성수(44·사진 오른쪽)·오건봉(44) 연구사를 만났다.

“지금 추세라면 2013년쯤 영장류에 돼지 장기를 이식하는 실험을 해볼 것 같습니다.”

두 연구사에게 언제쯤 사람에게 돼지 장기를 이식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연구가 잘 되더라도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황 연구사는 “원하는 특징을 가진 복제돼지가 예상보다 빨리, 많이 태어나고 있다”며 “각막, 피부 등 간단한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실험은 2, 3년 뒤에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미니돼지

“귀엽죠? 사람을 잘 따라요. 보통 돼지는 사람이 옆에만 가도 무척 시끄럽거든요.”

황 연구사와 함께 멸균복을 입고 소망이가 자라고 있는 특수 축사에 들어갔다. 그조차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소망이를 볼 수 있었다. 병균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돼지를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태어난 믿음이는 노란 특수복을 입은 연구원이 밥을 주러 들어오자 반갑다고 발에 입을 부비며 떠나질 않았다. 황 연구사는 “소망이는 3월 14일에 태어나 조금 있으면 100일이 된다”며 “제왕절개 수술로 꺼낸 뒤 처음 한 달간 인큐베이터 안에서 자랐다”고 설명했다.

소망이나 믿음이는 분홍빛이 도는 미니돼지다. 다 자라도 몸무게가 80kg 정도다. 몸 안에 있는 장기도 사람과 크기가 비슷해 오래 전부터 장기이식용 동물로 기대를 받아왔다.

물론 동물 장기를 바로 사람에게 이식할 수는 없다. 거부 반응 때문이다. 거부 반응은 시기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고 각각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핵심유전자가 있다. 그 유전자가 돼지와 사람이 달라서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사람의 유전자를 가진 돼지를 만드는 것이다.

“소망이는 CD73라는 사람 유전자를 갖고 있어요. 이 유전자가 다르면 장기를 이식했을 때 혈전이 생겨 피가 잘 돌지 않아요.”

사람의 유전자를 돼지 세포에 넣는 건 오 연구사가 맡았다. 이 세포를 미리 세포핵을 제거한 돼지 난자에 융합하고 암컷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시키는 일은 황 연구사가 맡았다. 이런 방식으로 거부 반응이 없는 복제미니돼지가 태어난다. 요즘 연구 성과가 빨리 나오는 이유를 물었더니 두 사람은 모두 “멋진 파트너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성공의 열쇠는 신뢰

“이 친구(오 연구사)가 생각보다 빨리 사람 유전자가 들어간 세포를 만들어 주더라고요. 저도 따라가기 위해 열심히 하다 보니 연구가 빨라진 거죠.”

황 연구사가 공을 오 연구사에게 돌리자 오 연구사가 말을 받았다. “제게 목매며 기다리고 있는 거 뻔히 아는데 열심히 안 할 수 없잖아요.” 황 연구사는 원래 축산과학원에 있었고, 오 연구사는 2년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축산과학원으로 왔다. 동갑인 두 사람은 바로 말을 텄고 지금까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말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배어났다. 그래도 말다툼하거나 속으로 기분 나쁜 적은 없었느냐고 슬쩍 묻자 황 연구사는 “내가 술을 많이 안 먹어서 술 좋아하는 이 친구가 서운해 한다”며 “오늘은 오랜만에 즐겁게 마셔볼 생각”이라고 웃었다.
 

국내에서도 축산과학원을 통해 최근 동물장기이식 연구가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미국, 일본, 호주 등이 더 앞서 있다. 오 연구사는 “그래도 많이 따라왔다”며 “앞으로 서로 다른 거부반응을 없앤 돼지들을 교배해 정말로 인간에게 장기를 줄 수 있는 돼지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A유전자를 갖고 있는 돼지와 B유전자를 갖고 있는 돼지를 짝지우면 새끼 중에는 A와 B 유전자 모두 갖고 있는 것들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필요한 모든 유전자를 갖고 있는, 즉 거부반응이 거의 사라진 돼지를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장기이식 하면 콩팥이나 심장을 이식하는 걸로만 생각해요. 물론 나중에는 그럴 수도 있지만 피부, 각막, 인슐린을 만드는 췌도 세포 등이 먼저 사용될 겁니다. 거부감도 적고요. 각막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만 한 해 1만 5000명을 넘는데 공급되는 각막은 200개뿐이에요. 언젠가 돼지가 이들을 살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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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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