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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수만~수십만 년 전 인류의 인구 변화를 분석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이 연구에 한국인의 게놈이 사용돼 한국인이 다른 지역의 인류와 언제 갈라졌는지도 밝혀졌다.
영국 웰컴재단 생어연구소 리처드 더빈 박사팀은 중국인과 한국인, 유럽인, 서아프리카 요루바 족 등 7명의 게놈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전자를 조사해 인류의 이동 경로와 인구 변동에 관한 결과를 7월 14일자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생물의 유전자는 시간이 지나면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돌연변이 횟수는 시간과 비례하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더 많이 일어난 생물은 돌연변이가 적게 일어난 생물에 비해 먼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여러 생물의 돌연변이 비율을 비교하면 그 생물이 언제 등장했고 다른 생물과 어떤 계통수를 이루는지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적용하면 각 지역에 사는 인류(인종)가 언제 어느 지역(인종)에서 갈라져 나왔는지 밝힐 수 있다.
더빈 박사팀은 그 동안 써왔던 미토콘드리아 DNA 대신 유전 정보가 훨씬 풍부한 게놈을 활용하면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전자를 동시에 더 많이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각각의 유전자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시기가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유독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돌연변이를 일으킨 경우가 있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개체수(인구)가 많으면 돌연변이 기회도 늘기 때문이라고 봤다. 따라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전자 수가 많다면 그 만큼 인구가 많았고, 반대로 돌연변이의 수가 갑자기 줄어든 경우 인류가 이동 등으로 갈라져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연구 결과, 서아프리카인과 유럽인의 돌연변이 유전자 수는 약 12만~10만 년 전 줄기 시작했다. 그러다 8만~6만 년 전 잠시 정체된 뒤 약 4만~2만년 전까지 급격히 줄었다. 이는 인류가 12만~10만년쯤 아프리카에서 중동 지역에 진출하기 시작해 4만 년 전쯤 서쪽과 동쪽으로 갈라져 각각 유럽인과 아시아인이 됐다는 고인류학계의 주장과 일치하는 결과다. 한국인과 아프리카인은 약 3만 7400년 전에 갈라진 것으로 나왔다. 연구팀은 “인구 역사를 밝힐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며 “인류의 아프리카기원설을 더 자세히 밝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